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같이 해보면 그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게 된다고들 합니다. 당장 눈 앞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돈 놓고 돈 먹기 판이다 보니 은연 중에 평소의 가식적인 태도를 벗어나 그 사람의 진정한 성품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돈 놓고 돈 먹기 판에서 나타나는 누군가의 ‘행동’, 특히 돈을 베팅하는 행동은 그 사람의 진정한 속 생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돈 놓고 돈 먹기 판에서 그 사람이 실제로 돈을 어떻게 거는가, 그 ‘행동’에 따라 나의 대응법을 결정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말’에 따라 대응한다면 어떤 결과가 될까요?
요즘처럼 경제 상황에 관한 거짓말이 횡행하던 때가 없었습니다. IMF 경제위기 직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사항은, 대중매체에 난무하는 ‘말’을 믿고 그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인가, 아니면 큰 돈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돈을 걸고 있는가) 그 ‘행동’을 믿고 대응해나갈 것인가, 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중심을 잡을 수 있겠지요.
저는 지난 글,
를 통해서 국내 자본들과 가계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드렸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미국 자본들의 상황은 어떠한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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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진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고나서, 대기업들이 지난 40년 이래 가장 많은 현금을 쌓고 있다: 구글의 경우는 220억달러나 된다
월스트리트저널 TOM MCGINTY, CARI TUNA 기자
금융위기로 고통을 겪고 나서, (500대 비금융) 기업들이 지난 40년 이래 가장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 이러한 경향은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
Jittery Companies Stash Cash After Crisis, Big Businesses Hoard Most Bucks in 40 Years; Google's $22 Billion Cache
The Wall Street Journal, NOVEMBER 3, 2009 BY TOM MCGINTY AND CARI TUNA
Stung by the financial crisis, (the 500 largest nonfinancial) companies are holding more cash -- and a greater percentage of assets in cash -- than at any time in the past 40 years. ...... The trend appears to have continued in the third quarter, despite an improving economy. ...... ---------------------
(씨티그룹의 회장) Pandit의 ‘거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한’ 현금쌓기는 은행의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 Bradley Keoun 기자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은행은 마치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현금을 쌓고 있다.......
지난 9월 30일 현재 씨티그룹이 쌓아두고있는 유동성은 4503억달러에 이른다. 총자산 중에서 24%를 차지하는데 이는 2008년 6월말 16%(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2007년 중반부터 터져나왔기 때문에 이 16%라는 비중도 매우 높은 수치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에서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3분기 영업실적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자수입이 1년 전과 비교하여 14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그 결과 Vikram S. Pandit이 이끌고 있는 뉴욕소재 씨티그룹은 7억 5천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
“내가 업계에 몸담아 온 44년 동안, 나는 이처럼 많은 현금을 그냥 쌓아두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 라고 플로리다주 Lutz시에 자리잡고 있는 로치데일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보베는 말한다.
현재 씨티그룹의 현금과 예금은 0.63%의 이자수익을 내고 있는데, 만일 이 돈들이 고객들에게 대출된다면 7.2%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은 적어도 86.5억달러 이상의 연간 이자수입을 올릴 수가 있게 된다. ......
JP모건의 CEO Jamie Dimon은 지난 주 증권업계 모임에서 “아마겟돈이 벌어질 가능성은 이제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스스로는 현금성 자산 쌓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1년 동안 현금과 (중앙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적격증권(유사시에 중앙은행에 담보로 제공하여 현금을 빌릴 수 있는 적격증권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채)을 세 배로 늘려왔다. 뉴욕소재 JP모건 은행이 쌓아놓고 있는 유동성은 지난 9월 30일 현재 4536억 달러로 이 중 807억달러가 현금과 예금이다(나머지는 국채 등의 적격증권). 4536억 달러는 은행 전체 자산의 22%에 이르는 것으로, 이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의 기록인 9.5%에서 늘어난 것이다.
“JP모건은 끊임없이 ‘요새와 같이 튼튼한 대차대조표’라는 개념에 대해 말해오고 있다. .......” ......
