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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법에 대해 : 맹목의 대중 열을 받아 슬슬 달아오를 때를 기다리면

◆자연운명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4. 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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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법에 대해   

2011.3.31  호호당의 김태규님

 

 

旭日昇天(욱일승천)의 기세라는 말이 있다. 동쪽 地平(지평)에서 아침 해가 하늘로 솟구치는 기상을 뜻한다.

 

이 뜻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아는 이 또한 드문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아침 해’가 동녘에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 욱일승천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늦은 오후 나절의 해가 그 威光(위광)을 한창 흩뿌리고 있을 때 욱일승천이라 느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후 나절의 해는 이미 그 絶頂(절정)을 넘긴 해이건만, 그제야 사람들은 욱일승천이라 말한다. 심지어는 서쪽 하늘로 지기 직전, 아름답고 붉은 그날의 마지막 光輝(광휘)를 빛내는 해를 보면서 그런 표현을 하는 이들도 있다.

 

旭日昇天(욱일승천)은 떠오르는 아침 해의 기상이고, 오후 나절의 이글거리는 해는 기껏해야 日在中天(일재중천)이며 서쪽 하늘에서 황혼을 만드는 해는 日暮西山(일모서산)인 것이다.

 

아침 나절의 해를 두고 사람들이 욱일승천이라 말하지 않는 까닭이 있다. 비록 그 빛은 밝아도 그로부터 느끼는 열은 뜨겁지가 않아서, 눈으로 보면서도 심한 경우 해가 떴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가 허다하다.

 

해가 푸른 하늘 한 가운데 떠서 그 빛을 마구 뿌려대기 시작해야 비로소 온기를 느낀다. 그래서 좀 빠른 이는 그를 두고 욱일승천이라 표현한다. 日在中天(일재중천)이건만 말이다. 남에 비해 변화와 흐름을 비교적 빨리 포착한 것은 맞지만, 그 판단이 틀렸음도 사실이다.

 

오후 나절의 해로부터 열을 실컷 받아서 일단 충분히 태양의 열을 느낀 연후에 해가 서산 능선에 걸리면서 그날의 마지막 황혼 빛을 뿌릴 때야 비로소 ‘와, 욱일승천이다, 아름답다!’ 하고 감탄하는 이가 대부분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그는 日暮西山(일모서산)의 해이고, 머잖아 서쪽 지평 너머로 떨어지고 곧 이어 어둠이 깔린다.

 

그러니 아직 어둑한 동쪽 지평에서 이제 막 새내기 해가 그 문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할 때 아, 해가 뜨는구나, 조만간 욱일승천의 기세를 나타내리라 감지하는 이는 역사 이래 지극히 드물다. 눈을 뜨고 있는 자만이 그 여린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뜨기 직전의 黎明(여명)에 이제 곧 해가 뜰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욱일승천의 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눈앞의 광경을 보지 못하면 그를 일러 먼눈, 즉 盲目(맹목)이라 한다. 맹목이지만, 해가 뜬 지 여러 시간이 지나서 열을 받다보면 해가 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歷史(역사)는 盲目(맹목)의 사람들이 엮어가는 ‘드라마’라 해도 좋을 것이다.

 

맹목의 드라마라는 말이 나온 김에 잠시 ‘막간의 광고시간’이라 치고, 옆길로 빠져본다.

 

盲目(맹목)에 癡情(치정)마저 얽혀 들면 난장판이 되고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니 역사책은 그런 장면들을 참으로 많이 보여준다. ‘막장 드라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정아 씨의 책으로 요란스럽지만, 시민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는 大衆民主主義(대중민주주의)야말로 실은 맹목과 치정의 더 없는 막장 드라마 ‘종결자’, 터미네이터일 것이다.

 

(물론 데모크라시 나쁘다는 것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청자의 수준이 문제일 뿐이다. 다만 이 또한 어제 얘기했던 역사의 장기적 합리성에 의해 서서히 개선되어질 것이라 본다.)

