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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본드 불신 커지자 은행들 “조기상환”…문제는 비은행권

주식·환율·금융

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3. 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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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본드 불신 커지자 은행들 “조기상환”…문제는 비은행권

김남준입력 2023. 3. 30. 00:03수정 2023. 3. 30. 06:19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촉발한 신종자본증권(AT1) 우려가 한국 자본시장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국내 금융계 상환 능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현재는 다수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처럼 의외의 사건이 발생한다면, 언제든 시장 불안이 되살아 날 수 있다.

 

29일 주요 시중은행은 콜옵션(조기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AT1을 모두 조기상환하고 추가 발행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선 다음 달 우리은행(5000억원)과 신한금융그룹(1350억원)이 10월에는 하나은행(1800억원), 11월에는 하나금융그룹(2960억원)이 AT1을 조기상환할 예정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T1은 채권이지만,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면서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일종의 영구채다. 통상 AT1은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조기상환을 한 뒤, 다른 AT1을 발행해 차환(기존 채권을 새 채권을 발행해 갚는 것)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번에 은행들은 AT1 조기상환 후 차환은 하지 않기로 했다. CS 사태로 AT1 관련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AT1을 차환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해 이자 부담이 크다. 또 조기상환을 안 하면 자금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에 차환 없이 조기상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나마 주요 시중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탄탄하고, AT1 비중도 10% 미만으로 높지 않다. 문제는 은행보다 자본력이 약한 비은행권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보험사의 AT1 및 후순위성 채권 물량은 약 4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가량인 2조1132억원이 2분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일단 당장 다음 달 한화생명(10억 달러)·메리츠화재(1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단 보험업계에서는 조기상환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을 제외하고 금액이 많지 않고 은행과 달리 위기 시 상각되는 ‘코코본드’가 없어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 언제든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KDB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의 경우 대주주 자금 지원이 어려워 조기상환이 실패하면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 불안을 일으키는 일은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환을 제때 해도 자금 경색이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AT1 조기 상환에 부족해진 자본을 다른 방식으로 쌓아야 하는데,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돈줄을 더 죌 가능성이 높다. 비은행권 금융사도 AT1 대신 다른 방식으로 돈을 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AT1 사태가 당장의 금융 위기를 만들진 않아도 금융권에 자금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이럴 경우 유동성이 줄어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상호금융 대손충당금 적립 130% 검토=금융위원회는 29일 ‘2023년 제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대출 관련 부실 우려가 커진 상호금융 회사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기존 100%에서 13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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