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노 대통령 죽음으로 내몬 보복극, 이렇게 시작되다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5. 21. 13:01

본문

 

노 대통령 죽음으로 내몬 보복극, 이렇게 시작되다
(양정철닷컴 / 2011-05-20)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봉하에 방문조사를 온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국가기록물이나 빼돌린 잡범으로 몰기 시작합니다. 중요자료를 폐기한 비겁한 지도자로 조작하기 시작합니다.

그 흉계를 이루기 위해 없는 사실을 날조합니다. 멀쩡한 진실을 뒤바꿉니다. 여론재판을 시작합니다. 모셨던 참모들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기소를 시작합니다.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사건이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끔찍한 정치보복극의 시작이었음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의 종착지가 노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로 이어질 줄을.
 
가까이 있었던 참모들조차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그 정치보복극이 전임 대통령의 비극적 종말로 끝날 때까지 계속될 줄을.

2008년 벌어진 기록물 사건은, 단순한 기록물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나 사실관계 다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기록물 하나 내놓으라는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요구한 건 전임 대통령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이 사건을 전후로 이명박 정권은, 노 대통령 참모들을 잡아넣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정보기관들의 총력전이 뒷조사로 집중됐습니다. 총체적인 정치보복 작전의 작은 전조에 불과했던 게 기록물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기록물 사건에서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줬습니다. 모든 모욕을 감수했습니다. 이 일로 곤욕을 치르는 참모들이 안타까워, 스스로 모든 걸 안고 감당했습니다. 나중에 그의 선택 또한 그랬듯이 말입니다.
 
 

또 다시 바보 노무현


2008.07.14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


‘한국에서 전직대통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명예일까, 멍에일까?’

봉하로 향하는 길, 장대비가 갑자기 퍼붓는 문경새재를 넘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입니다. 고향마을로 돌아가, 이제야 비로소 소박한 평화와 안식을 찾은 분. 그러나 그조차 허용되지 않는 최근 상황. 그런 그에게 이 나라에서 전직대통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봉하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국가기록원 담당자들이 봉하마을을 찾은 날, 사저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심경은 착잡했습니다. ‘노엽지 않으십니까?’ 어리석은 질문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여쭙지 않았습니다.

심경이 번잡할 만도 한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처럼 화포천 복원문제를 챙기고, 김해시장과 통화하면서 대책을 강구하는 대통령에게 차마 구차한 이 논란에 대해 한 마디도 질문하지 못했습니다.

오리농법을 두고 봉하마을 한 가구 한 가구의 처지와 농사형편까지 꿰고 열정적으로 말씀하는 대통령 모습을 보며, 엉뚱하게도 청와대 임기 마지막 해 막바지에 <이지원> 기록물 재분류를 위한 대통령 주재 회의장면이 오버랩 됐습니다.


‘825만 건’의 숨겨진 비밀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그 회의 내내 저는 불만스러웠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참모들이 못마땅한 기분을 숨긴 채 회의에 앉아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주눅이 들어 차마 반발을 못했지만 대부분 죽을 맛이었습니다. 몇 번의 반대의견이 대통령의 뜻으로 이미 꺾인 사안. 그것은 <이지원> 기록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07년 초부터 임기 마지막까지 청와대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업무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5년 동안의 방대한 청와대 자료를 몇 분류로 나눠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작업에 몇 달을 매달렸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분류가 허술하다고 하여 세부 분류작업을 다시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비서관들과 행정관들이 몇날 며칠 밤을 샜는지 모릅니다.

그 날 회의는 <이지원> 기록물 재분류를 결정한 대통령 주재 회의였습니다. 엄두가 안 난 행정관들은 물론 수석-비서관들조차 반발하는데도 대통령은 (호통보다 무서운 무심한 표정으로) 이호철 민정수석에게 ‘군기반장’을 맡겨, 대통령 지시대로 작업을 강행케 했습니다.

반발에도 이유가 있지만 강행에도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반대하는 참모들은 감당 못할 업무량, 공개에 따른 부담, 사후의 정무적 악용에 대한 우려 등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런 모든 문제를 대범하게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모든 기록물은 소상하게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 기억이 납니다.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모두 합친 33만여건보다 무려 25배가 많은 825만여 건의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은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입니다.