 

‘관음증’이란 말이 제법 유식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용되곤 하는데, 신정아 스캔들만 아니라 우리 정치야말로 더 없는 관음증의 대상물이 아니겠는가 싶다.

 

사실 신정아 스캔들보다 어제 우리가 보았던 ‘영남권 신공항’ 드라마가 더 요란한 스캔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오리지널 각본은 노무현, 각색한 이는 이명박, 출연자는 대구 시장과 부산 시장, 그리고 수다한 지자제의 조연들과 알바 엑스트라들. 삭발과 띠 두르고 눈비 내리는 날, 우거지 인상으로 허공에 주먹을 휘둘러대는 모습, 여기에 방송사들은 카메라 감독이자 염장 지르는 역할.

 

그러면 다시 야당은 악다구니 뜯어먹자고 숟가락 얹어보자고 발림 말 날릴 것이고, 여러 대선 주자들도 저마다 득실을 계산하면서 듣기 좋은 소리, 남 깎아먹는 소리를 할 것이다.

 

그럼 다시 미디어들은 후폭풍이다 뭐다 하면서 흥행 키울 것이고 워낙 익숙한 각본이고 정해진 공식이지만 막장 드라마의 각종 요소와 양념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어 익은 입맛을 만족시켜준다. 늘 먹는 조미료 듬뿍 친 김치찌개지만 여전히 잘 먹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제 광고시간 끝났으니, 본방 주제인 ‘세상의 변화 읽어내기’로 돌아오자.

 

黎明(여명)에 해를 기다리기엔 새벽 추위로 견딜 수가 없고 또 동쪽 지평의 旭日(욱일)하는 해는 盲目(맹목)이라서 그렇고, 오후 나절의 해 또는 황혼의 해를 보고 욱일승천이라 하는 것이 보통인 세상이다.

 

先覺者(선각자)란 黎明(여명)에 저 멀리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자를 말한다. 차가운 땅위에 서서 시린 손을 부비며 떨어야 하는 것은 선각자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선각자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旭日(욱일)하고 昇天(승천)하는 해를 보며 저 해가 조만간 중천을 지배할 것이라 내다보는 이를 先驅者(선구자)라 한다. 그러나 그런 선구자 또한 조심할 것이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盲目(맹목)의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을 미리 말해주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기에 그렇다.

 

해가 중천에 떠서 靑天(청천)하늘에 빛나는 白日(백일)일 때 이제 저 해가 진짜 떴다고 말하는 것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이제 기다릴 것은 하나밖에 없으니 준비할 시간임을 알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가? 맹목의 대중들이 열을 받아 슬슬 달아오를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미리 가게 앞 물을 뿌려 청소해놓고, 주방에선 각종 전 부쳐놓고 술 받아서 냄새 풍기고 있으면 조만간 고객이 들이닥칠 것이니 이건 돈이 되는 소리이다.

 

돈을 벌고 싶은가? 중천의 해를 보고 움직이면 된다. 이를 두고 얼리 버드, early bird 라고 한다. 실은 오후 나절의 늦은 새인데도 말이다.

 

권력을 잡고 싶은가? 저녁 무렵 울긋불긋 황혼의 해를 가리키면서 旭日昇天(욱일승천)의 해라고 열심히 부추기면 된다. 실은 詐欺(사기)지만, 금방 공감대가 형성되고 표 되고 돈이 되니 그게 권력을 누리는 길, 어쩔 수가 없다. (물론 금방 밤이 될 것이니 오래 죽치다가는 죽는 수가 잇다는 거.)

 

詐欺(사기)치는 것이 양심에 걸린다면 스스로를 속여라, 벌건 황혼의 해를 욱일승천한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라.

 

선각자가 되느냐, 선구자가 되느냐, 장사꾼이 되느냐, 사기꾼이 되느냐, 그건 어디까지나 그대의 자유이다. 다만 나는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법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참고하시고!

 

오늘 나 호호당이 다소간 시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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