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리워 죽겠습니다
(서프라이즈 / 박샘 / 2010-05-22)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어 죽겠습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신날 수 있는 아름다운 5월이겠지만 제게는 가장 괴로운 5월입니다.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해도, 친구들과 떠들어도, 어떤 좋은 일이 생겨도 5월은 그달 자체로 슬픈 달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사람 자체가 완전한 존재가 아닐 텐데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믿음에 대한 배신을 요구하는 바와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저는 사람의 삶을 믿습니다. 사람의 삶에는 그 사람의 진짜가 스며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지만, 그의 삶이 한결같다면 그 실수는 정말 실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의 끔찍했던 그날 이후에 방영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제가 가장 눈물을 흘렸던 장면은 무려 20년 전의 한 문구였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사진출처 :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회 부위원장 김대하님의 블로그 |
어떤 이는 이 얘기가 대통령 후보 때부터 혹은, 탄핵정국 이후로부터 나온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미 수십 년부터 지속되어온 그의 삶의 기본 방향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실수나 과에 대해서 말을 할 때도 제가 묵묵히 그분을 지지했던 것은 그의 삶이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 자체를 증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을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를 말하라면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하나의 가치 그리고 그것을 만들고 지키려 한 삶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지금 주저 없이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딱 한 가지만을 바랬습니다. 상식의 회복이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거 저는 잘 모릅니다.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 능력이 안됩니다. 그저 제 수준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것은 ‘상식’이 지배하는 정도의 세상이었습니다. 전 그것 딱하나만 바랬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상식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으니까요.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용서를 빌고, 부정한 방법은 용납하지 않는, 그래서 잘한 것에는 크게 칭찬받을 수 있고, 못한 일에는 확실하게 혼나는 세상, 경쟁에서 이기면 크게 자랑스러워할 수 있고, 경쟁에서 지면 스스로를 깊이 되돌아 볼 수 있고,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당연한 세상. 저는 정말 그 정도의 세상을 꿈꿨을 뿐입니다.
요즘 저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이 세상이 너무 무섭습니다. 규칙이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습니다. 때에 따라 다르고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다들 한방을 꿈꿉니다. 뭔가 엄청난 일이 나에게 일어나서 한방에 모든 것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꿈 말입니다. 자신이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뚝 하고 떨어지길 바랍니다. 노력보다는 운이, 자기보다는 세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배웠던 수많은 상식들 - ‘법 앞에 모든 이들은 평등하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른을 공경하라’,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 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그립습니다. 보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그분의 당연한 말들이 이렇게 크게 가슴에 맺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당연한 말을 하시는구나 라고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MB정권 심판을 위해 선거를 하려 하시지만, 저는 그보다는 상식의 회복을 위해 투표하고 싶습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당연히 욕먹고 사과하는 상식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분이 만들다 가신 것 미력이나마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투표할 생각입니다.
정말 5월은 잔인한 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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