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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2. 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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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전쟁은 가능한가?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2.02.02

 

 

완전한 전쟁은 가능한가? 구조론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전쟁, 맹수가 사슴을 사냥하듯이 완벽하게 승리하는 전쟁, 패배의 가능성은 조금도 생각할 수 없는 전쟁은 가능하다. 그런 전쟁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이 징기스칸이다.

 

애초에 ‘싸운다’는 개념이 아니다. 기술자가 고장난 기계를 고치듯이 한 번 쓰윽 들여다보고 고장원인을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는 장비를 가져와서 뚝닥 고쳐낸다. 전쟁을 장비로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전과 같은 고도의 시스템 전쟁이다. 한 마디로 전쟁기술자라 하겠다.

 

간단하다. 적이 1로 나올 때 2를 투입하면 된다. 그런데 왜 아무도 그렇게 못할까? 세가지가 부족해서다. 첫째 판단, 둘째 결정, 셋째 실행이다. 적이 1로 나올 때 2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판단하고, 2의 투입을 결정하고 야전에서 그것을 실행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편제로 가능하다. 징기스칸은 금나라의 맹안모극제를 도입하여 십호, 백호, 천호, 만호를 단위로 하는 10진법식 편제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군단, 대대, 중대, 소대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편제는 한나라를 침공하여 고조 유방을 패주하게 만든 흉노 선우 묵특이래 유목민의 전통이었다. 묵특이야말로 징기스칸의 완전한 전쟁을 처음 창안한 사람이다.

 

로마군에도 백인대가 있고, 중국도 고유한 편제가 있지만 그것을 유의미하게 구사하려면 기동력있는 유목민의 군대여야 한다. 편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대장의 지시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자유자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을 징집하여 전쟁터에 몰아넣은 상태에서 군대가 방향을 바꾸면 대오가 붕괴된다.

 

중국군대는 북을 울리면 전진하고 징을 울리면 후퇴하는 정도라서 고도의 지휘가 불가능하다. 흉노 선우 묵특은 휘파람소리를 내는 화살신호와 깃발신호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냥 ‘공격하라’는 명령 하나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5분 단위로 치고 빠지고 돌고 바뀌는 희한한 전쟁을 발명한 것이다.

 

만약 모든 병사가 지휘관의 명령을 완벽히 수행하여 치고 빠지고 이동하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면 항상 이길 수 있다.

 

중국에는 명나라 말기에 원앙진을 만들어 왜구를 잡고 병법서로 기효신서를 남긴 척계광이 불패의 전술을 만들었다. 원앙진은 임진왜란때 평양성전투에서 왜구를 물리쳐서 그 위력을 과시한 바도 있다.

 

원앙진은 10여명의 병사로 분대를 편성하고 깃발을 든 대장이 지휘한다. 왜구가 나타나면 먼저 낭선수 2인이 양쪽에서 왜구의 동선을 차단하고 가운데서 등패수가 방패로 왜구를 밀어붙이며 그 사이에 장창수가 왜구를 찌르고 도부수가 목을 친다. 병사들 간에 고도의 역할분담이 되어 있는 것이다.

 

대장이 근접한 상태에서 세밀하게 지휘를 하므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거기에 맞는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대장을 보호해야 했는데 만약 대장이 죽으면 분대원 전원이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고도의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보병끼리의 단병접전에서는 무적이었다.

 

서구에서는 근대전의 아버지라 불리는 북방의 사자 구스타프 아돌프가 반드시 이기는 전쟁을 추구한 인물이다. 머스킷총의 일제사격으로 창기병 쇄도 중심의 전술을 구사하는 신성로마제국군을 물리치고 30년 전쟁을 종식시켰다.

 

용맹을 과시하며 승패를 운에 맡기는 봉건식 전쟁이 아니라 사전에 완벽하게 준비하여 철저히 이기는 전쟁을 추구한 것이다. 패배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답은 나와 있다. 이기는 전쟁을 하면 된다. 적이 1일 때 2를 투입하면 된다. 너무나 쉽다. 문제는 그러한 판단, 결정, 실행을 야전에서 초단위, 분단위로 할 수 있느냐다. 전쟁의 결정적인 승부처는 단 몇 초만에 지나가버릴 수도 있다.

