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골프 그리고 문화사대주의
2008.09.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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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을하던 나이차이얼마안나는 막내고모부 (현재 미국에 교환교수로가있음) 와 사업가인 고모부의 고교후배(모치킨회사사장)가 한때 마라톤에 빠져서 아주 열심히 마라톤을 하면서 제가 그당시 살던 일산호수공원앞에 마라톤이 끝나면 놀러오곤했습니다.
몇년전얘기지만요, 그당시 이둘은 포도주에도 취미를붙여서 레이크폴리스2 1층에 있던 포도주가게에 들르곤했는데, 저야뭐 올때마다 불러서 한병씩 사주니 공짜술 먹는맛에 가곤했습니다. 제돈내곤 안사먹죠.
그런데 이 두 좌파성향의 부르조아 자유주의자들이 어찌나 포도주찬미를 늘어놓던지 듣다보니 웃음이 나와서 하루는 제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서구인들이 왜 포도주를 식탁에 올려놓고 매일먹는지 아세요? "
"글쎄? "
말은 글쎄라고 했지만, 이미 서구문화에대한 약간의 사대향수에 빠져있는 터라, 당연히 그 대답은 서구의 음식문화가 훌륭해서 이렇게 멋진술을 마시는것아니냐? 정도였을겁니다.
"포도주에는 밀과같은 서구인들이 즐겨먹는 주식에 많이 부족한 라이신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래? "
"그렇죠, 그리고 우리네 쌀에는 이 라이신이 밀의 두배이상 들어있어서 쌀밥을 먹으면서는 굳이 포도주로 그 부족한 라이신을 채워줄필요는없죠, 중복섭취니까요 ^^"
이렇게 말해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아 그렇구나 하는 분위기입니다.
박사한명이랑, CEO한명을 앉혀놓고 슬슬 타이르기 시작했지요. 포도주라는 음식문화는 서구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발달한것입니다. 무슨 고급귀족취향의 문화문물이 아니에요. 그래서 비싼포도주를 즐긴다고 귀족이 되는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보면 강남의 졸부들은 포도주에 대해서 좀 아는것이 대단히 사회적 레벨을 업그레이드하는것처럼 굴지않아요?
다 무식의 소치이고, 우리네처럼 쌀밥먹는 문화권에서는 포도주란 서양술의 일종일뿐 더도 덜도아니니, 거기에 굳이 고급스러운 인식을 가질필요는 없어요. 이렇게 설명을 해주니 조금 알아듣는 모양이더군요. 두사람다 살면서 제 충고에 덕을 많이 봤는지라, 니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말까지하니 뭐 부정하고싶어도 말은 안하겠죠.
골프는 제가 말을 안꺼낼려고했어요. 왜냐면 저희 마나님이 골프를 꼭배워야겠다고하셔서, 집안도 못다스리면서 (꼭 이모씨처럼) 문화적 비판을 하는게 우스워보일까봐서입니다.
그러나 포도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사대향수나 골프에 대한 집착은 거의 같은 문화적열패감내지는 문화사대주의입니다. 넓게보면 영어에 대한것도 그렇고요.
미국이나, 호주처럼 너른들판에 풀밖에 없는곳에서는 골프야말로 가장 저렴하고 손쉽게 배울수있는 일반대중의 스포츠입니다. 언젠가 외국애들이 부모와함께 우리나라에 왔다가 기차를 타고가면서 보이는 너른들판에 벼들이 잘자라는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죠? 엄마 이나라는 잔디밭이 정말 잘 관리되어있네요? 라고 말입니다.
그네들에겐 그게 잔디밭으로 보였겟죠. 그게 바로 문화의 차이입니다. 우리네한텐 없는 잔디밭을 논밭을 파헤치고 만들어서 구멍뚫고 경기하는 자체가, 사치라는 일반적 관점을 넘어서 문화적으로 이질적이라는 것이죠.
이것은다 해방이후에 이승만과 같은 사대주의자들, 또 자연스럽게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사대할 주인을 바꾼 기득권세력들이 미국문물을 섭취하면서 받아들인 자연스러운 사대취향의 스포츠죠. 그동네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대중스포츠니까요.
그걸 억지로 논밭을 잔디밭으로 바꿔서 하고있는게 이나라의 현실이고요. 그렇다고 포도주나 골프나 안좋다는건 아닙니다. 우리도, 남의 나라에서 소주를 비싸게 돈주고 양주처럼 사먹는다고하면 속으로 그런 싸구려대중술을 왜 그런 비싼돈을 주고 사먹어 하면서도 뿌듯한 느낌이 들죠.
우리네 건국을 60년이라고하는 것들에게있어서는 우리네 문화도 60년짜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것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미국것 따라하고 서구음식찬미하면서 우리문화를 열패하게 보는것이죠. 당연한것아닙니까? 미국역사는 200년이넘고 우리는 60년밖에 안됐는데!
