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한국은 1990년대 일본 데자뷰
카이사르21 (success****) 2011.02.15 01:16
지구의 나이는 대략 46억년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 많은 생물들이 지구상에 나타났다 사라져 갔는데 지구상에 나타났던 생물들중 99.99%는 더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않고 멸종 했다고 합니다. 또한 생명체는 현재 보고된 것만 대략 200만종이 된다고 하는데 먼 훗날 이들 대부분은 아마 멸종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끊임 없이 멸종 되는 생명체가 있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새로운 종으로 서서히 진화하는 생명체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생명체가 물갈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환경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더워 졌다가 추워지기도 하고, 혜성이 출동하기도 하고 엄청난 지각변동이 생기기 때문이죠..
현재 지구는 간빙기인데 500만년후 또다시 빙하기에 접어 들어 오늘날 프랑스 파리는 북극해 연안의 동토지대인 툰드라처럼 변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그때 이 지구상에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요.. 아마 힘쎄고 싸움 잘하는 생명체보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생명체가 살아 남을 것입니다.
자연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원리보다 적자생존 (適者生存)의 원리 즉,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생명체의 손을 들어주니까 말이죠... 개인이나 국가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삼라만상은 늘 바뀌고 변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부터 도태되고 쇠약해 진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와도 같습니다..
제가 아는 지인중에 "비디오대여점"으로 성공했다가 "비디오대여점"으로 쫄땅 망한 선배가 있습니다. 90년 중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 전입니다... 그때 가장 장사 잘 되던 사업중 하나가 비디오대여점이였습니다.. 신프로가 나오면 며칠은 대기 해야 했고 하루라도 연체하면 연체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가 그당시 비디오 대여점을 좀 빠르게 시작했는데 그렇게 3년정도 장사를 하니 돈을 제법 벌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삽질을 하게 됩니다... 1999년도에 그동안 벌었던 돈을 전부 합치고, 빚까지 내서 두배 정도로 크게 확장을 합니다.. 당시 인터넷은 전화선을 사용했고 제일 빠른 모뎀으로 1메가 다운 받으려 해도 몇분이 걸리던 시절이였습니다.
아무리 다운 받는 속도가 느리다 해도 조금만 눈치 빠르고 시대의 변화를 읽었다면 디지탈 시대로 변하는 타이밍에 아나로그 사업에 몰빵하는 삽질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선배는 5년 정도 겨우겨우 버티더니 결국 파산하더군요. 비디오 대여점으로 돈 벌던 때만 생각만 했지 ,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몰랐던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에 결국 "비디오대여점"으로 흥해서 "비디오대여점"으로 망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앞으로 몇편으로 쪼개서 쓸려고 했더니 너무 질질 끄는 것 같고 저 또한 좀 식상함이 있고 해서
오늘 글로 일본 얘기는 끝내려 합니다..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의 핵심 단어는 바로 변화 입니다.
우리는 솔직히 일본을 통해서 많은 것을 잃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일본보다 늦게 움직인 탓에 일본에게 터지고 억울한 일도 많이 당했지만
늦게 움직인 덕분에 일본을 통해 타산지석(他山之石)할 수 있고 반면교사 (反面敎師)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본은 90년대를 정점으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처럼 경제성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은 거의 매년 10%씩 성장하는데 일본은 거의 20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했습니다.
20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도 세계경제에서 빅3에 속한다니 대단하긴 합니다..
하지만 20년동안 성장을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했다고 하니 남의 나라긴 하지만 한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돌아 가는 것을 보면 꼭 남의 일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지금 1990년대 일본이 삽질을 하기 시작할즈음과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비디오대여점으로 성공했다 비디오대여점으로 망한 선배의 얘기를 잠깐 했습니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일본이 패망한후 복구 과정에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때 경제인, 정치인, 관료가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며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 했습니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일념하에 정치인과 관료들은 키워줘야 할 기업을 선별하여 온갓 혜택을 주며 빨리 따라 잡으라며 독려하기도 하고 반칙을 써가며 도와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정치인과 행정관료들에게 혜택을 받은 기업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정치인에 정치 자금을 대주며 관료들에게 활동비를 대주면서 서로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이 생겨 나게 됐지만 이로인해 재벌체제를 강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정치인, 경제인,관료의 시너지 효과가 정경유착이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질하게 되었습니다.
변화를 해야 할 때 변질을 하게 된 것이죠..
금권선거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단어입니다.
그러나 사실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본고장은 일본입니다..