 

그 몇 초 사이에 대장이 지휘를 해서 이쪽을 막고, 저쪽을 뚫고, 저쪽을 지원하고, 이쪽을 차단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묵특과 척계광과 구스타프 아돌프는 공통적으로 엄격한 군율을 적용하여 그것을 해결했다. 그런데 그들은 처음부터 왕이거나 혹은 지휘관이었다. 반면 징기스칸은 맨손이었다. 아버지도 없고 친척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여자와 어린이로 구성된 10여명의 가족을 소년 징기스칸이 혼자 책임져야 했다.

 

불패의 군대를 만들려면 고도의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병사들을 설득하여 말을 듣게 하려면 병사들이 자신을 신임하고 따르게 해야 한다.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한 명을 설득하여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하기도 어려운게 세상의 이치다.

 

유목민은 넓은 평원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므로 누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면 추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유목민은 원래 의심이 많고 배신을 밥먹듯이 하고 족장의 말을 들을 뿐 남의 말은 듣지 않는다.

 

더군다나 가족들이 군대 근처에서 목축하고 있으므로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전리품을 챙겨서 가족들의 게르를 드나드는 식이니 통제가 안 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2로 1을 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판단, 결정, 실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으므로 야전에서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들 판단하지 않고, 결정하지 않고, 실행하지 않는 전쟁을 모두가 하고 있었다. 전투를 처음 시작하면서 북을 울려 진격을 명령하고는 끝날때까지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는다.

 

이 허무한 전쟁을 종식시키고 제대로 된 전쟁을 하려면 일단 말을 듣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을 얻어야 한다. 어떻게 사람을 얻을 것인가? 덕이 높은 군주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천하의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대사를 도모하는 것은 만화와 소설의 공식이다. 그러나 천만에. 그것은 불가능하다.

 

덕이 높고 능력이 있는 인재는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들은 거꾸로 징기스칸을 부려먹으려 한다. 빈털터리 20대 청년 백수에 지나지 않는 징기스칸 밑에 들어갈 바보 인재는 없는 것이다.

 

징기스칸의 맹장들은 천하의 인재가 아니라 집안의 형제거나 혹은 친구거나 하인이었다. 혹은 전쟁터에서 우연히 발탁되었다. 그들 중 한 명도 징기스칸을 배신하지 않았다. 충실하게 징기스칸의 말을 들은 것이다. 그들은 징기스칸이 앞으로 가라면 앞으로 갔고 뒤로 가라면 뒤로 갔다. 징기스칸의 군대는 초단위, 분단위로 그것이 가능했다.

 

징기스칸의 명장 젤메와 수부테이 형제는 집안의 종이고, 보오르추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꼬마고, 활의 명수 카사르는 한때 형을 능가할뻔 하다가 혼이 난 징기스칸의 아우이고, 도끼의 달인 벨구테이는 배다른 아우다. 다 비슷비슷한 집안 식구요, 동네 애들이었다. 뛰어난 인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오히려 시스템에 잘 적응한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 징기스칸은 천하의 인재를 고루 등용했다. ( X )
◎ 징기스칸의 부하들은 그냥 집안 식구였다. ( O )

 

당시 몽고 인구는 적었고 초기에는 전투규모가 작았으므로 인재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징기스칸이 왕이 되어 널리 인재를 모집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우연히 모인 동네 애들이 징기스칸의 시스템에 적응하자 모두 영웅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만 해도 그렇다. 주워모은 퇴물로 막강한 팀을 만들었다. 양키즈나 요미우리처럼 많은 돈을 들여서 천하의 영웅호걸을 끌어모아 벤치에 앉혀놓는 것이 아니다. 다른 팀에 갔다면 주전에 들지도 못할 애들을 데려와서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 놓는다. 그게 가능하다.

