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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月1900만원 들어도 떠날래"…중국 국적 버리는 부자들[중대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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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3. 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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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月1900만원 들어도 떠날래"…중국 국적 버리는 부자들[중대한說]

오진영 기자입력 2023. 3. 4. 10:06수정 2023. 3. 4. 10:36
 
 
/사진 = 바이두

 

 

"굳이 중국에 살아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 교육 환경이 크게 좋은 것 같지도 않고요."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아내와 외동딸을 미국으로 보냈다. A씨가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어 함께 가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A씨까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매달 10만 위안(한화 약 1900만원)이 넘는 생활비가 필요하지만, A씨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자주 만나는 다른 가게의 사장이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봐도 돈이 있다면 해외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라며 "딸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면 제일 좋지만, 영주권이라도 얻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부자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탄력을 받고 있다. 불안한 정치·경제 상황이 부유층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부자 이민자 숫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마윈·바오판 등 재벌들이 공산당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로 잇따라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면서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현지 재계는 부자 이민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윈·바오판처럼 숙청 당할라…부자들이 중국 뜨는 이유

 

/사진 = 정서희 인턴 디자인기자
 

현지 재계에 따르면 중국 내 부자들의 이민 선호도는 60%에 달하며, 1억 위안(19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경우 70%가 이민을 고려하거나 이미 국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기준 미국으로 이민 간 부유층은 1만 5000명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내 전체 부유층의 13.9%다. 주된 지역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이름을 알 법한 거물급 인사들도 잇따라 중국 국적을 버렸다. 중국 대표 외식 브랜드 하이디라오의 창업주인 장용은 2450억 위안(한화 약 46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와 그의 아내는 싱가포르인이다. 중국 3위 부동산 개발사 수낙차이나의 창업주 쑨홍빈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태양 에너지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선테크파워의 전임 회장 쓰정룽은 호주 사람이다.

 

중국인들을 자극하는 것은 이들이 중국에서 막대한 수입을 거두고도 국적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다. 중국 최대 건설사인 소호차이나의 공동대표 장신·판스이 부부는 코로나19 확산기에도 중국에 한 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았다. 쑨홍빈 수낙차이나 창업주는 비리 혐의로 중국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장용은 경영 부진을 이유로 하이디라오의 중국인 직원을 1만 명 이상 해고했다.

 

부자들의 이민 이유로는 고액소득자에 대한 높은 세율이 첫손에 꼽힌다. 중국의 소득세율은 최대 45% 수준으로 자국 법인세율(25%)은 물론 싱가포르(20%)나 미국(37%)·태국(37%)보다 높다. 특히 코로나19로 중국 내 1·2선 주요 도시의 봉쇄가 잇따르자 내수 경기가 얼어붙고 물가가 오르면서 세액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생필품 가격은 치솟는데 유동자산이 줄면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는 셈이다.

 

언제든 정부의 눈 밖에 나면 재산을 잃거나 숙청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주 요인이다. 중국의 재계 거물인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나 바오판 차이나르네상스홀딩스 회장, 류롄거 중국은행 회장 등은 줄줄이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면직 조치됐다. 중국 공산당의 보수적 금융 규제를 공개 비판하거나 고객 정보를 정부에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부자 탄압'이 중국 부자들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더 많은 부를 획득하려는 부자들의 연쇄 이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이동셩 런민대 교수는 "경제적 기반이 제한되어 있는 중산층과는 다르게 부자들은 이미 중국 내에서 안정된 소득과 직업을 갖고 있다"라며 "중국 내에서는 부의 취득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경제 안정화되고 안정도 높은 해외 국가로 옮기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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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앞으로 이런 부자 이민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주요 이민 대상국으로 꼽히는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태국 등은 이미 중국인의 시민권·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200만 유로(한화 약 27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비 유럽연합 국민에게 지급하던 '골든 비자'를 폐쇄했으며, 포르투갈도 거주권을 제공하는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 비자의 발급 대상은 90% 이상이 중국인이다.
 

중국 내 인식이 악화하면서 당국의 규제도 거세졌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비표준 금융 사업의 확대를 금지하는 규제안을 내놨는데, 중국 내에서 수익을 낸 자연인·법인이 해외 이전을 계획할 경우 자산의 이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자녀 교육이나 안정된 주거 환경을 위해서 다른 국가로 이민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뚜렷하지만, 국부 유출은 물론 인민들의 박탈감까지 조성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점차 규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돈은 중국에서 벌고, 거주는 외국에서 하려는 일부 부자들이 중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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