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노무현이다……
(서프라이즈 / 노혜경 / 2010-05-06)
오월은…
대장,
오늘은 한마디 할게요.
먼저 가버린 당신께 제가 뭐라 말 걸었던 일 없는 거 잘 아시죠.
미웠던 건지, 화가 덜 풀렸던 건지,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해서였던지
하늘에 계신 당신은 제 맘을 꿰뚫어 아시겠지만 저는 제 맘을 모르겠더라고요.
봉하 가서 바윗돌 하나 큼직하니 놓인 묘비를 보며 제 가슴에도 큰 바위 하나 턱 얹힐 때도, 저는 마음속으로나마 당신께 말 걸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하겠어요. 위로받을 수도, 위로할 수도 없는 마음이었습니다.
살아 계신다면 언젠가는 꼭 하리라 쟁여두었던 온갖 이야기들이 초고속으로 지나가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아들을 만한 문장이 되어 나오지 않는 휑한 머릿속이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부산시장 선거를 준비했습니다.
작년 여름, 발목 부러뜨려 병원에 있을 때, 김정길 전 장관님 문병 오셨더랬어요.
하자, 선거하시자, 오월이면 일주기인데, 부산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김 장관은, 문재인 실장이 하지 않겠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하시더군요.
저는 문재인이 아니라 김정길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구요.
둘이 같이 시작해서 걸어온 길을, 하나가 가고 없는데 남은 하나가 마무리도 안 할 셈이냐고요.
그때 둘이 엉엉 울어보고는 시장선거 뛰어들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울어본 일 없습니다. 그랬는데, 오늘 아침 딱 한 줄의 말이 참았던 눈물샘을 터뜨려 버리네요.
오월은 노무현이다…….
돌이켜보면, 1980년 이래로 오월은 제게 늘 눈물이었습니다. 1981년 광주 한빛서점의 어린 여사장, 오빠 둘을 시민군으로 잃고 스무 살 나이에 빚더미 서점과 홀어머니와 함께 남겨졌던 그녀를 만난 이후로, 제게 오월은 화려한 외관에 가려 은폐된 고통과 불의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늘 눈물이었습니다. 그 눈물 가신 것이 불과 몇 년 안 되었잖아요. 2004년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기념식을 하며,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 중앙위원들 전체가 주먹 불끈 쥐고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그때가 참 안 잊힙니다. 그때 이후로는 오월에 울어본 일이 없는 것 같네요.
그러다가, 지금, 웁니다. 오월은 노무현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우리 민족의 현대사가 왜 이리 기구한가 하는 서러움이 밀려옵니다.
오월에서 핏빛 가신 지 몇 년 되었다고…
이제 다시 오월은 노무현이고,
어쩌자고 나는 평생을 오월에 바치고 살게 되었습니까.
대장,
당신은 원치 않으시겠지요.
리버럴한 사람이, 자유로워야 할 시인이,
청와대 담장 안에서 이리 답답하게 사는 게 참 미안하다고 제게 그러셨던 거 가끔 생각납니다. 제가 김민수 교수 건이니 기타 여러 가지 다른 사회현안에 대해 글 쓴 거 보고, (좀 섭섭할 때도 있지만) 노무현에 대한 근심을 이제 좀 내려놓은 것 같아서 참 좋다고 하신 말씀도 기억납니다.
지금 이 북받치는 제 심정에 쯧쯧, 이 사람 참 와이라노,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캠프에 벌써 출근했어야 할 시간인데, 제가 이러고 있네요.
꼭 이기겠습니다.
이겨서 봉하에서 진짜로 제대로 함 울어볼게요.
지금은 이제 더 안 울게요.
힘낼게요. 아자아자!!!!!!
김정길 장관 꿈에 한 번 오셔서 친구야 힘내거라 친구야 고맙다 한 마디 해주셔도 됩니다. 웃으면서 지켜보아 주세요. 그래서, 오월은 다시 계절의 여왕으로 되돌려낼게요.
대장, 잘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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