Pandit ‘Near Death’ Hoard Signals Lower Bank Profits
Bloomberg, NOVEMBER 2, 2009 By Bradley Keoun
Citigroup Inc. and JPMorgan Chase & Co. are hoarding cash as if another crisis were on the way. ...... Citigroup’s total liquidity as of Sept. 30 was $450.3 billion, or 24 percent of assets, up from 16 percent in June 2008. The shift was reflected in the bank’s third-quarter results, when interest income fell by $1.4 billion from a year earlier and pushed New York-based Citigroup, headed by CEO Vikram S. Pandit, to an operating loss of $750 million. ...... “In my 44 years in the business, I have never seen a company with remotely as much cash as this,” said Richard X. Bove, an analyst at Rochdale Securities in Lutz, If Citigroup’s cash and deposits, which earn 0.63 percent, had been put into loans, which fetch 7.2 percent, the bank would be getting at least $8.65 billion more in annual interest revenue. ......
JPMorgan CEO Jamie Dimon said last week at a securities- industry conference that “the chance of Armageddon is over.” The view hasn’t stopped him from tripling JPMorgan’s pile of cash and debt securities that can be used as collateral over the past year. The New York-based bank’s total liquidity was $453.6 billion as of Sept. 30, including $80.7 billion in cash and deposits at other banks. The larger figure is 22 percent of its total assets, up from 9.5 percent before Lehman’s bankruptcy. “JPMorgan has talked incessantly about the concept of the fortress balance sheet, ...” ...... ----------------------
미국 현지 사정을 전하는 언론기사를 보면 비금융기업, 금융기업을 불문하고 ‘마치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현금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가의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업계에 몸담아 온 44년 동안... 이처럼 많은 현금을 그냥 쌓아두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정도가 비정상적일 만큼 막대한 규모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경우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현금과 예금을 고객대출에 사용하지 않고 그냥 쌓아두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아마겟돈이 벌어질 가능성은 이제 지나갔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현금성 자산 쌓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요새와 같이 튼튼한 대차대조표’를 강조하고 있다는데, 무엇에 대비한 ‘요새’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닥치게 되면, 미국 자본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반면 디플레이션이 닥치게 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이들 자본이 한반도에 자리잡은 한국인들보다 경제동향에 대한 정보가 어두울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할 것입니다.
JP모건의 유동성 내역을 보면, 4536억 달러 중 807억달러가 현금과 예금이고, 나머지는 주로 미국 국채입니다. 대중매체에서 얘기하는 대로 미국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를 남발하고 있어서 국채의 가치가 휴지조각이 된다면 JP모건은 망하겠군요. 반면 국채 가격이 올라간다면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JP모건이 미국에서도 최고의 금융자본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JP모건이 한국인들보다 경제동향에 대한 정보가 어두울까요?
저는 지난 글, 를 통해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업자본의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98년 이전과 같은 상황이라면 한국기업들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원치 않을 것으로 봅니다. 아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현금자산을 쌓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동향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대기업, 올 한해 유상증자로 자금조달 이투데이 ......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운영 자금이 올 11월 전년동기 대비 104.6% 늘어난 28조 4123억원을 기록해 기업들이 현금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투자자금과 현금자산을 늘림으로써 불확실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았고, 가계는 부채비율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줄곧 인플레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형성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이유 없이 그냥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는 법입니다.
이제 부채비율이 역전되었습니다. 산업자본의 부채비율은 낮고 가계의 부채비율은 높아졌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산업자본이 인플레이션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차트는 지난 세월동안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저축률 추이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줍니다.
역시 98년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가계와 기업 간의 저축률 추이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지금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가게 되면 10년 전에 비해 기업(=자본)들은 매우 불리해진 상태입니다. 반면 개인들은 매우 리해졌습니다.
이처럼 근본여건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앞으로도 부동산 불패신화가 계속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사고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습니다.
삼성 전·현직 임원들, 스톡옵션 대거 행사 한겨레
위 기사를 보면 지난 3분기에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대거 행사하여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신문기사에서는 삼성전자가 최초로 100-10 클럽(매출 100조 이상, 이익 10조 이상)을 달성했다는 장미빛 기사를 전하더군요. 하지만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정반대입니다.
이상에서 보듯이 미국, 한국을 불문하고 대중매체가 전하는 ‘말’들과 자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정반대입니다.
말을 믿고 대응할 것인가, 행동을 믿고 대응할 것인가, 가장 먼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결정해야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에서 소개해드린 외신 기사는 일전에 ‘깜장붕어’님께서 댓글로 소개해주셔서 알게되었습니다. 유용한 기사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오늘은 우리 외환시장에 대한 분석을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먼저 요새 시장상황 관련하여 큰 틀에서 조망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여 이 글을 먼저 올립니다. 외환시장 분석은 다음 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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