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깨어있습니까?”, 시민 노무현이 묻다 (이은희 前 청와대 2 부속실장 / 2009-12-21) 7년 전 12월19일, 국민은 16대 대통령으로 노무현을 선택했다. 많은 이들이 새 시대를 예감했고, 나는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갔다. 그 시절 권위주의 는 권력의 칼춤을 추었고, 지역주의와 학벌이 만나 높은 성채를 쌓고 있었다. 기회균 등과 분배정의보다 성장우선주의가 군림하는 사회였다. 그는 이것을 반칙과 특권이라 불렀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의 재임기간 5년은 낡은 것을 끝내기 위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대통령 노무현은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차를 떠나보내지 않는 한 첫차는 출발할 수 없었다. 그는 기꺼이 구시대의 막내를 자처했다. 대통령 노무현은 권위를 내던졌고, 권력은 총리와 나누었으며 사회적 쟁점은 공론의 장 을 통해 결정했다. 막차를 떠나보내는 과정은 힘들었고 때로 혼란스러웠다. 대통령 특 유의 직설화법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시계 제로의 정국 속에서 의회는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국민은 대통령을 버리지 않았다. 2004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정치 중심으로 복귀했으나 새 시대의 산통은 여전했다. 보수세력과 언론, 검찰은 무시로 그를 위협하고 조롱했다. 지지자들도 그의 마음을 이해 하지 못했고 여당마저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은 조금씩 지쳐갔다. 그는 조용히 청와대를 떠났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권이 등장했다. 정치인 노무현은 어쩌 면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주요한 정치 고비마다 온몸을 던지며 정면돌파했던 대통령 노 무현은 그렇게 한 사람의 시민이 되었다. 들은 다시 환호했다. 시민 노무현은 밀짚모자를 쓰고 막걸리를 마시며 손녀를 자전거 에 태우고 다니는 할아버지였고,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며 ‘봉하오리쌀’을 생산하는 농부였으며, ‘민주주의 2.0’이라는 토론광장을 연 논객이 되었다. 그는 서울의 한가 운데 자리 잡고 가끔씩 가십거리를 던지는 퇴임대통령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직 을 내려놓고 소박하게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그에게 뜨거운 사랑과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 다. 퇴임한 대통령의 사저 방문이 관광코스가 된 것은 전 세계의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명박 정권은 조금씩 그를 압박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치적 독립성과 자주적 수사권을 보장받았던 검찰이 정치권력의 시녀로 돌변하여 퇴임한 대통 령을 모욕했다. 때로 거칠었지만 국민에게 한없이 순수했던 사람, 우회하지 않고 언제 나 일직선으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했던 그는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2009년 5월 23일 대통령 노무현은 서거했고 자연인 노무현은 생을 마감했다. 봉하마을에서부터 시 청앞 노제까지 흩뿌린 수백만의 눈물과 탄식을 뒤로한 채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노무 현 대통령님, 나는 이제 당신을 ‘시민 노무현’으로 부르고자 한다. 당신의 진정한 영 예는 한 사람의 ‘깨어 있는 시민’으로 이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던 노력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16일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유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물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가, 어떻게 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힘없는 보통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 일까?” 그는 ‘진보의 미래는 국민이 생각한 것만큼 나아간다’고 했다. 깨어 있으라는 말 이다. 내게 대통령 노무현은 추억이지만 시민 노무현은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완료형이다. 그가 던져놓은 진보의 미래라는 화두에 답하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되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독주정치에 맞서 국민소통의 문을 여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온 산천을 파헤치는 낡은 토목행정에 맞서 생명과 창조의 물줄기로 연대하는 것이다. 수십 번을 약속한 세종시 건설을 일언지하에 파기하 는 ‘불신지옥’ 이명박 정권에게 약속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대통령 노무현을 회고하며 울지 않겠다. 내 삶의 현장에서 한 사 람의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 더 많은 ‘시민 노무현’과 함께 나라와 아이들 의 미래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시민주권의 힘으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커 나갈 때 ‘시민 노무현’은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시민 노무현’이 형 형한 눈빛으로 묻는다. “지금 깨어 있습니까?” (cL) 이은희 / 전 청와대 2 부속실장
하지만, 그가 청와대를 떠나 봉하마을로 들어서자 ‘시민’ 한 사람을 새로 얻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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