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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고 또 침묵하다 노무현을 잃었다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09. 12. 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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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고 또 침묵하다 노무현을 잃었다
(서프라이즈 / 최민희 / 2009-12-17)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음해공작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공작정치와 한치도 다름없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퇴행적 공작정치의 배후는 이명박 정권이다. 당연히 정보기관을 비롯하여 어쩌면 국세청까지 음지에서 맹활약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은 이번 정치공작의 자본주이며 경영자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시녀화된 검찰, 정치검찰은 조연 정도일까.

지난 2004년 대선 자금수사로 회복된 검찰의 신뢰가 무너지는 데는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07년 BBK 정치를 통해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박연차 사건, 한상률 사건, 이 대통령 사돈기업 수사 등등의 편파수사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공작 수사, 한 총리 음해 공작에 앞장섬으로써 정권 홍위병 검찰로 스스로를 낙인 찍어버렸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한 총리 음해 공작의 기획, 각본, 연출의 책임자는 허위 왜곡 음해 보도를 일삼는 수구언론들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조선일보는 PD쯤 될 테고 나머지 신문들은 AD정도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조선일보가 12월 4일 “한 총리가 수 만 달러를 받았다”고 음해를 시작하자 이에 질세라 중앙일보가 나서 “오만달러다- 추천서를 써주었다”며 음해보도 충성경쟁을 벌였다. 그다음에 동아일보는 아마도 새롭게 위작할 내용이 없었던지 두 신문의 보도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이후 언론은 “총리공관에서 둘이 만났고 직접 주었다”라는 작문기사를 썼다가 “여러 명이 총리공관을 방문했고 총리공관에 돈을 두고 왔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었다. 물론 이들 기사들은 6하 원칙 을 무시한 ‘아니면 말고식 허위보도’임이 분명했다.

 

수구언론들이 음해보도 주고받기를 시작하자 방송이 ‘눈치를 보며’ 뒤따랐다. 방송이 눈치를 보았다고 표현한 것은 KBS까지도 곽 전사장이 “2만 불을 주었다” “10만 불주었다” “5만 불이다” 라는 식으로 진술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진술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했다는 점을 평가한 결과다.

 

수구언론들과 방송이 우리나라 현대사상 가장 깨끗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부패한 대통령으로 여론재판 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구언론들이 자신들의 지면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음해하고 기정사실화하는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 정도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때와 지금은 사뭇 다르다. 노 전 대통령 때 침묵하여 결과적으로 그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방관했다는 자책이 ‘한명숙 음해 차단’ = ‘한명숙 지키기’로 결집되고 있다. 정치인이 정치자금문제로 시비에 휩싸였을 때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대응한 적이 있었던가. 유례없이 한명숙 지키기 비대위까지 만들어진 것을 두고 “죽은 노무현이 한명숙 지키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자책감이 힘을 결집시키는 동인이 되고 있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지금은 한 전 총리를 타겟으로 삼고 있지만 제2, 제 3의 한명숙이 나오지 않는다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도 없고 어떤 정치공작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 사법부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죽이기에 총대를 메고 나섰을 때 ‘법원의 노회찬 구하기’는 이미 법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 공작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둘은 절대로 단일화되지 않는다”는 꼼수로 87년 대선 시기 양 김씨의 갈등을 부추겼던 정보기관 공작의 축소판으로 보이지 않는가.

 

지금 곽 사장이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정치인은 한둘이 아니란다. 그 진술에 포함된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현 정권에게 위협이 되거나 현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는 정치인 그리고 여론에 영향을 주는 인사들에게 가해질 정치공작이 어떠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진중권 씨 주변에서 벌어지는 흉흉한 작태들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있어서는 아마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또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도 정치공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공작이 학생 및 재야인사, 정치인 및 노동자뿐만 아니라 말 한 마디 잘못한 일반국민에까지 광범위하게 자행된 기억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정치공작의 피해자는 바로 ‘나 자신’일 수 있다. 촛불집회 이후 평범한 네티즌들에게 가해진 이명박 정권의 대응을 보면 이런 걱정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2차대전 이후 마틴 니뮐러 목사는 이렇게 고백했다.

나치는 먼저 공산당원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유태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에 가톨릭교도들을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글은 작금의 우리 현실 속에서 이렇게 바꿔써 볼 수 있다.

이 정권은 먼저 노무현 대통령을 잡아갔다. 나는 친노가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한명숙을 잡아갔다. 나는 또 침묵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노조를 탄압했다. 나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침묵했다.
다음으로,그들은 네티즌을 잡아갔다. 나는 네티즌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불교를 탄압했다. 나는 가톨릭교도이므로 침묵했다.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그러나 그때에는 내 주위에 나서줄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명숙 음해공작을 분쇄하는 것은 더 이상 친노나 한명숙 전 총리만의 일이 아니다. 한명숙 지키기는 ‘나’를 그리고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최민희 (前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02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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