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처리량 기준 세계 4위 규모인 중국 광둥성 선전항의 옌티엔 컨테이너 터미널. 이곳은 최근 컨테이너를 싣지 않은 트럭들이 터미널 부지 곳곳에 빼곡히 주차돼 있다. 지난 17일 이곳에 컨테이너를 내린 트럭 기사 황모씨는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며 “이 터미널에 1만5000명 이상의 트럭 기사가 등록돼 있지만, 일감을 찾은 기사는 200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체 트럭 기사의 90% 가까이가 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3년간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는 “2021년까지만 해도 보낼 화물이 너무 많아 빈 컨테이너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빈 컨테이너들이 항구 주변 공간을 모두 차지한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중국 톈진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AP연합뉴스
각종 지표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수출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 항만당국은 옌티엔항에 보관된 빈 컨테이너 물량이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곧 29년 전 개항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작년 12월 40ft 컨테이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5% 떨어졌다. 미국 서부로 향하는 아시아발(發) 컨테이너 운임은 1295달러(약 168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92% 하락했다.
프레이토스발틱지수(FBX)의 유다 레빈 연구 총책임자는 “지난 몇 주간 아시아 이외 지역의 운임은 비교적 평준화됐고, 태평양 횡단 운임은 2019년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아직 남아있는 재고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지출 감소,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 등이 (수출) 감소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수출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 급감한 3060억8000달러(약 397조350억원)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9가 발생한 2020년 2월 17.2% 감소 이후 34개월 만에 기록한 최악의 수치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작년 10월 -0.3%로 29개월 만에 역성장한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중국 수출이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 근거로는 중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최근 “2월 1~10일 한국의 하루 평균 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하고 운송료가 하락하는 것은 (중국의) 수출이 외부 수요 약화라는 강한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2월 1~10일 하루 평균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 24억2000만달러(약 3조1395억원)에서 20억7000만달러(2조6854억원)로 14.5% 줄었다.
작년 경제가 3.0% 성장하는 데 그쳤던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고 경제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수출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중국은 다음 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5~6%대를 전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중국 경제에 걸림돌이 있다면 부동산 시장 약세와 미국 및 유럽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수요 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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