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가 3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달 개미들의 수익률(6.9%)이 외국인(5.0%)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개인들의 순매수가 집중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주를 비롯한 전기차 배터리주에 대해서는 증권가 전문가마저 주가 상승을 설명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과열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배터리주에 대한 개인과 외국인의 시선 차이는 매매 패턴에서도 확인된다. 1~2월 국내 증시에서 7조6090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9일까지 1조64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순매도 규모(6843억원)보다 코스닥시장(9559억원)에서 더 많은 매물을 쏟아냈다. 반면 개인들은 에코프로그룹주에 '몰빵'에 가까운 투자에 나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5개 종목은 순서대로 △에코프로(순매수액 9480억원) △에코프로비엠(6770억원) △포스코홀딩스(3770억원) △SK하이닉스(1960억원) △신한지주(1760억원)다. 특히 이 중 3월 등락률(2월 28일과 3월 28일 종가 비교)이 가장 높은 곳은 에코프로로 51.8%에 달하며 에코프로비엠은 34.7%를 기록했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그룹주가 개인에게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준 셈이다.
29일에도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4.99% 올랐다. 개인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시가총액이 12조8602억원인 에코프로는 이날 하루에만 1조2860억원이 거래됐다.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4% 이상 상승했다.
현재까지 에코프로그룹주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개인들의 매수가 이어지면서 공매도 역시 줄어들고 있다. 에코프로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 비율은 2월 한때 20%에 이르렀지만 현재(28일 기준)는 4%대까지 뚝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비율도 1월 말 29%였지만 현재 6%대로 줄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가파른 주가 상승에 주식을 청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공매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더 급격하게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2차전지주에도 3월 개인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등 코스피 종목보다 에코프로그룹주 같은 코스닥 종목에 쏠렸다. 개인이 많이 사들인 5~10위권에는 나노신소재(1210억원) 천보(1080억원)도 올라왔다. 2차전지주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가파른 상승장 끝에 반드시 찾아오는 주가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강세를 이어온 2차전지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동안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외국인과 기관은 2차전지주 매도에 집중하고 있다. 에코프로만 놓고 보면 기관은 지난 2월 3일 이후 단 하루(16일)만 빼놓고는 순매도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도 이달 들어 에코프로를 120만주 이상 순매도했다.
2차전지주 급등 열차에 올라타려는 개인의 코스닥 '빚투'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신용잔액은 9조3430억원(28일 기준)으로 같은날 코스피 신용잔액(9조654억원)보다 규모가 컸다. 22일부터 5일째 코스피 신용잔액을 넘기며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코스닥 신용잔액이 코스피 신용잔액을 넘긴 날이 하루도 없었는데 이달 들어 종종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주도 개인과 외국인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월 들어 개인이 삼성전자(순매도액 9260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우는 동안 외국인은 순매수하며 물량을 그대로 소화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이 2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반도체주라도 개인은 SK하이닉스를 사고 외국인은 팔고 있어 대비된다. SK하이닉스는 개인 순매수 4위인 반면 외국인 순매도 2위다.
개인들은 에코프로그룹주로 '화끈한' 성적을 거두면 전체 성적이 외국인보다 높았으나 이들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 순매수 상위에선 손실을 보면서 지속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면 외국인은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대부분 고른 수익을 거뒀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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