노 대통령의 자업자득

대통령은 재임 5년 내내 그 바쁜 와중에도 ‘기록물 매니아’ ‘시스템 매니아’로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습니다. <이지원> 시스템도 어찌 보면 정확한 기록을 위한 것이니, 대통령의 기록에 관한 집념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참모들은 대단히 힘들었지만, 역사를 대하는 그의 진지함과 책무감 앞에선 다소곳해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살아온 길이 그렇듯, 그는 사서 고생하는 분입니다. ‘바보 노무현’이란 애칭도 그래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찌 보면 다른 대통령들처럼 이관기록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사저로 가져가면 생기지도 않았을 문제일지 모릅니다. 더 나아가 그가 주도적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을 만들지 않았으면 더 간단한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쓴 웃음이 나는 건, 2006년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이 법안에 반대해 국회통과가 2007년으로 넘어갔고, 그로 인해 여러 준비와 논의가 늦어져 지금의 제도적 불비(不備)가 발생한 것인데도 그들이 이를 트집 잡는 코미디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오늘의 시비 역시 ‘바보 노무현’의 원칙과 대의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인지 모르겠습니다.


걷어찼던 선물을 무기로 집어 드는 심보

최근 시비는 한국정치의 퇴행적 장면이 반복되는 사건이란 점에서도 우울한 일입니다. 물러난 대통령을 정적(政敵)으로 보지 않는 한 생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통령은 우직하리만치 새 정부에 이관할 <이지원>과 기록물 정리에 공을 들였습니다. 이명박정부 인수위 출범 후 냉소적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를 다했습니다.

현재 청와대는 관심도 없다던 <이지원>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넘겼더니 켜지지도 않는다며 말도 안 되는 시비를 언론플레이로 흘렸습니다. 기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 참고할 게 뭐 있느냐는 시큰둥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진력을 다해 넘겼더니, 역시 되지도 않는 거짓주장을 언론플레이를 활용해 내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쪽은 선물이고 도리라고 한 일을 도리어 조롱하고 일축하던 청와대가, 이제 와서 그것을 무기로 삼아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딱한 일입니다.

 청와대 주장의 10대 허구

1. “자료를 빼돌렸다”

→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기록물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기록을 남긴 대통령이 자료를 빼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 빼돌릴 것이었으면 애초 그런 고생을 해서 자료를 남기지도 않았을 것.

2. “원본을 가져갔고 사본을 기록원에 넘겼다”

→ 국가기록원이 이미 진본을 갖고 있다고 밝힘.

3. “하드디스크를 빼서 봉하로 가져갔다” “봉하에서 현 청와대 시스템을 들여다보려 했다”

→ 당시 청와대와 현재 사저 시스템은 제조회사와 기종이 다르고 호환이 안 돼 불가능. 포크레인 부품을 가져다 자전거 부품에 쓰려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의 무지한 얘기.

4. “유령회사를 동원했다”

→ 유령이 아니라 실존 회사. 봉하마을 이지원시스템 유지보수 담당업체임. 과거 청와대 시스템 관련사업에도 참여. 현 정부 청와대도 시스템 개편 때 이 회사 관계자를 불러 의견청취. 자신과 얘기 나눈 사람을 유령으로 매도한 셈.

5. “열람은 되지만 소유는 안 된다”

→ 소유가 아닌 사본복사. 이는 당시 법제처가 사본복사도 열람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밝혀 하게 된 일. 또 열람도 못하게 하면서 소유를 문제 삼는 건 주객전도. 법이 정한대로 열람시스템을 구축해 주면 풀릴 일. 주소가 바뀐 전 주인에게 우편물이 가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야박한 횡포.

6. “기록원과 협의가 없었다”

→ 작년 8월부터 협의. 기록원은 열람시스템 구축의 예산상 어려움을 토로. 청와대측과도 협의. 협의 과정상의 청와대측 무례를 차마 공개하기 어려움. 요청한지가 벌써 몇 달째인데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다가 느닷없이 언론플레이로 뒤통수.

7. “온라인 열람은 보안상 문제소지. 성남 기록관에 직접 와서 보라”

→ 전직 대통령에게 동사무소 서비스만도 못한 불친절을 강요. 국가원수를 지낸 분에게 보안문제를 거론한다면 국가정체성 불신이자 나라체면 문제.