 

척계광은 처음 원앙진을 시험할 때 도시의 양반집 자제 수 천명을 모아 훈련시켰으나 실패했다. 그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농민의 자제들을 모아 훈련시켰는데 이번에는 병사들이 말을 들어먹었기 때문에 무적의 군대를 만들 수 있었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처음으로 징병제를 실시하여 농민의 자제를 모아 군대를 편성했는데 이게 당시로는 충격적인 실험이었다. 전쟁은 원래 귀족의 자제들로 편성된 기사나 직업적으로 전쟁을 하는 용병들을 고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농민은 겁먹고 도망칠 것이 뻔하므로 종자로 데리고 다니며 밥이나 짓게 하거나 혹은 방진의 가운데 넣고 총알받이로 쓰는 정도였다.

 

◎ 다른 모든 장군들 – 귀족이나 용병만이 제대로 된 전쟁을 할 수 있다.
◎ 징기스칸, 척계광, 구스타프 - 평범한 사람을 시스템에 맞게 훈련하면 무적의 군대가 된다.

 

농민으로 군대를 만들면 애초에 군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구스타프 아돌프는 그것을 해냈다. 뿐만 아니라 귀족군대, 용병군대를 손쉽게 격파해 버렸다. 왜? 훈련된 농민이 대장의 명령을 따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라면 앞으로 가고, 뒤로 가라면 뒤로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거 쉽지 않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배한 이유는 명성도 높은 그의 근위대가 갑자기 후퇴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라고 했는데 뒤로 가버린 것이다. 오직 15세 소년병들만 나폴레옹의 명령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구스타프 아돌프의 농민군대는 달랐다. 격전 중에 구스타프 아돌프가 전사하자 지휘부는 그 소식을 감추었지만 곧 부대 전체에 비밀이 새나갔다. 병사들은 왕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자 흩어져서 도망치는 커녕 그 반대로 행동했다. 다들 목숨을 내던져 돌격한 것이다. 나폴레옹의 근위대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척계광의 원앙진처럼, 구스타프 아돌프의 징집병처럼 앞으로 가라면 그냥 앞으로 가고, 뒤로 가라면 그냥 뒤로 가는 군대가 있다면, 나폴레옹 군대의 15세 소년병처럼 묵묵히 자기자리라도 지켜주는 군대가 있다면 무적이다. 어떤 전쟁도 이길 수 있다.

 

대개 전쟁에서 지휘관이 지는 전쟁을 하는 이유는 병사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말을 듣는 상황으로 판을 꾸리다 보니 선택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를 취하고 1을 치면 되는데 병사들이 말을 안들어서 2를 취하지 못한다.

 

넓은 들판에 방진을 치고 사방에 귀족을 세워 가운데 기어있는 농민군이 도주하지 못하게 막는다. 만약 도주하는 병사가 있으면 기병들이 말타고 쫓아가서 죽인다. 이런 방법을 쓰므로 자유자재로 공수전환을 할 수 없다.

 

징기스칸은 말을 듣는 군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징기스칸의 첫 번째 작업은 전리품 획득을 위한 대오이탈을 금지시킨 것이다. 원래 유목민은 승리가 확실해지면 각자 흩어져서 약탈을 하는데 그것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게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유목민들은 모두 족장을 섬기는데 군대는 족장연합 형태로 되어 있으므로 징기스칸의 명령을 들을 이유가 없다. 징기스칸은 족장을 제거하고 자신의 동생들과 하인들, 직속 부하들에게 지휘를 맡겼다.

 

부족을 없애고 만호 단위로 편성하여 몽골울루스에 통합시켰다. 이전에는 각기 자기 부족에 속해 있었으나 이후 모두가 몽골울루스의 일원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이다. 판단, 결정, 실행이 제대로 된다면 무조건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지점에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야전에서 먹히지 않는다.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지휘관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병사들이 도주해 버린다. 일제사격을 하려면 대장의 사격명령을 기다려야 하는데 적이 나타나면 겁먹고 본능적을 방아쇠를 당기는 졸병이 항상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손발이 잘 맞는 팀이 필요하다. 팀원은 적어도 좋다. 모범이 되는 완벽한 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그것을 복제하여 모든 부대원이 같은 형태로 조직되게 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한다.

