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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달러…가치하락폭 위안화에 달렸다

주식·환율·금융

by 21세기 나의조국 2009. 10. 2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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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달러…가치하락폭 위안화에 달렸다

한겨레 | 입력 2009.10.25 20:10 | 누가 봤을까? 30대 여성, 대전

 

 

[한겨레] [열려라 경제] 글로벌 환율 재조정 진단 & 전망

 

 

 

달러 위기설이 부각되고 있다.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본산인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게다가 달러 발행국인 미국 정부가 재정 위기에 직면하고 달러화의 건전성을 담보해야 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달러 유동성을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느라 애쓰는 상황이다.
 
 '금융 패닉' 상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지금,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로서 외환시장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차원의 광범위한 경제적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재조정하는 수단으로서 달러 약세가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제2탄', 즉 달러 위기설을 낳고 있는 것이다.

달러 등락 되풀이속 추세적 하락 사이클 이어갈 것
환율조정, 중국 위안화 절상·경제체질 재편이 관건


특히 국제 기축통화 재편 논쟁이 기폭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초국적 준비통화' 구상을 들고나오며 포문을 열었고,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끄는 유엔 금융개혁위원회도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최근 중동 산유국의 결제통화 다변화 움직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저금리 기조를 이용한 달러 캐리트레이드(싼값에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도 확산되고 있다. 그간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결국에는 미국으로 석유 달러나 외환보유액이 재환류하는 것, 달리 말해 '달러 리사이클링'을 통해 지탱되어 왔던 사실을 고려하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달러의 국제적 순환시스템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축통화 재편이 현실화하기엔 선결과제가 여전히 수두룩하다. 기축통화란 국제 상거래나 금융거래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이 밖에도 외환보유액 비축과 같은 예비적·투자적 동기도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달러화의 지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64%에 이르며,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거래 비중도 43%나 된다. 흔히 기축통화의 결정 요인으로 경제 및 교역 규모, 금융시장의 개방 및 성숙도,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성, 네트워크 외부성을 꼽는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달러화 지위를 대신할 통화는 없다.
 
그나마 각광받던 유로화도 이번 위기를 거치는 동안 정치 통합의 결여로 인해 혼선을 거듭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과 같은 초국적 준비통화가 관심을 끌지만, 누가 이 통화를 관장할 것인지, 각국의 통화·환율 정책의 독자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결국 달러가 흔들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에 내팽개치기도 힘든 상태다. 과연 위기에 빠진 달러는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을 것인가?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1970년대 초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달러화는 줄곧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여 왔다.
 
금과 같은 담보 없이 전적으로 정부의 공신력에만 의존하는 법화(法貨· fiat money)로서 달러화의 신뢰성이 지속적으로 의문시된 까닭이다. 하지만 그 과정 사이엔 세계경제의 역학 변화를 반영하는 일정한 사이클도 나타났다. 미국의 경쟁력 실추를 배경으로 이뤄진 1985년의 플라자 합의 이후 10년 동안 하락 사이클이 진행됐고, 그 이후 95년부터는 다시 상승 사이클이 재개됐다.
 
이른바 '신경제'를 발판 삼아 미국이 생산성 기적을 향유하며 달러화의 위상을 회복한 것이다. 때맞춰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국제 금융위기도 보탬을 줬다. 최근의 달러화 약세 기조는 닷컴 거품 붕괴와 엔론 사태 등으로 미국식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면서 시작된, 2002년 이후 하락 사이클의 연장이다.

여기서 1985~95년의 달러화 하락 사이클이 두 단계로 진행된 점에 주목하자. 초반에는 달러화가 일방적인 약세를 기록했으나, 90년 이후에는 위아래로 등락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가치가 추세적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이 모두 거품 붕괴와 통일 후유증이라는 장애물에 맞닥뜨려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이른바 '대안 부재론'이 힘을 발휘한 셈이다.
 
이번 위기 과정 속 달러화 운명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도 더 하락할 여지는 분명 있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1990~95년의 경험에서 봤듯이 상당한 변동성을 지닌, 점진적인 모양새를 띨 가능성이 무척 높다. 달러화 가치가 위아래로 끊임없이 표류하는 가운데 글로벌 환율 재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달러의 위기와 맞물린 글로벌 환율 재조정 과정에서 핵심 열쇠는 단연 중국 위안화가 쥐고 있다. 이미 엔화나 유로화는 달러화에 견줘 대폭 절상되었지만, 위안화는 2005년 평가절상 이후 극히 점진적인 절상 행보를 이어왔을 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아예 움직임이 정체된 모습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또다른 축은 바로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잉여저축이다. 결국 '새로운 G2'로 격상된 중국이 과연 글로벌 환율 재조정 차원에서 위안화의 대폭 절상을 포함해 중국 경제의 체질을 민간 내수 위주로 효과적으로 재편시켜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엔화나 유로화, 나아가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요동치는 것은 위안화의 '요지부동'에 따른 반대급부로 해석할 수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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