8. “정치활동 재개목적”

→ 오리농법, 장군차 재배, 하천 생태계 복원 등을 정치활동으로 보는 나라는 없음. 정치활동 계획 없음. 설사 계획이 있다 해도 청와대가 무슨 자격으로 법이 보장한 기록물 열람을 차단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연계하는지 의문.

9. “없앨 건 없애라고 지시한 동영상이 있다”

→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개인적 자료나 초안수준의 자료 등 가치가 없는 것은 없애는 것이 당연. 무슨 중대 기밀문서 파기를 지시한 것처럼 하지 말고 발언전문을 공개하면 될 일. 전임 대통령 기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밝혀야.

10. 기타 우수마발의 주장

→ “사이버 상왕 노릇” “인사기록을 가져가는 바람에 인사가 실패했다” “1년전부터 사본 유출 준비” 등의 주장은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없음.


대통령을 향한 무지와 편견

대통령과 대화하는 사이 사저 밖이 웅성거립니다. 또 나갈 시간입니다. 수 백 명이 모여 있습니다. 볕이 뜨거워 방문객들이 고생스러울 것을 염려한 대통령은 짧은 인사말로 그들을 배려하려 합니다. 그러나 질문이 계속 쏟아집니다.

질문 가운데 예민한 내용이 많습니다. 대통령은 말을 아낍니다.

고향에 내려온 몇 달 새, 평화로운 봉하마을 풍경과 달리 나라 안 정치적 환경은 대통령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뭐든지 거꾸로 가려는 정책, 쇠고기 협상 등 책임 덮어씌우기, 검찰의 수사행태, 최근의 기록물 시비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대통령은 절제하고 있습니다.

낙향한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사랑이 몰리면서 내외신 수 십 개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및 출연요청이 밀려 있지만 이조차 일체 고사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무지와 편견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무지와 편견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문제는 최근의 시비가 국가적으로 대단히 소모적이라는 겁니다.


문제해결은 청와대 사과와 열람권 보장

최근 시비의 본질은, 기록물과 시스템에 대해 무지한 청와대의 무례하고 무분별한 정치공격이라는 점입니다. 이 문제 해결책은 법이 보장한대로 전직 대통령에게 열람권을 허용하면 될 문제입니다. 법이 정한 열람권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불법 운운하는 것은 악의적입니다.

몇 발 물러서, 법적인 문제는 서로의 해석이 다르고 법과 제도상의 미비한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칩시다. 이는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따질 수 있고 다듬을 수 있는데, 정작 문제의 본질인 열람권에 대해선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이 거짓사실을 유포하는 건 국가 중추기관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사과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행태에선 문제해결 의지 없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만 비칩니다. 흠집내기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대한민국 청와대가 그리 할 일이 없다면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길, 현직 대통령의 길

우리 사회 불행 중 하나는 전직 대통령문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국가적으로 큰 일이 있을 때 전직 대통령들이 한 모습으로 나서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미국의 예를 보면서 대통령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향에 내려가 농사짓고 소박하게 사는 전직 대통령에게 수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파의 문제, 정치세력 간의 유불리로 해석할 일이 아닙니다. 그가 누구든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전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일입니다.

노 대통령인들 정치적으로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회한과 미련이 없을까요. 그러나 훌훌 털어버리고 고향에 내려가 이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 가는데 진력하는 전임자에 대해 청와대가 할 일은 박수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식의 정치적 시비여서는 곤란합니다. 협량한 처사입니다. 무엇에 위협을 느끼는지 알 수 없어도 말입니다.


명예조차 멍에로 삼는 대통령

봉하마을을 떠나면서 대통령에게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고 서울로 향합니다. 불볕더위에 찾아온 여러 사람들을 성심으로 대하느라 분주하게 오가는 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빼앗고 싶지 않았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에도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했던 분. 그 분에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아무 말씀 안 해도 ‘역사 앞에 길게 보면 얼마나 구차하고 민망한 일’로 느껴질까요.

그러나 대통령은 늘 털고 싶어 하면서도, 기실 어떤 사소한 책무라도 회피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도 그럴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전직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 그것이 멍에인지 명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멍에를 명예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명예조차 멍에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역사 앞에 맡긴 채 우공이산의 길을 묵묵히 가려하고 있습니다.

제발 그의 길을 소리(小利)와 소탐(小貪)으로 막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로 오는 길에 또 다시 퍼붓는 폭우에 제 마음을 씻겨 버리며 가져본 소망입니다.


양정철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5051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