뒤쳐진 자가 앞서간 자를 따라 잡을때 사용하던 정치인+ 경제인+ 관료의 협력체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변화해야 할 때 변화를 하지 못하고 변질을 하게 되어 경제인은 정치인에 돈을 대주고, 돈을 받은 정치인은 뒤에서 경제인에 온갓 혜택과 부조리를 행하는 이상한 형태로 변질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가 정경유착 금권선거로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지만 일본이 이에 못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듣기 전인 1976년 일본에서는 다나카 수상이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기도 했고 1992년 사가와규빈 사건으로 수많은 정치인이 비리에 연루되어 자민당이 38년만에 정권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정치인과 경제인의 검은 거래와 비리, 부정부패가 왜 무섭냐면 중요한 순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삽질을 하게 되기 때문 입니다.
1980년대 일본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나라 였습니다.
일본땅을 다 팔면 미국을 다 사고도 남을 정도였고 넘쳐나는 달러를 주체 못할 정도 였습니다.
당시 소니같은 전자회사는 세계 최고 였고, 토요타도 세계 최고 였고 왠만한 제조업은 일본이 세계 TOP이였습니다..
그러다 자산 버블의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부동산 불패신화"가 있듯이 당시 일본에는 에도시대 이후로 토지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토지불패신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은행들은 토지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고 토지 평가액의 120%까지 대출해주는 말도 안되는 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당시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토지불패신화가 강력했나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70, 80년대 일본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 붐 세대(1946~ 1949년 출생)가 서서히 일선에서 물러날 시점이였습니다.
사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46~64년 출생)의 은퇴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무튼 버블의 형성과 인구 구조적으로 버블을 유지하기 힘든 타이밍에 토지신화가 붕괴 되면서 거품이 꺼집니다..
그 과정가운데 일본정부는 그야말로 삽질을 합니다.. 토건족과 정치인의 검은 커넥션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수가 없었습니다. 뇌물을 받아 먹고 정치자금을 받고 당선된 정치 관료가 그들을 죽여야 하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는 노릇이죠.. 부동산 거품 붕괴로 파산을 해야할 토목 건설회사에 경기부양이라는 빌미로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었지만 결국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막대한 정부 부채만 떠 안게 되었습니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9차례 경기부양책을 통해 124조엔이라는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 입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의 지금 모습이 1990년대 일본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서서히 은퇴를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부동산불패신화의 추억에 젖어 있습니다..
다들 전세가격이 오른다고 호들갑을 떠니 집값이 더 오르는것 아니냐고 속아 주기도 합니다..
며칠전 저희 직원중 한명이 아파트를 지르더군요.. 전세가격이 올랐다고 짜증나서 2억을 빚내서 샀답니다..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망하게 생긴 건설업체 지원자금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 수질개선한다고 수조원이나 퍼붓는다면 그걸 누가 곧이 곧대로 믿을까요...
아무튼 이 대목도 1990년 일본 정부의 삽질과 매우 비슷합니다..
1990년대 일본 수출대기업은 세계 TOP 이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수출대기업은 세계 TOP 클래스 입니다.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그야말로 잘나갑니다.. 자랑스럽긴 하지만 너무 잘나가는 모습이 왠지 일본 데자뷰 같아 보여 찜찜합니다. 1990년대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정점이였고 지금 우리나라도 아직 버블이 잔뜩 끼어있습니다.
1990년대 부동산 경기가 꺼질때 일본정부가 다 죽어가는 좀비 토건족 생명을 연장하느라 나라 살림 말아 먹었는데 , 지금 우리나라 정부가 천문학적인 빚을 내면서 다 죽어가는 건설업체 생명 연장하는 것을 보면 왠지 일본 데자뷰 같아 보입니다.
사상 최대의 미분양이 쌓여 있는데 신기하게도 파산했다는 건설업체 소식은 잘 들여 오지 않습니다..
아마 4대강 근처에서 포크레인으로 눈먼 돈을 끌어 담고 있겠죠....
2010년대 한국은 1990년대 일본의 데자뷰 입니다.
모든 부분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은 데자뷰처럼 보입니다...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이고, 일본경제는 내수시장이 수출시장보다 월등히 큽니다.
그만큼 펀더멘탈이 탄탄합니다.
일본 정부의 채권은 거의 자국민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채권국입니다.
이런 나라가 잃어버린 20년을 가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돈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상품권입니다.
내수시장은 볼 것도 없고 수출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가계부채는 세계 TOP 클래스고 정부부채 증가추이도 TOP 클래스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의 데자뷰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글을 쓰는 것 같네요..
아마 이렇게 묻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그 대답은 나랏님들에게 들어야 할 듯 합니다.
저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 나라를 움직이는 나라님들이 나라 살림을 어떻게 운영하나 지켜보면 자꾸 눈에 훤히 보이는 잔머리만 쓰시는것 같아 실망입니다.. 큰 머리를 써야할 분들이 앞이 훤히 보이는 잔머리만 쓰시고 계시니 일본데자뷰를 비켜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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