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말에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 미국인들의 ‘과소비’는 전 세계인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자기 분수를 넘어 빚내서 흥청망청 쓰다가 저 꼴이 되었다, 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여지도 있습니다.
저는 지난 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한다면… 2, 에서,
결국 미국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는 군수산업도, 곡물도, 원유도, 금융도 아니며, 세계 최고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얘기는 미국인들의 ‘과소비’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최고 무기라는 얘기입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좀 달리 생각해보겠습니다. 미국인들의 ‘과소비’라는 것은 자기 수중에 들어온 돈을 당장 써버리는 것입니다. 이걸 보고 세계인들(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인들)은 혀를 끌끌 차며 미국인들이 철딱서니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대한민국 정부가 앞으로 경제의 운용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수출의존형 경제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미국 수준으로 내수시장을 키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미국 수준으로 내수시장을 키운다는 말은, GDP에서 민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되도록 키우겠다는 말입니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이 미국인들만큼 소비하도록(=돈을 쓰도록) 만들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이 미국인들만큼 돈을 펑펑 쓰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미국인들이 돈을 써버리듯이,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돈을 당장 써버릴 수 있게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게 어렵지 않았다면 일본이 20년째 불황을 겪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은 20년째 내수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07년의 민간소비지출 비중은 거의 제자리, 아직도 56%에 머물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대한민국이라면 일본보다도 더 어려울 것입니다.
왜 그렇게 어려운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경제학적인 개념 위주로 요약해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쉽게 납득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풀어갈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떠올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단한 명연설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한 편을 감상하면서, 어째서 미국인들은 아무 걱정 없이 돈을 다 써버릴 수 있을까,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연설문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다음 글에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의 글이 지나치게 ‘미국 찬양’으로 경도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신 듯 합니다.
앞으로 써나가려는 글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들이 반복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여기서 말씀드리고 지나가려고 합니다.
저의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겠습니다만, 저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의도하는 것은 ‘미국 찬양’이 아니라 ‘아시아적 가치’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언론마다 ‘아시아의 시대’가 왔다고 얘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루었다는 ‘성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고, ‘한국적인 가치’라는 것이 혹시 존재한다면 역시 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과연 서양은 몰락하고 이제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대한민국의 시대’가 온 것일까요? 저도 동양인이고 대한민국 사람이니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당연히 기뻐할 일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 보이는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아 걱정이 되는 것 뿐입니다.
당장 오늘 소개해드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봐도 마치 2010년 대한민국의 폐부를 찌르는 듯해서 아픈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감상하면서 2010년 대한민국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래에 소개해드리는 연설문은, 오바마가 지난 2004년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존 케리의 요청에 의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기조연설입니다.
당시 오바마는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일 뿐 중앙무대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는데, 이 날 TV방송을 통해 중계된 단 한 번의 연설을 통해 전 미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를 계기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21세기를 대표하는 명연설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벌써 예상되고 있는 명문이니, 한 번 찬찬히 감상해보시길… ---------------------------------
The Audacity of Hope 담대한 희망
…… Tonight is a particular honor for me because — let’s face it — my presence on this stage is pretty unlikely. My father was a foreign student, born and raised in a small village in But my grandfather had larger dreams for his son. Through hard work and perseverance my father got a scholarship to study in a magical place,
…… 오늘 밤은 저에게 특별한 영광입니다. 솔직하게 그 이유를 터놓고 말씀 드리자면, 제가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보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외국에서 온 유학생 출신인데, 케냐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는 케냐에서 염소를 치며 자랐고, 양철 지붕을 한 판잣집 학교를 다녔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즉 저의 할아버지는 어느 영국인 가정집에서 요리사이자 하인으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큰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불굴의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아버지는 마법의 땅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금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그 곳은 미국, 자유와 기회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이었습니다.
…… My parents shared not on-ly an improbable love, they shared an abiding faith in the possibilities of this nation. They would give me an African name, Barack, or ”blessed,” believing that in a tolerant
…… 저의 부모님은 깊은 사랑을 공유하고 있었고, 또 이 나라의 가능성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도 함께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버락(Barack), 즉 ‘축복받은 자’라는 뜻을 가진 아프리카식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관용이 넘치는 미국 땅에서는 아프리카식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성공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셨기 때문입니다.
They imagined me going to the best schools in the land, even though they weren’t rich, because in a generous They are both passed away now. And yet, I know that, on this night, they look down on me with great pride.
부모님은 제가 이 땅에서 최고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꿈꾸셨습니다. 그 분들은 전혀 부자가 아니었으면서도 그런 꿈을 갖고 계셨습니다. 관대한 나라 미국에서라면 부자가 아니어도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오늘밤 저를 내려다보며 긍지를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I stand here today, grateful for the diversity of my heritage, aware that my parents’ dreams live on in my two precious daughters. I stand here knowing that my story is part of the larger American story, that I owe a debt to all of those who came before me, and that, in no other country on earth, is my story even possible.
오늘밤 이 자리에 선 저는, 제가 물려받은 이러한 다양성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의 꿈이 제 소중한 두 딸에게로 계속 이어져 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가 보다 더 큰 미국 전체의 이야기 중 일부이며,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이 저보다 먼저 이 땅에 온 모든 이들의 덕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지구상의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저의 이력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습니다.
Tonight, we gather to affirm the greatness of our nation — not because of the height of our skyscrapers, or the power of our military, or the size of our economy. Our pride is based on a very simple premise, summed up in a declaration made over two hundred years ago: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i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오늘밤 우리는 이 나라의 위대함을 확인하러 이 자리에 모였지만, 그것은 고층 빌딩이나 우리의 군사력, 경제 규모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의 자부심은 아주 간단한 기초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200년 전에 작성된 선언서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 사항들을 자명한 진리라고 본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에 의해 몇 가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는데,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이 그에 속한다.”
