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가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다. 특히 일본의 신세대로 불리는 일명 '젠지(Z세대·19~25세)세대'에게 한국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OTT(Over The Top) 순위 전문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부터 10위까지 작품 중 '덫의 전쟁'(War of Trap), '블루 록'(Bluelock), '워킹 데드'를 제외한 7개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특히 국내에서도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인 tvN 주말드라마 '일타스캔들'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1위 자리를 지키면서 한·일에서 '쌍끌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연애대전', '사랑의 이해', '피지컬:100', '악의 꽃', '트롤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순위/사진=플릭스패트롤 캡처
지난해 7월 공개된 '2002년 상반기 트렌드 랭킹'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방탄소년단이 꼽혔다. 해당 설문조사는 Z세대 연령의 여성 113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 한 번도 일본에서 공식 행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2위인 쟈니스 출신 아이돌 그룹 나니와단시가 각종 예능, 드라마에 출연한 것을 고려하면 놀랍다는 반응이 일본 내에서도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라 신인 걸그룹 아이브가 3위에 올랐고, 트와이스도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인기 간식 1위로 꼽힌 '지구 젤리', 3위 '뚱카롱' 등의 경우 한국의 연예인들이 먹는 모습이 일본으로 전해져 유행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일본 내 Z세대의 한국 콘텐츠 인기가 상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본 관광청이 전국 Z세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여행에 관한 의식'조사에서도 한국은 남성과 여성 모두 1위로 응답을 받았다.
2002년 KBS 2TV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된 후 한국 드라마는 일본 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과거에는 "중년 여성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일본 내 한류 열풍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분위기와 다르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콘텐츠를 일본 버전으로 만드는 작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방영 이후에도 넷플릭스에서 일본 내 인기 콘텐츠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더니 일본판 '롯폰기 클라쓰'로 재탄생했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tvN '시그널'을 영화로 만들었고, 영화 '부산행', tvN '사랑의 불시착' 등도 리메이크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의 유행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일본의 'Z세대' 또한 자연스럽게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고 분석하면서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춘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제작되면서 한국 콘텐츠가 더욱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접근성'을 꼽았다. 과거에는 방송사에서 콘텐츠를 수입해 편성해 주고, 직접 콘서트를 해야만 만날 수 있었던 한국의 콘텐츠와 스타들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한 엔터테인먼트 고위 관계자는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 스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코로나 시기에도 팬덤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다"며 "글로벌 플랫폼의 효과를 한국 콘텐츠가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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