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識人(지식인)이 살아가는 세 가지 방식
2011.1.24 호호당의 김태규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知識(지식)이나 사물의 理致(이치)가 아니다. 살아오면서 느낀 바, 99 % 의 사람들은 그런 데 관심이 없다. 왜 그럴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니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나는 지식이 없거나 원리나 이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을 대하면 속으로 ‘아휴, 저 골빈 놈’이라 무시한 적이 많았고 심지어는 ‘이래서 우리나라가 안 된다’는 식의 가당치도 않은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오십 중반이 넘은 이 나이에도 내가 그렇다면 나야말로 뭘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유식하지 않은 사람이 더 일반적이고 그게 더 정상이다. 그리고 그건 학력과도 별 상관이 없다. 전공이란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뭘 좀 안다는 것이지 보편적인 지식의 세계나 이치와는 크게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배웠든 아니 배웠든 관계가 없이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또 흥미를 잃지 않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든 이가 관심을 갖는다니 얼핏 생각에 그건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돈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중에 하나일 뿐이다.
모든 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단 하나 ‘잘 사는 것’이다. 잘 사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갖는다.
그러니 앞서 말한 지식, 가령 지구 땅속에는 무엇이 있고 우주는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원소 배열은 어떤 것인지 등등에 관한 지식이나 화학의 보일 샤를의 법칙 같은 따위의 이치는 우리가 잘 사는 것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기에 관심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 지식이나 사물의 이치 같은 것은 전체 인구의 0.1 % 정도만 신경 쓰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되는 데 결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막히게 예쁜 코를 아주 좋은 가격에 만들어주는 성형외과에 관한 정보는 여성들 사이에서 아주 순식간에 삽시간에 퍼진다. 예쁜 코는 잘 사는 데 있어 엄청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코가 예쁘면 미모에 도움을 주고 미모가 되면 잘 사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인기가 좋아 결혼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거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를 떠나 자존심 만족 또는 회복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결국 잘 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V 라인 얼굴과 S 라인 몸매가 여성의 삶에 중요한 것이지, 보일인지 샤를인지 그런 과학의 이치가 무에 중요하겠는가?
물질만능의 풍조가 만연한 오늘이란 말을 사람들은 곧잘 입에 올린다. 참 이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인류 역사 이래 물질만능의 풍조가 하루라도 주된 풍조가 아닌 적이 있었을까? 물질이 중요한 것은 최초의 역사인 수메르 서사시에도 나오는 얘기이고, 돈이 중요한 것은 인간이 돈이라는 것을 발명한 이래 언제나 그것이 목표였고 으뜸이었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지식이나 이치의 세계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냉정히 말하면 별 관련은 없다.
전공서적이나 전문 서적을 제외한 나머지 보편적인 지식, 다시 말하면 이른바 문학과 역사 철학, 줄여서 文史哲(문사철)의 세계, 그리고 과학 중에서 理學(이학)의 세계는 사람이 잘 살아가는데 직접적이지 않고 불요불급한 것이어서 관련이 없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약간 어느 정도 잘 사는데 있어 관련은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금전적 능력도 중시하지만 은근히 상대의 지적 능력도 보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잘 살아가는 데에는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란 것도 은근 무시하지 못할 성질의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식의 세계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 나아가서 지적 허영심도 좋은 삶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실의 세계에서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사람들은 지식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러나 인류가 발전하고 진보하고 잘 살아가려면 지식의 세계는 더 테두리가 커져야 하고 부단히 넓혀질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지식인의 존재는 우리의 삶 자체에는 사실 별 필요가 없지만 그들이 없으면 사회는 미래로 가는 동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 그렇다.
이에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지식인들이 살아가는 행태는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그냥 지식의 세계에 몰두하는 방법이다. 금전적 보장을 포함하여 그 어떤 보장도 주어지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다만 새로운 지식을 성취함으로써 주어지는 지적 만족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 하나는 그래도 필요한 것이 지식이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그들을 가르치면서 먹고 사는 선생으로서의 지식인이 있다. 지식인 중의 상당 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사람들이 지식에 무관심한 만큼이나 동시에 지식을 존중한다는 자세를 이용하여 권력을 얻거나 권력에 기생하여 현실적 삶을 누리려는 이들이다. (물론 권력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들을 이용해왔다.)
지식인들이 이처럼 세 가지 방식으로 현실 세계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식은 중요하지만, 지식인은 중요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식인은 보석을 다루는 장인과도 같다.
모든 이가 보석에는 관심이 크지만 보석을 다루는 장인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저 약간의 공임을 줄 뿐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한 이상 그와 직접 관련된 것이 중요한 것이지 멀리 돌아서 우리가 잘 사는데 기여하는 지식은 우선순위에서 어차피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지식인들 중에는 일부 曲學阿世(곡학아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너무 나무랄 것도 없다 하리라. 세 가지 방식 중에 하나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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