That is the true genius of - That we can tuck in our children at night and know that they are fed and clothed and safe from harm. - That we can say what we think, write what we think, without hearing a sudden knock on the door. - That we can have an idea and start our own business without paying a bribe. - That we can participate in the political process without fear of retribution, and that our votes will be counted at least most of the time.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미국의 강점입니다 - 단순한 꿈들에 대한 믿음, 작은 기적들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밤에 아이들을 편안히 재울 수 있고,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리라고 믿을 수 있는 것,
아무런 위협도 받음이 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는 것,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뇌물을 쓰지 않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 보복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의 투표권이 대부분의 경우 그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는 사실들입니다.
…… It’s not enough for just some of us to prosper. For alongside our famous individualism, there’s another ingredient in the American saga. A belief that we’re all connected as on-e people. If there is a child on the south side of If there’s a senior citizen somewhere who can’t pay for their prescription drugs, and has to choose between medicine and the rent, that makes my life poorer, even if it’s not my grandparent. If there’s an Arab American family being rounded up without benefit of an attorney or due process, that threatens my civil liberties. It is that fundamental belief, it is that fundamental belief, I am my brother’s keeper, I am my sister’s keeper, that makes this country work. It’s what allows us to pursue our individual dreams and yet still come together as on-e American family. E pluribus unum: Out of many, on-e.
…… 우리들 중 일부의 사람들만 번영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우리의 신념 외에도, 미국 역사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국민으로 묶여 있다는 믿음이 그것입니다. 시카고 남쪽에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비록 그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제 문제입니다.
어딘가에 약값을 내지 못하고 약값과 집세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노인이 계시다면, 그 분이 제 조부모님이 아니라 할지라도 제 삶은 더욱 비참해집니다. 어느 아랍계 미국인 가족이 변호사의 도움이나 적법한 절차를 거침이 없이 체포 당한다면, 그 사건은 제 인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믿음, 내가 바로 우리의 형제자매를 지킨다는 기본적인 믿음이야말로 이 나라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개개인의 꿈을 추구하면서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으로 화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E pluribus unum(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라는 뜻의 라틴어. 미국의 국새에 새겨진 문구):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
Now even as we speak, there are those who are preparing to divide us, the spin masters, the negative ad peddlers who embrace the politics of anything goes. Well, I say to them tonight, there is not a liberal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사람들, 즉 어떤 방법을 쓰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밤 저는 그들에게 전합니다. 진보주의자의 미국(liberal America), 보수주의자의 미국(conservative America)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로 통합된(the United) 미국(States of America)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의 미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로 통합된 미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The pundits, the pundits like to slice-and-dice our country into We worship an awesome God in the Blue States, and we don’t like federal agents poking around in our libraries in the Red States. We coach Little League in the Blue States and yes, we’ve got some gay friends in the Red States. There are patriots who opposed the war in We are on-e people, all of us pledging allegiance to the stars and stripes, all of us defending the
정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갈라놓기를 좋아합니다. 붉은 주(States)와 푸른 주(States)로 나누어 붉은 주는 공화당, 푸른 주는 민주당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도 전해줄 뉴스가 있습니다:
푸른 주에 사는 미국인들도 엄정한 신을 믿으며, 붉은 주에 사는 미국인들도 연방 수사관들이 도서관을 함부로 들쑤시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푸른 주에서도 부모들은 어린이 야구단의 코치 노릇을 하고, 붉은 주에 사는 사람들 역시 동성애자들과도 친구로 지낸다는군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도 있고, 찬성하는 애국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국민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조기를 향해 충성을 맹세했고, 우리 모두가 미합중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In the end, that’s what this election is about. Do we participate in a politics of cynicism or do we participate in a politics of hope? I’m not talking about blind optimism here - the almost willful ignorance that thinks unemployment will go away if we just don’t think about it, or the health care crisis will solve itself if we just ignore it. That’s not what I’m talking about. I’m talking about something more substantial. It’s the hope of slaves sitting around a fire singing freedom songs. The hope of immigrants setting out for distant shores. The hope of a young naval lieutenant bravely patrolling the Mekong Delta. The hope of a millworker’s son who dares to defy the odds. The hope of a skinny kid with a funny name who believes that Hope in the face of difficulty. Hope in the face of uncertainty. The audacity of hope!
In the end, that is God’s greatest gift to us, the bedrock of this nation. ……
결국, 이 선거의 목적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냉소주의의 정치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희망의 정치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제가 말하려는 것은 맹목적인 낙관론이 아닙니다. 맹목적인 낙관론이란 그저 잊어버리고 있으면 실업 문제가 사라지고, 외면하고만 있으면 건강보험의 위기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의도적인 외면을 일컫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그게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좀 더 의미있는 어떤 것입니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자유의 노래를 부르던 노예들의 희망, 머나먼 땅을 향해 출발하던 이민자들의 희망, 메콩강 삼각주를 용감하게 정찰하던 어느 젊은 군인의 희망, 주어진 숙명처럼 보이는 것에 감히 대들어보고자 했던 어느 공장 노동자 아들의 희망, ‘버락’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어느 말라깽이 꼬마, 미국이 자신의 나라이기도 하다고 믿었던 어느 꼬마의 희망입니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가질 수 있는 희망, 모든 것이 불확실해보이기만 할 때도 가질 수 있는 희망, 담대한 희망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것이 바로 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며, 이 나라의 굳건한 토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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