그러나,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네 음식문화는 5천년도 넘은것입니다. 식탁을 둘러보세요. 김치나, 된장,고추장, 간장, 간장게장 등등 온통 슬로우푸드뿐입니다. 패스트푸드로 망해가고있는 비만왕국 미국을 한번 살펴보십시오.
그네들의 짧은 음식문화가 바로 그네들의 건강을 파괴하고있는겁니다. 코카콜라와 햄버거같은 패스트푸드가 그들의 주식이니까요. 반면 유럽은 오래된 역사가 있는곳일수록, 또 아시아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곳일수록 슬로우푸드가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산균발효식품처럼 말입니다.
우리네 음식문화는 서구에비해서도 수천년을 앞선 월등한 장점을 가지고있습니다. 이걸 버리고 어디서 건강을 찾겠다는건지 모르겠지만, 우아하게 햄버거먹으라고하면 아마 먹지않을걸요? 요즘은 애들도 이 미국문화를 정크푸드라고 하죠? 그러면서도 우리네 음식문화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릅니다.
우리민족문화의 장점이요? 체력이 국력이 아닙니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원했지만, 현재 불교에관한한 가장 많은 경전이 남아있는곳은 인도도, 중국도 아닌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불교문화의 종주국이에요. 8만대장경이 남아있거든요. 최초 500만대장경은 인도에서 불교가 탄압받을때 다 불타버렸고, 중국에서도 공산주의가 들어오면서 다 없어졌습니다. 한국이 바로 불교문화의 종주국입니다.
유교요?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한국이라는나라, 한민족의 장점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세계에 있습니다. 이 민족은 정신적인 문화문물은 남의것이든 자신의것이든 골수를 빼어내는 능력이 있어요.
자 보십시오. 우리네 5천년역사는 대부분 한자로 기록되어있습니다. 한글로 기록된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그리고 이전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한자는 우리네 동이족이 창시한것이라고 임어당도 인정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문화유산이 해독이 불가해요. 왜냐, 우리가 우리문자, 우리글을 버리고 영어에 매달리고있으니까요.
해가 가면 갈수록 한자를 읽어낼수있는 인재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있습니다. 우리 정신문화의 골수가 거기 있는데 말입니다. 광해군의 실권이 가져온 조선의 오랜 중화사대주의 편향, 그리고 그 뿌리가 이어진 친일사대주의 마지막으로 그잘난 건국의 국부인 이승만과 그네들에 빌붙은 기독교사대, 미국사대주의 이 모든것의 뿌리는 저희들끼리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기득권의 발로이겠지만, 이들은 미국의 우파들과는 다르게 자기자신의 정체성마저도 부인하고 민족정신을 팔아먹는다는 점입니다.
그런점에서보면 전혀 보수나 우파라고 부를수가없지요. 보수주의자라면 저같은 사람이 보수겠죠. 군대갔다오고 세금내고 나라가 어렵다고하면 비분강개하는게 미국적 보수주의자아닙니까? 그네들은 미국보수주의자의 관점에서봐도 쓰레기 그이상도 이하도아닙니다.
민족정신이 너무투철해서, 맛난 포도주를 폄하하고, 재미있는 골프를 깎아내리냐? 그건 아닙니다. 포도주 맛나게 드시고, 골프도 건강에 좋은 운동이니 많이하십시오. 그러나, 정통성없는 기득권, 도덕성없는 부자들은 서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처럼 자기희생을 통해서 귀족으로 인정받을수있는 특권이 없습니다.
그 문화문물을 흉내낸다고 귀족이 되는것이 아니라는뜻입니다. 가장 중요한 정신이 없는걸요. 이제 우리나라는 사회적양극화,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하여 사실 사회적, 문화적으로 대 격변의 시기로 가고있다고 보는게 정답입니다.
이시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서구질서처럼, 사회적 희생을 통한 성공을 이룬자들이 정치, 사회, 경제의 각분야에서 지도적 위치를 인정받는것입니다. 이제 우리사회도 봉건사회의 틀을벗고, 군정시대를 지나서 독재를 털어버리고, 성숙한 민주시민사회로 가는것이죠. 우리네의 민주주의 역사는 짧지만, 또 뒤집어보면 5천년역사의 민족정신의 근원이 바로 민주주의철학입니다. 홍익인간! 널리 인간들을 이롭게한다는것말입니다. 이보다 더 민주주의적인 정신이 어디있습니까?
일전에 제가 올린글에 제 과거를 아는 몇분이 돈벌어서 부자되는것보다 정치해서 세상을 구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댓글을 주신걸 잘 이해합니다. 제 롤모델은 사실 리처드 데니스입니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지만, Market Wizards 라고 Jack D. Schwager라는 사람이 지은 책이 있습니다.
