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미본위 食美本位
보아서 아름답고,
냄새를 맡아 향기로우며,
먹어서 맛있는 것이 요리다!
일본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이 ‘식미본위’의 미식 여행에 있지 않나 싶다.
이번 큐슈로 떠난 여행에서도 료칸여행의 백미인 가이세키 정식을 맛봤는데,
일본어도 모르고 일본요리의 기본도 모르지만, 음식 하나 하나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그 어느 것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이세키 요리
가이세키 요리, 즉 회석(會席) 요리는
복잡한 혼젠요리(本膳料理-일본 전통의례 요리)를 간소화한 코스요리로,
위에서 말한 식미본위(食味本位)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일본 요리라고 한다.
중요한 모임이나 접대를 하는 자리에서나 잡솨 볼 수 있는 음식인데,
나 같은 평민이 가이세키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바로 이 료칸여행 되시겠다!
킷카테이 료칸의 가이세키 정식
가이세키 요리에는 대체적으로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보통 제철 재료를 주로 사용해 신선한 맛을 내지만,
철이 지난 계절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흐르는 시간’을 음미할 수 있게 하는 가이세키의 센스라고나 할까?
2. 그릇과 장식에도 계절이 담겨 있다.
그릇에도 계절을 담는다는 가이세키 요리!
따라서 각 계절에 맞는 접시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일반 식당의 것보다 어림잡아 4배나 큰 그릇이 나오는 것이고,
큰 그릇 창고를 따로 보유하고 있는 음식점도 많은 것이다.
단풍, 벚꽃, 눈 등 그 계절이 드러나는 접시에 정갈히 음식을 담고
계절의 정취까지 만끽 할 수 있으니, 가이세키는 진정 욕심쟁이~ 유후훗~! >_<
3. 육미(六味), 오색(五色), 오방(五房)의 균형을 맞춘다.
우리가 아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의 오미에,
가이세키는 육미로서 감칠맛까지 지니고 있다.
각각의 재료가 재료 본연의 맛은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신기할 정도로 맛있는 조화를 이루는 점도 놀랍다.
이것이 진정 가이세키의 진수가 아닐까?
덧붙여 오색은 흰색, 검은색, 녹색,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오방은 구이, 조림, 찜, 튀김, 회를 의미한다고 한다.
4. 배 부르기 직전까지의 양만 담아낸다.
가이세키는 코스요리다.
보통 5가지부터 7, 9, 11 등 홀수로 코스가 나오는데,
이 모든 음식을 다 먹어도 왠지 배가 더부룩 하지 않다.
코스의 가짓수에 따라 배부름의 정도가 다른 것도 아니다.
보통 가이세키 요리를 다 먹었을때 (디저트까지)
어느 정도까진 80% 정도의 포만감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긴 식사 시간 (2시간~2시간 30분) 덕도 있겠지만,
딱 적당히 나오는 음식의 양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참 절묘하단 말이지~ 후훗!)
가이세키 요리의 순서
프랑스 요리를 먹는 데도 순서가 있고,
이탈리아 요리를 음미하는 데도 순서가 있듯이
가이세키 요리를 먹을 때도 기본적으로 알아둬야 할 순서가 있다.
1. 사키츠케 (전채요리)
식전 요리로 맛 좋은 재철 재료를 조금씩 담아 낸다.
2. 스이모노 (국물요리)
다음 코스인 생선회를 먹기 전 맑은 국으로 속을 따뜻하게 데우는데,
이는 입안의 잔맛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3. 오즈쿠리 (생선회)
여기부터 본격적인 요리의 시작이다.
세 가지 혹은 다섯 가지 회가 나오는데, 역시 가장 신선한 제철 횟감을 사용한다.
흰살과 붉은살 생선이 나오는데 먹는 순서는 흰살부터~ (허나 난 맛있는 것부터! ^^)
4. 야키모노(구이)
제철 생선을 직화로 구운요리~!
꼭 생선이 나오진 않고, 송이가 나올 때도 있고,
새우나 굴 등 다른 구이가 나오기도 한다.
요놈은 무엇일까낭~? <정답은 “은어”>
5. 니모노 (조림)
간장 또는 된장에 졸인 음식이다~
그렇다고 너무 짜지도 않고.. 요런게 감칠맛? >_<
6. 특별요리
7코스 이상의 가이세키에서 품수를 늘릴때 나오는 음식으로
튀김(아게모노), 찜(무시모노), 식초로 절인(스노모노) 음식이 추가된다.
7. 쇼쿠지 (식사)
코스의 마지막은 역시 식사!
갓 지은 밥으로~ 킷카테이의 경우 개인용 밥솥이 준비가 되어 있고,
쇼쿠지의 순서에 딱 맞게 밥이 되도록, 연료양을 조절해서 둔다.
8. 디저트
전통 가이세키의 디저트는 역시 전통적인 제철 과일과 차를 내는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아이스크림 셔벗 등을 내기도 한다.
킷카테이에서도 뭔가 퓨전의 느낌이 강한 디저트가 나왔는데,
현대식으로 맛을 낸 일본의 맛이랄까?
일본 대지진 이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까운 이웃나라여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고…
일본의 진미를 맛보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가고 싶지만,
재난에 힘들어하는 국가에 놀러가는 마음이 마냥 편할수만은 없고,
또 한편으로는, 가서 여행을 하고 소비를 하며
일본이 여행하기에 전혀 위험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 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 이웃국가 일본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하게 된다.
어느 쪽이 옳은 일인지…그 옳고 그름이야 가릴 순 없지만…
일본 대지진에 고생하는 분들이 하루 빨리 안전하고,
평온한 삶으로 돌아올 수 있길 기도한다.
추신. 오늘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음식을 그림으로나마 쫙~!
푸짐한 한상, 여러분에겐 어떤 계절이 보이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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