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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이후 1년 반, 세계 경제 어디쯤 서 있나?

주식·환율·금융

by 21세기 나의조국 2010. 3. 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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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이후 1년 반, 세계 경제 어디쯤 서 있나?
 
 

지난 3 17일 미국의 주식시장 3대 지수는 모두 18개월래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반대로 공포지수 VIX 1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8개월은 2008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빚어진 금융시장의 패닉(10월 중순까지 지속됨)으로부터 계산한 기간입니다. 엊그제 벌어졌던 일처럼 느껴지는데 되돌아보니 어느 새 1년 반이 지났군요.

 

주식시장은 상승하고 있고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VIX는 지극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위기가 다 지나간 것일까요?

 

지난 1년 반 동안 세계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그림으로 그려보았습니다.

 

 

 

 

 

2008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몰고온 금융시장의 패닉은, 그 이전까지 자산효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던 미국의 과소비를 날려버렸습니다. 이렇게 자산효과를 바탕으로 했던 과소비가 사라지고 나면, 원래의 소비(소득에 기반을 둔)는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의 지난 글,

 

빚으로 지탱해온 경제성장

 

에서 설명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산효과를 바탕으로 한 과소비가 사라지고 나니 미국 경제는 단번에 디플레이션의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나머지 세계 경제 역시 미국 소비자들의 과소비에 크게 의존해왔던 사정 때문에 미국보다도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의 지난 글을 참조해주십시오.

 

미국 때문에 세계가 흔들리는 이유 - 세계 경제의 구조

한.중.일 3국의 상황과 디플레이션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이 상태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그대로 30년대 대공황 같은 큰 공황으로 빠져들게 됩니다.(당시에 이와 같이 우려하였고, 그 뒤 실제 나타난 진행경과를 보아도 그대로 방치했다면 곧장 대공황으로 직행했을 것입니다.)

 

결국 미국과 세계 각국은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란 정책은 모두 동원해서 붕괴하는 경제를 떠받치는 작업에 나서게 됩니다.

 

경제정책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나뉩니다. 세계 각국이 모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100% 풀가동하였습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등장한 것이 지난 글에서 설명드린 비정통적인 양적완화(unorthodox quantitative easing)’정책입니다. 이 양적완화정책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지난 글에서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저의 지날 글,

 

양적완화는 ‘양’적완화다

 

을 읽지 않으신 분은 그 글을 먼저 읽어주셔야 지금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이제 열흘 후면 주택 모기지 MBS 매입이 종료될텐데, 그럼 미국은 (TALF와 상업용 모기지 CMBS 매입이 남아있긴 합니다만) 사실상 양적완화정책으로부터 철수(Exit)한 셈이 됩니다.

 

저금리 정책은 계속 지한다고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디플레이션 상황(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진 상황)에서는 무력하다고 판단했던 정책입니다. 그리고 M3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2월 도매물가지수가 0.6% 하락(7개월만에 최대폭 하락)했다는 사실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미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상황은, 1년 반 전으로 그대로 돌아가버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양적완화정책으로부터 철수해버린 것입니다.

 

재정정책 쪽은 어떨까요?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은 1 4천억 달러의 재정적자(2009회계연도)를 동원하여 경제를 떠받쳤고 나머지 세계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EU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는 GDP 대비 12.7%의 재정적자를 동원하여 경제를 떠받쳤고, 스페인도 11.2%의 재정적자를 동원하여 경제를 떠받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자재정을 동원하다보니 재정위기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도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코너에 몰린 그리스는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긴축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이제 그리스의 재정위기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하는군요(지난 3 17일 미국 주식시장의 환호).

 

문제가 이제 모두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는 언론의 보도 논리는 매우 흥미롭게 보입니다.

과연 무엇이 해결되었다는 것일까요?