그책에 나오는 가장 대표적인 월가의 전설적인 트레이더가 바로 리처드 데니스입니다. 그런데 이사람은 단순히 돈을 벌어서 유명해진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이사람은 워렌버핏이나, 조지소로스보다 몇배로 월가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입니다. 우리네한텐 별로 알려져있지 않지만...
조지 소로스요? 그는 물론 대단한 트레이더지만, 그의 퀀텀펀드는 이세상의 기득권자들을 위한 펀드이고, 그는 그들의 대리인입니다. 퀀텀펀드의 대주주가 유럽의 석유재벌인 로스차일드 가문인것을 봐도 그렇고, 부시일가가 만든 칼라일그룹(석유,무기판매)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도 바로 조지 소로스입니다.
워렌버핏은 어떤가요. 그는 물론 자신의 가족들과 친지들의 재산을 증식하는것으로 출발했습니다.그리고 주식회사제도를 활용해서 많은사람들, 즉 자신회사의 주식을 산 많은 사람들을 억만장자로 만들어주었죠. 그런점에서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역시 아버지가 유대인은행의 관리자였고, 투자자로서의 성장과정에서 유대자본의 혜택을 입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것처럼 독불장군으로 성장한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리처드 데니스만은 정말 특이합니다. 그는 단돈 40만원(400불)로 처음 미국파생시장에 뛰어들어서 (미국에서는 이돈으로도 선물을 거래할수있습니다) 수억달러의 재산을 이룩했습니다. 단순히 트레이딩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전설이지요. 어떠한 백그라운드도, 도움도없이 말입니다.
그리고나선 이 전설은, 부유세신설등의 반부자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 민주당에 엄청난 정치자금을 투자합니다. 민주당의원들이 부유세를 만드는데 찬성하도록 의원개개인에게 정치자금을 쏟아붓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자수성가한 부자가 만약 부유세를 만들어서 재벌들한테서 무거운 세금을 매겨야한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될것같습니까? 아마 세무조사에, 신문언론에서는 매일같이 미친놈으로, 반시장적인 인물로 들들 볶일것이고, 남아나지 못할겁니다.
그런데 그는 미국에서 그런일을 시작했고, 결국 워렌버핏같은 양심적인 부자들의 동조를 끌어내서 부자들에게 더많은 세금을 매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도 워렌버핏같은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당연히 부자들은 세금을 더내야하고, 부의 세습은 없어야한다고 공언합니다.
바로 이 총대를 맸던 사나이가 리처드 데니스라는 월가의 전설입니다.
제가 언젠가 경제는 정치를 이길수없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경제상황을 보십시오. 정치인 한명을 잘못뽑은 업보로 경제전반이 무너지고있습니다. 막을수도있는것들도 속절없이 붕괴합니다. 덜 고통스러울수있는것들도 더 고통스럽게 변화합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에 미치는 정치의 힘입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돈이 없이는 선거운동을 할수도없고, 입법활동을 하는데도 마찬가지이고 그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하고, 깨끗한 돈을 벌어서 양심적인 정치인들을 후원해주어야합니다.
아마도 이명박은 정권이 끝나는즈음에는 우리가 상상할수도없는 부를 축적하여, 이나라 정치를 절대로 5년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할 영향력을 가지게될것입니다. 그네들이 확신하는바는 돈줄을 쥐고있으면 정치인들을 조종할수있고, 권력또한 자신들의 품을 떠나지않을것이라는것입니다.
이명박이 물러난다고해서, 정치가 바로잡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더 그네들의 세상, 권력은 그네들이 돈으로 주무르고, 경제는 삼성과같은 재벌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서 서민은 살기가 더욱 팍팍해지는 세상이 되어버릴지 모릅니다.
목표는 명료합니다. 정치를 바꿔야, 대통령한명을 바꿔야 수많은 민초가, 경제가 살아날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그 밑거름이 되야합니다. 돈을 벌어야합니다. 그리고 그돈을 정치적 토양을 정화하는데 쏟아부어야합니다. 민초들이 백날 데모한다고 법이 바뀌지않습니다. 법을 바꾸는것은 후원자들의 힘입니다. 돈의 힘입니다.
정치인들 하나하나가 모두깨끗한인간이 되라고 요구할수도없고, 그런일은 일어나지도않습니다. 역사가 증명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돈에 굴복한다는것이고, 대의명분에 약하다는것입니다.
방법은 단한가지입니다. 세무조사를 5년동안 받아도 끄떡없는 양심적인 부자가 나와서 법을, 시스템을 바꾸는수밖에는없습니다. 미국이 행한것을 보고 배워야지요. 우리네 민주주의도 서구의것을 본딴것아니겠습니까.
그걸, 현대나 삼성한테 바라겠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왜돈을 벌고, 왜부자가 되려고하느냐에 대한 제 대답입니다. 그리고...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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