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등, 확실한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민주노동당 / 이정희 / 2010-10-05)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첫날, 배추값 문제가 여러 번 이야기되었습니다.
국감장에서 기사를 보니, 지난밤 12시쯤 원주 시내 텃밭에서 배추 10여 포기를 훔친 혐의로 무직의 50대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네요. “김치를 담가 먹고 싶은데 배추값이 너무 올라 그만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답니다. (‘배추 값 비싸서’ 배추 훔친 50대 검거 ☜)
속상합니다. 그 50대는 직장도 없었으면 늘 김치만 밥상에 올렸을 텐데, 이제 거꾸로 김치를 먹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절도범이 되니 이게 세계 13위 경제규모를 가진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싶습니다.
▲ 배추값 폭등으로 김장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9.28 11,600원에 판매되는 배추 |
물가관리를 제대로 했느냐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물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 지켜보기만 한다고 오르던 물가가 저절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 터이고 결국 물가가 급격히 오를 때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어느 만큼 돈을 쓸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농림부 추산으로 김장 배추가 18만 톤 모자랄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쉽게 내놓는 대책이 중국산 배추 수입입니다만 다들 갸우뚱합니다. 안전성도 걱정이지만 얼마나 물량이 있어 수입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고 어차피 그곳 배추 값도 오른다는 것입니다. 물가를 관리하는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 감사로 오늘 하루를 내내 지켜보아도 배추는 국감장 책상 위에 올랐지만 근본적인 해법도 시급한 대책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상황은 우리들로 하여금 식량주권이란 가치가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기후변화가 현재의 문제로 다가온 이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이 27%밖에 안 되는 우리 상황에서는 근본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지 않으면 언제든 식량수급비상사태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농지를 줄여서는 안 되는데 정부정책은 농지를 점차 축소하는 것이고 더구나 4대강 사업으로 천변 경작지가 일거에 줄어들고 있으니 이것부터 중단해야 맞습니다. 바뀌는 기후를 인간의 힘으로 어쩌란 말이냐는 정부의 반응은 잘못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산지에서는 평당 5천 원인 배추값이 도시에 오면 포기당 1만 5천 원이 되는 유통구조도 바꿔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문제입니다. 그러나 유통구조를 바꿀 정책을 펼칠 책임이 정부에게 있는데 손도 대지 않고 있다가, 오히려 내년 유통구조개선사업예산부터 300억 원 줄였다는데, 당장 사재기 근절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닌 상황입니다.
▲ 2010.09.07 한겨레 “2009 곡물자급률 사상최저” | ▲ 2010.03.22 경향 “10년 뒤 식량자급 위기” |
긴급 대책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배추 공급을 당장 100% 충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가격조정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합니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이 있고 정부는 농협에 위탁하여 이 기금으로 생산자와 생산자단체로부터 직접 수매하여 생산자에게 미리 대금을 일부 지급해 물량을 확보하고 공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추석 전에 1840톤을 공급하면서 농협 적립금 6억 2천만 원을 썼는데 양이 작아 할인행사에 그쳤지 배추값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농협적립금이 중앙회에 20억 원 남아있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1000톤 공급한다는 것도 역시 할인행사 수준일 듯 합니다. 김장철이 올 때, 배추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규모로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사용하고 필요하면 확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차피 모자라는 공급이라고 가격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서민층에게 더 크게 가해집니다. 2009년 9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 중에 하위 20% 국민과 상위 20% 국민의 소비지출액을 품목별로 비교한 것이 있습니다. 채소는 1:1.2로, 과일 1:2.5, 사교육비 1:7과 달리 지출액 차이가 가장 적었습니다.
형편 어려운 사람도 채소만큼은 여유 있는 사람과 비슷하게 소비하고, 더 줄일 여지가 적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배추값이 오르면 서민층이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 일일이 찾아내고 골라내서 배추 한 포기씩 안겨주는 것보다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활용해 가격조정에 나서서 배추값을 낮추는 적극적 대처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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