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일 100포인트 넘게 급락 ‘2400선 붕괴’ 코스피200선물지수 매도 사이드카 발동 外人, 코스피 현·선물 대량 매도세 “정치 불확실성 해소만으로 버티기 힘들어” ‘보복 관세’ 中 향한 美 추가 조치 주시 글로벌 증시·金·가상자산 동시 급락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랙 먼데이(BlackMonday·월요일 증시 대폭락)’ 사태가 현실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로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7일 코스피 지수마저 10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400선이 무너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도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가한 미국 관세 폭풍에 초토화된 셈이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촉발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값마저 급락세를 보인 데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마저 줄하락세를 보이면서 어느 한 곳 위험을 분산할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패닉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外人 대탈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06.17포인트(4.31%) 내린 2359.25로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20.37포인트(2.96%) 떨어진 667.02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28.75포인트(5.22%) 내린 2336.67, 코스닥 지수는 30.27%(4.40%) 하락한 657.12를 기록하며 낙폭을 넓히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12분 11초에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7.10포인트(5.19%) 내린 312.05였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일명 ‘블랙 먼데이’로 불렸던 지난해 8월 5일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한 바 있다. 다음날인 6일에는 급등으로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이날 오전 9시 28분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4196억원, 기관은 2848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은 6716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7951억원을 순매도해 현·선물을 합쳐 1조1000억원대 ‘코리아 엑소더스(한국 증시 대탈출)’ 움직임을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27.9원 급등한 1,462.0원에 개장했다. 일본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00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코스피 지수 등락률은 지난 3일 -0.76%, 4일 -0.86%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지수 하단을 받쳐준 영향이 컸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틀 연속 미 증시가 폭락한 상황을 국내 증시가 버텨내긴 역부족이었단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증시는 지난 3~4일 2거래일간 누적 낙폭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9.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10.59%, 나스닥평균지수 11.44%에 달할 만큼 이른바 ‘패닉 장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거래일(3~4일)에만 역대 최대인 6조6000억달러(약 9646조원)가 미 증시에서 증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미 뉴욕증시에서 사라진 시총 규모는 11조1000억달러(약 1경6223조원)에 이른다.
이날 오전 9시 5분 기준으로 S&P500 선물(-4.27%)과 나스닥 100 선물(-5.50%), 다우 선물(-3.56%) 등도 급락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 불안 해소란 호재는 이미 지난주 상당 부분 증시에 반영됐다”면서 “대통령 부재란 ‘리더십 공백’ 탓에 자본시장 혼란의 근본적 요인인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력을 낮추기 위한 협상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 증시엔 큰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코스피가 지난 주말 미국의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글로벌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7일 4%대 급락 출발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가 현실화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 이어 원·달러 환율도 다시 1460원대로 치솟았다. 장 초반 증시의 급격한 매도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2분 11초에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령됐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각종 경제지수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글로벌 증시·金·가상자산 어느 한 곳 빠짐없이 폭락
문제는 시장 전체가 ‘관세 전쟁’ 발발에 따른 공포에 휩싸인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세 폭탄’을 활용해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은 미 증시 대폭락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에 대해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끈기를 갖고 버텨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 중국 무역적자 1조달러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고강도 상호 관세 조치에 반발한 중국이 34%의 ‘맞불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반격 시 추가 공세 강화를 공언한 미 행정부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경우 자본시장의 혼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관세 발 물가 상승을 우려하면서도 “통화정책의 적절한 경로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짚었다.
무차별 관세 조치에 미국의 ‘R(Recession,경기 침체) 공포’가 강화하자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말 연 4.25% 수준에서 지난 4일 우연 4.0%까지 내려왔다. 장 한때 연 3.8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발 충격에 전 세계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위험 분산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다.
국내 투자자의 주요 해외 투자처로 꼽히는 일본 닛케이225 평균지수는 미국의 고강도 관세 조치, 뉴욕증시 급락 영향에 지난 3~4일 이틀간 5.45% 급락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등락률은 전장 대비 -8.27%에 이른다.
지난 3~4일 범유럽 지수 유로스톡스50지구도 8.02% 곤두박질쳤다.
관세 전쟁 격화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며 고공행진을 벌였던 국제 금값마저 급락한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하는 요소다.
이날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6일 종가 기준으로 온스당 2983.70달러를 기록, 지난 2일 종가(3133.57달러)보다 4.78%나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차입 투자자가 마진콜 상황(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한 경우 현금 확보를 위해 안전자산인 금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앱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마저도 오전 9시 15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6.81% 급락한 7만7749달러에 거래되며 8만달러 선 아래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조준기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밸류에이션 저점 등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문제가 단기간에 깔끔하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이즈가 발생하면 낙폭이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반등한다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이후 금융시장의 관심은 트럼프의 상호 관세와 미국 경기 침체 여부에 맞춰질 전망”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고 이를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