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윤선희 | 입력 2011.04.24 06:03 | 수정 2011.04.24 16:47
"수익성.건전성 크게 호전돼 위기는 없다"
"월별 현금서비스 한도 단계적으로 규제해야"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신용카드업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제2의 카드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카드 사태가 일어난 지난 2003년과 비교할 때 최근 신용카드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의 여건이 양호하고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도 강화해 카드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신용카드업은 다른 나라와 달리 카드 한 장으로 언제든 외상으로 제한없이 현금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재앙이 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카드사태의 재현을 막기 위해서는 월 현금서비스 한도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03년 카드사태..`경제살리기' 정책이 화근
2003년 카드 사태는 `김대중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대폭 풀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한 데서 촉발했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70만원이던 현금대출의 월 이용 한도를 폐지한 것이 카드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신용카드사들은 대학생이나 실업자 등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도 카드를 발급해주는가 하면 `길거리 회원 모집'을 통해 신용등급 등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남발했다. 현금서비스 이용 한도도 무제한 늘려줬다.
저신용자들은 수수료가 원금의 최고 30%에 육박하는데도 담보나 신용없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현금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카드를 소지하다 보니 소득보다 많은 현금서비스를 쓰는 과소비가 퍼져 나갔던 것이다. 민간소비 가운데 카드결제 비중은 1990년 5.6%에서 2000년 24.9%, 2002년에는 45.7%까지 뛰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수는 1999년 1.8장에서 2002년 4.6장으로 늘어났고 전체 신용카드 발급 수도 같은 기간 3천899만3천장에서 1억480만7천장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1999년 90조원대에 머물던 카드 이용실적도 2002년에는 623조원에 육박했다.
◇ 급격한 부실..신용카드업 구조조정
그러나 카드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카드사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정부가 뒤늦게 길거리 모집 금지 등의 규제에 나섰지만 사태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카드사의 실질 연체율은 2003년에 28.3%로 치솟았고 신용불량자 수는 400만명에 이르렀다. 13% 수준이던 카드사들의 자기자본비율은 -5.4%대로 추락했다.
급기야 카드사들은 부도 위기에 직면하자 구조조정에 나섰다. 국민카드는 2003년 모기업인 국민은행의 사업부로 흡수됐고 2004년 외환카드와 우리카드도 각각 모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카드에 5조원을 투입했고 LG그룹은 LG카드를 채권단에 넘겼다. 과당경쟁의 선두에 있었던 LG카드는 2007년 신한금융지주로 넘어가 신한카드와 합병됐다.
◇ 2011년 전후와 2003년의 다른점은
최근 다시 신용카드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카드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급 카드 수가 1억1천659만장에 달했고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도 평균 4.7장으로 2002년의 4.6장을 넘어섰다. 카드 연간 이용실적도 470조원을 넘어섰다.
또 하나은행이 카드사업부를 분사시켜 하나SK카드를 설립한 데 이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농협 등의 은행들도 카드사업부를 독립시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경영 실적이 양호한데다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도 강화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 소비자들은 카드빚 돌려막기보다 할인.적립 등의 서비스를 골라 쓰기 위해 다수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우량한 고객이 다수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말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는 신용등급 1등급이 5.06장으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2003년 카드 사태 때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비중이 50%를 넘어 실질 연체율도 28.3%에 달한 반면 현재는 신용판매 비중이 30∼50%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연체율도 1∼2%에 불과하다.
또 다중채무자 금융정보 공개, 카드사의 충당금 적립 기준 상향 조정 등의 정책으로 부실이 재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2003년과 작년말을 비교하면 카드자산은 77조3천억원에서 75조6천억원 수준으로 소폭 감소했고, 카드사들의 자기자본비율은 -3.3%에서 28.5%로 크게 개선됐다.
28.3%까지 치솟았던 연체율은 1.7% 수준에 불과한데다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7조7천억원 순손실에서 2조7천억원 순이익으로 전환되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현재 수익성과 건전성, 자금조달 여건 등의 부문이 양호해 부실 재발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신용카드업은 소비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면 유동성 경색과 연체율 급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카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현금서비스 한도 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금융당국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카드업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최근 카드 사태 재현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과도한 규제에 나서면 오히려 대란을 자초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자동인출기 등에서 카드 하나로 몇 백만원의 현금을 외상으로 빼서 쓸 수 있는 곳은 없다"며 "월 현금서비스 한도 규제를 예컨대 300만원, 200만원, 100만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고 계좌에 잔고가 있을 때만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직불카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돼 수익이 줄어들자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등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면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강제로 인하하는 것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ndigo@yna.co.kr (끝)
연합뉴스 | 최현석 | 입력 2011.04.24 06:03
"카드확장은 경쟁력.고객서비스 강화 포석"
"PF대란은 저축은행의 무리한 영업.88클럽 여파"
◇ `카드 분사'..은행 수익구조 최적화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내 우리은행 카드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하는 등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카드사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SC(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는 SC제일은행 내 카드사업부를 분리해 홈플러스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합작 카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협카드도 내년 사내독립법인(CIC) 체제로 운영하다 2∼3년 뒤 분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작년 하나금융지주의 하나SK카드 설립과 올해 3월 KB금융의 KB국민카드 설립에 이어 지주사들이 속속 카드사 설립에 나서는 것은 은행에 치중한 수익 비중의 균형을 맞춰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KB금융의 수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하지만 오래전 카드사를 분사한 신한지주는 은행과 비은행의 수익 기여도가 52%대 48%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은행 내 카드사업부 형태보다 분사를 선택하면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더 좋은 상품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은행 측은 주장하고 있다.
◇ 금융지주사들, "저축은행 PF 부실 연결은 억측"
금융계 일부에서는 지주회사들의 과도한 영업 경쟁이 결과적으로 저축은행 PF 부실 등 서민금융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영업에 나선 데 이어 카드사들이 신용대출과 서민금융을 잠식하면서 고유한 영업 영역을 빼앗긴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들이 PF대출로 발길을 돌렸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상동 연구센터장은 "대부업체와 카드사는 소액대출, 은행은 거액 및 기업 대출에 강하기 때문에 이 사이에 낀 저축은행들이 수익처를 찾기 위해 PF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들이 카드사에 영업 기반을 빼앗겨 PF에 눈을 돌리는 바람에 PF 대란이 온 것이라는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거래 고객의 신용도가 다른 만큼 서로 영업 분야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 권역별로 영업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주기 때문에 돈이 된다고 은행이 무조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수는 없으며, 거래 고객의 신용도도 저축은행과 다르다"며 "저축은행이 PF대출 때문에 부실해진 것은 영업권역을 침탈당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떠안는 리스크보다 수익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무리하게 PF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카드업계에서도 PF 대란은 저축은행들이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한 채 손쉽게 자산을 늘리고 고수익을 챙길 목적으로 세계적 금융위기 시기에 무리하게 PF대출을 늘린 탓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2006년 8월 도입한 `88클럽' 여신한도 우대조치가 저축은행 PF 대출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88클럽 제도는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 요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에 한해 법인 대출 때 80억원 이하라는 금액 제한을 해제해준 것을 말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이 카드 영업을 많이 해서 저축은행이 PF대출 영업을 했다는 주장은 나비가 날갯짓을 해서 PF대출이 부실해졌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88클럽의 여파로 자기자본의 20%까지 PF대출을 할 수 있게 된 저축은행들이 2006년부터 PF대출을 크게 늘린데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PF대출을 축소한 2008년 이후에도 은행이 중단한 PF대출을 유치하면서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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