스티브 잡스의 성공원인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2.02.01
오자병법은 장기전이고 손자병법은 단기전이다. 구조론의 정답은 오자병법의 장기전에 있다. 그런데 장기전은 시스템이 뒤를 받쳐줘야 한다. 그 시스템의 구축과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시스템이 가동되어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단 한번도 지지않는 불패의 부대가 탄생한다. 실제로 오자는 76전을 싸워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장기전을 하려면 끝까지 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가느냐다.
조총이 기병을 잡는다. 그러나 조총은 준비에서 발사까지 15단계를 거치는 만큼 숙련된 병사만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왜군의 3단계 사격전술과, 구스타프 아돌프의 일제사격전술을 구사하려면 뛰어난 지휘관이 양성되어 있어야 한다.
한 명의 장군이 뛰어난게 아니라 장교와 병사까지 모두가 뛰어나야 한다. 오자는 실제로 그런 군대를 만들어냈고 구스타프 아돌프도 마찬가지다. 나폴레옹, 알렉산더도 그러했고 징기스칸 역시 그러하다.
조총을 쓰려면 목책을 설치하여 기병의 기동을 차단해야 한다. 머스킷 총으로 돌파력 있는 창기병을 잡을 때는 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사격으로 단숨에 적의 중심을 때려야 한다. 그러한 판단은 지휘관의 역량에 달려있으며 단 몇 초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실전경험이 없는 조총부대가 패배하는 일은 흔히 있다. 무적의 구스타프 아돌프 조차도 일제사격후 재장전 시간에 허를 찔려 패배한 적이 있다.
구스타프 아돌프의 스웨덴군은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다. 철저한 훈련이 뒤를 받쳐준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끝까지 가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떤가? 신무기를 써봤는데 초반에 경험부족으로 한 두 번 지면 ‘어? 안되네’ 하고 포기해 버린다.
디즈니가 74억달러에 픽사를 인수했을 때 사람들이 궁시렁거렸다. 영화라는 것이 매번 흥행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게 주고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말이다. 그러자 잡스가 말했다.
“그건 니들이 흥행에 성공해 놓고도 성공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고.”
실제로 픽사는 매번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를 만들되 내용으로 승부하면 대박과 쪽박이 반반이지만 양식으로 승부하면 매번 성공한다. 성룡의 코믹액션이나 전성기의 마카로니웨스턴처럼 일정한 양식이 있으면 성공은 자동이다.
셀 애니메이션을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내용으로 승부하므로 작가의 실력에 따라 흥행이 갈리지만 픽사는 영화의 표현양식 자체가 다르다. 성공은 자동이다. 무조건이다.
“영화는 대박인지 쪽박인지 뚜겅을 열어봐야 안다?” <- 미친 넘이 아닌가? 이런 자와는 같이 손 잡고 일 하지 마라. 100퍼센트가 아닌 일을 왜 하나?
CG 애니메이션을 하는 픽사의 영화에는 인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월E, 라따뚜이, 니모, 자동차, 몬스터, 개미 따위가 주인공이다. 이는 일기장 첫줄에 ‘나는 오늘..’을 쓰면 안 되는 것과 같다.
인간을 배제하는 순간 표현기법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반면 디즈니는 뮬란이나 알라딘 같은 거 만들다가 자빠졌다. 라이온 킹은 인간이 아니라서 재미를 봤다. 디즈니의 출발점인 미키마우스부터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들 자신의 성공원인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조건 대박나는 절대공식을 알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를 처음 1000만 달러에 인수해서 740배 남겨먹었는데 그동안 스티브 잡스가 픽사에서 한 일은 돈을 만들어 갖다준 일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스티브 잡스는 계속 돈을 만들어서 갖다 줬을까? 성룡의 코믹액션이나 전성기의 마카로니 웨스턴처럼 일정한 양식이 있으면 무조건 먹힌다는 공식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슬픈 것은 이 공식을 아는 영화인이 한국에 단 한명도 없다는 거다. 그들은 아직도 영화를 양식이 아닌 내용으로 접근한다. 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대개 머저리다. 영화는 무조건 양식이라고 필자가 15년전부터 말했는데도 아직도 알아먹지 못한다. 그 차이다.
사람이 주인공인 내용 위주의 영화는 선악구도와 같이 영화 바깥의 관객이 감정이입을 일으키는 일정한 공식이 있지만 양식을 앞세우는 영화는 내부에 자체적인 질서가 있고 영화를 진행하면서 그 질서를 만들어간다. 이 경우 흥행은 보장되어 있다.
만화도 사람이 주인공인 만화는 극화라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망가밖에 없다. 한국만화도 일본거 들여온 거. 서구의 코믹이나 카툰과는 양식이 다르다.
무조건 이기는 법칙이 절대로 존재하며, 조총이 있으면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지휘관을 양성하여 불패의 부대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릴 수 있고 중간에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징기스칸도 20년 걸렸고, 구스타프 아돌프도 초반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전술을 완성했고, 왜군도 조총으로 실전에서 승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는 다케다 신겐의 압도적인 기병돌격에 밀려 패하곤 했다.
그래도 오다 노부나가는 끝까지 갔다. 이쪽에 길이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계속 돈을 만들어 픽사에 갖다줬다. 무조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한두번 시도해보고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빌 게이츠는 진작부터 스마트폰 시대를 예언했지만 중간에 포기했다. 그 외에 다른 많은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은 다른 많은 회사가 도전하다 ‘어? 이 산이 아닌게벼.’하고 포기한 것을 스티브 잡스가 끝까지 밀어붙여 완성한 것이다.