 

징기스칸은 먼저 가신 위주로 최고의 팀을 만들었다. 천하의 인재를 두루 영입하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는 다양한 인재를 고용하지만 핵심은 친족집단 위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함께 발주나 호수의 흙탕물을 마시며 맹세한 19명이었다. 인원숫자와 상관없이 진짜 말 듣는 사람으로 최고의 팀을 만든 다음 이를 복제하여 시스템을 조직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그 19명이 역시 그러한 19명을 만드는 식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조조는 어떤 의사결정이든 반은 자기사람을 심어 과반수를 이루었다. 의견이 나누어질 위험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부하를 전쟁터에 보낼때는 자기가문에 속한 사람과 외부에서 들어온 부하를 둘씩 짝지어 보낸다. 한중에는 하후연/장합을 보내고, 완에는 조인/방덕을 보내고, 대군에는 조창, 전예을 보내고, 합비에는 하후돈/장료를 보내는 식이다.

 

조씨와 하후씨는 원래 한 집안이다. 조조 집안은 원래 하후씨인데 조씨로 바꾼 것이다. 반드시 둘을 짝지어 보내고 그 중에 한 명은 자기 가문 사람인 조씨와 하후씨로 했다. 자기 직계가 약하면 팀은 절대로 깨진다. 무엇인가? 최고의 팀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자신이 직접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거다.

 

멍청한 군주가 뛰어난 재상을 등용하여 성공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반드시 리더가 강해야 한다. 바보 영삼이 인사가 만사가 되는 일은 없다. 영삼의 인사는 망사일 수 밖에 없다. 어떤 리더이든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할 수 없고 고용해도 안 된다.

 

만약 리더보다 똑똑한 인재가 기용되면 그 사람은 반드시 리더에게 올라가는 보고를 중간에 차단하여 리더의 귀를 막는 작업부터 한다. 그래야 리더의 불필요한 간섭이 없이 전권을 가지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자기사람 심기부터 착수한다. 그러다가 팀은 망하고 만다.

 

징기스칸은 항우와 같은 싸움꾼이 아니었다. 활은 동생 카사르가 더 잘 쏘았다. 실제로 카사르를 왕으로 옹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정복은 징기스칸의 사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징기스칸의 부하들은 모두 불패의 장수였으며 그들은 징기스칸이 직접 키운 동네 애들이었다.

 

징기스칸은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스템은 백전노장들로 이루어진 용병이나 명예를 중요시하는 귀족이 아니라 평범한 농민이 더 잘 해낸다는 거다.

 

전쟁은 세력전, 조직전, 돌파전, 기동전, 동원전이 있다. 동원전은 노예를 방진에 가두어 도주를 차단하는 방법인데 이 경우 판단, 결정, 실행이 불가능하다. 전투 중에 임의로 전술목표를 바꿀 수 없다. 대장은 계속 북을 치는 수 밖에 없다. 공격을 명령했다가 스톱시키고 좌향좌나 우향우를 할 수 없다.

 

난전 중에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징기스칸은 그것을 해냈다. 화살신호 하나로 대군의 진로를 바꾸고 목표를 바꾸고 부대를 쪼개서 다른 방향으로 보낼 수 있었다.

 

기동전은 유목민의 전술이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지만 기동전을 하려면 고도의 승마술이 따라야 하므로 그들을 어려서부터 키운 씨족장에 지배된다. 씨족장은 그들의 삼촌이거나 아버지다. 아버지 말을 듣고 대장 말을 안 듣는다. 그러므로 통제할 수 없다는게 기동전의 딜렘마다.

 

고대 그리스, 로마부터 기병을 팔랑크스의 양날개로 붙였지만 그들은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족이었고 도망치는 병사를 죽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말을 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병들을 향해 사지로 돌격하라고 명령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과 초패왕 항우는 전투의 맥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승부처가 되는 한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다. 그 한순간에 전력을 한 지점에 집결시켜 강력한 돌파를 행하면 적진은 두동강이 난다.