 

위 그림을 보면 재정정책을 둘러싼 상황도 아무런 문제가 해결된 것 없이 1년 반 전으로 그대로 돌아가버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을 보면 GDP 대비 12.7% 11.2%의 재정적자를 동원하고도 실업률이 10.3% 19%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폭의 재정적자를 동원하고도 경제를 제대로 떠받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2년 이내에)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감축해버리면 그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이 얘기는 재정위기에 처한 세계 각국(서방세계 대부분의 국가)은 모두 그대로 공황으로 가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얘기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3%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받아들이면, 비슷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모두 그와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정은 EU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정리한 다음의 표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위 표를 보면 2000년 이후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이 EU의 다른 나라들보다 높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비결은 단 하나 부동산 버블을 조장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버블 덕에 이들 나라에서도 자산효과에 따른 과소비가 나타나고, 건설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호황을 만끽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리스와 스페인이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5.0%인 독일의 성장률과 비교해봐도 그렇고, 표 하단에 정리한 핀란드, 스웨덴 등의 성장률과 비교해봐도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리스, 스페인의 성장률이 독일, 핀란드, 스웨덴보다 선방하고 있을까요?

재정적자를 통해 떠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경제위기를 맞고서도 재정적자를 GDP 대비 3.4% 정도로 묶어두고 -5.0%의 성장률을 감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대해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이래 계속해서 부동산 버블을 조장함으로써 지속불가능한 거짓 호황을 만끽하더니, 이제 버블을 청산해야 할 시점에 이르러서도 남들보다 더욱 허리띠를 졸라맴으로써 그 댓가를 치를 생각은 하지 않고, 안이하게 재정적자(=빚내기)에 의존하다가 감당이 안되니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부동산 버블을 조장하면 당장의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2000년 이래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을 감수했던 것이 아니고, 재정적자를 확대할 줄 몰라서 2009년에 -5.0%의 극심한 침체를 감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위 표를 보면, 재정위기 문제를 대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미묘한 시각차가 왜 생기는지도 알 수 있고, GDP 대비 11.6%의 재정적자를 동원하고도 -5.0%의 성장률을 보인 영국 경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U 각국의 경제운용에 대한 가치판단 문제는 뒤로 하고,

당장의 문제에 집중해서 다시 위 표를 본다면,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우 작년에 GDP 대비 12.7% 11.2%의 재정적자를 동원함으로써 경제성장률이 -2.0% -3.6%를 기록하여 다른 EU국가들보다는 선방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도 실업률이 10.3% 19%입니다.

이 상태에서 2년 안에 재정적자를 급격하게 감축시킨다면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지난 3 17일 미국의 주식시장 3대 지수가 모두 18개월래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거의 축제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그 동력은 두 가지 호재 때문이었습니다.

 

그 하나는, 미국 FRB가 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사실, 그리고 동시에 발표된 미국의 2월 도매물가지수가 0.6%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도매물가지수가 하락했으니 인플레이션 우려가 약화되어 FRB가 정말 상당기간동안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호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상 두 가지 사실이 호재라고 해석하는 것은 역시 인과관계의 혼동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애초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출발했던 것이 FRB의 양적완화정책인데, 도매물가지수가 7개월래 최대폭 하락한 것이 호재라고 해석하다니 사실 코메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스로 상징되는 세계 각국의 경제위기가 해결되었나요?

도대체 무엇이 해결되었다는 말일까요? 경제성장률이? 실업률이?

 

현재 세계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은,

세계 경제가 결국 공황을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과관계의 혼동만 걷어낸다면 바로 알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인간사회가 돌아가는 것은개구리춤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고 믿고서(정말 믿었든 믿는 척한 것이든) 기우제에서 지극정성으로 개구리춤을 추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위 그림 중 통화정책 관련해서 중국의 상황도 그림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중국의 소비가 미국의 소비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존재합니다만,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 경제의 진행경과를 보면, 기대를 완전히 접어야 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이제 중국경제가 갈 길은, 1990년대 일본처럼 버블의 붕괴로 인해 잃어버린 20년 세월로 접어들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오로지ㄳ님께 드리는 글:

 

안녕하세요? 오로지ㄳ

 

저의 지난 번 글에 댓글 달아주신 것 뒤늦게 보고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님께서 말씀주신 것처럼 지금은 많은 주의가 필요한 시점인데, 에코버블이 지속되다 보니 분위기가 많이 이완되는 듯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님과 같은 분들이 써주시는 냉철한 분석글이 저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아고라로 돌아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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