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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는 ‘양’적완화다

주식·환율·금융

by 21세기 나의조국 2010. 3. 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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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는 ‘양’적완화다

 

 

지난 18개월간 세계 경제가 어떤 길을 밟아왔고, 현재는 어디쯤 서 있는지 정리해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글을 정리하다 보니 우선 FRB의 출구전략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출구전략의 전제가 되는 양적완화정책이 어떤 것인지 먼저 정리할 필요를 느껴서 이 글을 먼저 올리기로 합니다.

세계 경제가 어디쯤 서 있는지에 대한 글은 다음 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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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터져나온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원된 미국의 통화정책은 비정통적인 양적완화(unorthodox quantitative easing)’정책이라고 불립니다.

 

FRB의장 벤 버냉키가 주도한 정책인데, 이 정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정책이 어떤 정책인지는 버냉키가 2002년 미국 경제학자협회에서 행했던 연설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연설은 그에게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게 만든 유명한 연설입니다.

 

버냉키는 경제학자로서 대공황 연구, 즉 디플레이션이 그의 주 관심분야였습니다. 2002년의 연설은 미국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디플레이션 극복수단에 대한 버냉키의 견해를 밝힌 것이었습니다.

 

이 연설의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되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는 경제학계의 주장에 대한 버냉키의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려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기준금리(명목금리)가 제로라고 해도 전반적인 물가하락을 반영하면 실질금리 부담은 높은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그럼 명목금리가 제로라고 해도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도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 못합니다.

 

30년대 대공황과 90년대 이후 일본경제의 상황이 바로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인데,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 상태에 도달했으므로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는 주장이 경제학계에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 버냉키는 금리가 제로 상태여도 중앙은행이 적 완화 정책이라는 수단을 취할 수 있다고 답했던 것이 2002년 연설의 취지입니다.

 

연설 내용 중에는 구체적인 정책수단들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국채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에 연동하여 움직이게 마련인 민간분야의 이자율(예를 들어 모기지 이자율 등)을 낮춤으로써 총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 에이전시 채권이나 MBS를 직접 매입함으로써 이자율을 낮출 수도 있다.

 

- 대출을 제공할 때 담보로 삼을 수 있는 적격증권의 범위를 넓혀서 회사채, 기업어음, 모기지 등을 매입함으로써 대출을 늘릴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민간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등등.

 

버냉키가 2002년 연설에서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이 정책수단들을 보면, 2008년말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FRB가 취한 양적완화정책 그대로입니다심각한 금융위기와 실제로 맞닦뜨리게 되자 버냉키는 평소에 생각했던 그대로 정책수단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연설내용으로 인해 버냉키 의장은, 돈을 찍어내서 뿌린다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정작 그 구체적인 정책내용들은 모두 신용(통화)시스템의 원칙을 지키는 것들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신용(통화)시스템의 원칙을 지키다 보니 본원통화를 폭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제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폭증하는 본원통화에도 불구하고 M3가 줄어드는 모습을 아래 글에서 차트로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방울 고문과 신용경색

 

 

현재 FRB의 출구전략이 화두입니다. 지난 3 17일에는 FRB저금리를 상당기간 계속해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을 호재라고 해석하며,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올랐습니다.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지요.

 

언론의 논조는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출구전략의 영문은 Exit Strategy인데, 이를 출구전략이라 번역하다 보니 무슨 고유한 전략이기라도 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의 의미에 좀 더 맞는 번역은 철수전략입니다. 그동안 전개시켜온 양적완화정책으로부터 철수하는 전략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양적완화정책은 적완화(quantitative easing)적완화(qualitative easing)(기준금리의 인하)가 아닙니다.

 

경제가 처한 상황이, 기준금리의 인하라는 질적인 정책수단이 이미 무력화된 상황(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도입된 것이 양적인 정책수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양적완화정책에는 비정통적인(unorthodox)’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습니다. 이 말이 붙은 이유는 양적완화정책이라는 것이 원래 평상시라면 중앙은행이 시행해서는 안되는 극약처방이기 때문입니다.

 

비정통적인이라는 단어가 괜히 장식으로만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구사될 때 갖는 구체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책은 극약처방이기 때문에 무제한 시행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은 모두 미리 정해진 종료시점이 있습니다.

 

국채매입프로그램은 원래 시행될 때부터 09 10월 말이 종료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시점에 종료되었고,

 

FRB가 담보로 삼을 수 있는 적격증권의 범위를 넓혀주었던 특별 유동성 조치들은 2010 2 1에 종료되었습니다. 이 유동성 조치에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뮤추얼펀드기금(AMLF)과 기업어음매입용기금(CPFF), 프라이머리딜러대출창구(PDCF), 기간물국채임대대출창구(TSLF) 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 모기지업체의 MBS를 매입해주던 프로그램 역시 2010 3월말이 종료예정 시점입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예정된 종료시점에 끝낼 것이라고 FRB는 거듭 확언하고 있습니다.

 

기간물담보증권대출창구(TALF)와 신규발행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CMBS)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예정 시점은 2010 6월 30입니다.

 

이처럼, 양적완화정책은 기준금리의 인상여부와는 상관없이, 실시되던 프로그램들이 예정된 종료시점을 맞아 그대로 종료되는 것만으로도 철수전략이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착착 집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모기지 MBS 매입이 3월말에 종료되면, 사실상 출구전략의 완료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기준금리의 인상만 없으면 출구전략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책적인 견지에서 생각해보면,

원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경은 나팔을 불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슬쩍 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적으로 경제에 충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출구전략 관련해서도 같은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출구전략을 이미 집행하고 있고 상당부분 완료했으면서도 시장에 가할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하여, 애써 아직 아닌 것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미투자자들이 이에 속아서 오판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큰 위기는 결국 개미들의 희생으로 극복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현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의도 자체가 개미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 상황에서 양적완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철수해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앞서,

경제가 처한 상황이, 기준금리의 인하라는 질적인 정책수단이 이미 무력화된 상황(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도입된 것이 양적인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현재 경제상황에서 양적인 정책수단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나면 질적인 정책수단은 무력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서 링크를 걸어드린 예전 글에서, 본원통화를 폭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즉 양적인 정책수단들까지 가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3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차트로 보여드렸습니다.

 

언론의 보도대로 저금리를 상당기간 계속해서 유지한다는 것이 과연 호재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양적인 정책수단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나면 질적인 수단(저금리의 유지)상당기간 유지한다고 해도 여전히 무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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