 

여세를 몰아 적을 각개격파 한다. 전쟁은 아침부터 지루하게 활이나 쏘며 팽팽하게 대치하다가 항우가 말을 달리는 한 순간에 갑자기 대살육전으로 변한다.

 

아침부터 계속 신경전을 벌이며 적에게 고도의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결정적인 접전은 자제하다가 적이 빈틈을 보였을 때 갑작스런 쇄도로 본진을 들이쳐서 바로 적군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알렉산더는 완전히 전세가 불리해 진 상황에서도 지극히 짧은 한 순간에 페르시아군의 대형 사이에 생겨난 작은 빈틈을 보고 기병으로 쇄도하게 하여 다리우스 황제를 도주하게 만들었다. 페르시아군의 대형은 곧바로 붕괴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승패가 결정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그 한 순간 밖에 군대를 움직일 수 없다. 계속 그런 식으로 반복할 수는 없다. 수 만명의 대군이 뒤엉켜 있는데 앞으로 가라, 뒤로 가라, 이랬다 저랬다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몽골군은 해낸다. 경기병과 중기병이 차례로 교대하고 중간에 말을 바꿔타며 늑대무리가 사슴을 몰이하듯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 적이 멈추면 주변에서 강궁을 쏘아댄다. 적이 추격해오면 무질서하게 도주한다.

 

그러다가 추격해오는 적의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지면 그 선두를 낼름 잘라먹는다. 이 과정을 되풀이한다. 김성근 감독 작전 내듯 쉴새없이 화살로 신호하는 명적이 오르고 쉴새없이 깃발이 움직이며 쉴새없이 대형이 바뀐다. 정신 못차릴 정도다.

 

중무장한 독일군이 대오를 갖추고 전진해오면 소년군이 마상재를 선보인다. 말 위에서 온갖 묘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 놀라운 솜씨에 눈이 휘둥그래져서 구경하고 있으면 소년병은 문득 자취를 감추고 갑자기 경기병이 나타나서 원거리에서 화살을 쏘아댄다.

 

그러다가 문득 사라지고 이번에는 중기병이 나타나서 근접공격을 시도한다. 이렇게 몇차례 반복해주면 약이 오른 독일군이 돌격을 감행한다. 몽골군은 언덕너머로 사라진다. 언덕너머로 추격해간 독일군의 선두는 녹아 없어졌다. 이런 식의 완전히 갖고 노는 전투를 밤낮없이 계속한다.

 

몽골군이 아니면 이런 식의 조직전은 불가능하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던 부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대오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대오가 붕괴되면 병사들은 흩어지고 전쟁터는 순식간에 살육장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므로 대장은 전황이 불리해도 판단, 결정, 실행을 할 수 없다. 그저 기도나 하는 수 밖에.

 

징기스칸은 평생 40여 회의 전투를 치르면서 한 번도 같은 전술을 두 번 써먹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계속 판단, 결정, 실행을 한 것이다. 다른 장군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전투때마다 작전을 바꾸면 병사들이 헷갈려서 못 따라오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일점포격에 의한 종심돌파후 각개격파 작전을 계속 고집했고, 한니발도 특유의 포위전을 고집했다. 같은 방법을 계속 쓰니까 결국은 전술이 적군에게 알려져서 패배한 것이다.

 

징기스칸은 누구나 배우면 써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고, 그 시스템은 무궁한 변용이 가능한 열린 시스템이었으며 거기서 무수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머리가 좋아서 기가 막힌 꾀를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이든 적응이 가능한 열린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가 막힌 꾀는 적을 속이는 거다. 징기스칸은 구태여 적을 속이지 않았다. 다만 적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단을 만들어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보급에 쫓기거나, 도망병을 걱정하거나, 부하의 배신을 염려하거나 하는 리스크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뛰어난 능력은 제갈량 혼자만의 것이다. 징기스칸 부하들은 그냥 동네 애들이지만 모두 능력을 발휘했다. 징기스칸이 만든 시스템에 합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농민도 징기스칸, 척계광, 구스타프 아돌프 2세, 이순신 장군 밑에 있으면 불패의 사나이가 된다. 이것이 시스템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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