조총은 기병돌격에 계속 졌지만 계속 전술을 개량하고 지휘관을 양성해서 맞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가려면 본인에게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자기 안에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 동기는 초반의 패배로부터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징기스칸이 그렇게 한 이유는 젊었을 때 워낙 고생해서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가족 전체가 부족에서 쫓겨났으며, 한때는 배다른 형을 살해한 죄로 포로생활을 하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며, 적의 화살에 맞아 턱뼈가 부서지기도 했고, 목에 화살을 맞기도 했다. 그만큼 큰 고생을 했기 때문에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성에 차는 것이다. 중간에 작은 성공으로 안주하기에는 고생한 것이 아깝다.
유비도 초반에 꽤나 고생했다. 밑진 장사는 할 수 없으므로 패배하는 대신 명성이라도 얻어두어야 했다. 어차피 조조와 겨루어서 이길 수는 없으므로 대신 자신을 조조의 라이벌로 부각시켜 민중의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계속 패배했으므로 계속 민중의 지지가 쌓였다. 그렇게 저축해둔 민중의 지지가 아까워서라도 싸움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그는 끝까지 가는 길을 선택했다. 마침내 정군산에서 황충이 하후연을 죽이고 조조의 침공를 막아 한중왕에 오를 수 있었다. 유비와 조조의 최후의 라이벌 대결에서 승자는 유비였다.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천재였고 하늘을 찌를듯한 자부심을 가졌지만 사람들은 그를 괴짜로 취급했다. CEO를 해고하는 모욕을 안겨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진짜 천재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원대한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던 것이다.
연예계에도 김태원, 임재범처럼 늦깎이로 뜨는 경우가 많다. 대기만성을 이루는 것이다. 대개 초반에 반짝 하다가 악재를 만나 고전하며 닦아둔 기반이 나중에 보탬이 되어 빛을 본 경우다. 반면 초반에 너무 잘나가면 지켜야 할 것이 많아져서 몸을 사리게 되고 그 경우 크게 빛을 보지 못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대개 손자병법을 선호할 것이다. 오자병법이 당장 자신에게 보탬이 안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오자병법은 먼저 자기 자신을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로 치면 기초체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식이다.
스포츠에서 최고의 기술은 신체의 밸런스에 있다. 그런데 기초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밸런스를 논할 의미가 없다.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한 곡을 천 번씩 쳐서 섬세한 근육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지령을 내리는 머리부터 연주하는 손가락끝까지 근육과 신경이 다이렉트로 연결되어 맥동하는 느낌을 얻어야 한다.
근육도 만들어놓지 않고 ‘힘 빼고 던지는 기술’을 논할 수 없다. 힘 빼고 던지는데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10년 각오하고 끝까지 갈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 어느 분야든 최고의 경지는 그러하다.
대개는 자기부터 바꾸지 않고 그저 실적만 올리고자 한다. 자기를 개혁해야 진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되는 바람에 저절로 자기를 바꾸게 되었다.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한 곡을 천 번씩 반복해서 칠 마음을 얻었다.
징기스칸은 배다른 형 벡테르를 죽였다가 잡혀서 노예가 되는 바람에 그러한 동기를 얻었고, 유비는 조조에게 거듭 패배하는 바람에 그러한 동기를 얻었고, 김태원은 멤버를 잃고 좌절하는 바람에 그러한 동기를 얻었다.
강력한 동기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얻어지고 그래야 끝까지 갈 수 있다. 그들은 오자병법대로 갔다.
오자병법은 유교철학에 기초하고 손자병법은 도교철학에 기초한다. 유교는 인위고 도교는 무위다. 인위는 돈이 들고 무위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짜먹을 심보를 가진 군주들이 손자병법을 좋아한 것이다.
그러나 돈이 드는 길로 가야 한다. 현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곡을 천 번씩 쳐서 근육을 만들고 신경을 가다듬어 놓자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둔 근육과 신경이 돈이다.
선동렬 감독의 요구대로 겨울 동안 3000구를 던져서 몸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두는 것이다. 실전을 충분히 뛰어 미리 경험을 쌓아두고 외부로 뻗어갈 루트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 역시 오자병법을 따랐다. 그의 ‘사즉생 생즉사’는 그대로 오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은 적과 대등한 상태에서 기교를 써서 이긴게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한 군대로 반드시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을 했으며, 그 결과는 오자가 그러했듯이 무패로 나타났다.
불리한 상태에서 꾀로 이긴 것이 아니라, 불리하면 후퇴하여 이길 수 있는 지점을 찾아냈다. 여수에서 울돌목까지 계속 후퇴한 것이다. 싸울 때는 이길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싸웠다. 이순신 장군 휘하의 병사들은 도무지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전기작가들은 이런거 안 좋아한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하지 않다. 전기작가들은 우수한 군대로 약한 군대를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반대로 열세인 군대로 하늘의 도움을 얻어 기적이 일어나거나 혹은 정신력으로 이기는 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가진 무기는 정신력과 기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자는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고 싶은 것이다.
처음 시스템을 만들어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가 어렵지 이미 만들어진 다음에는 쉽다. 징기스칸의 초기 멤버들은 개고생 했지만 나중에 휩쓸려 들어간 무리들은 그저 베테랑들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된다. 식은 죽 먹기다.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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