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가 미국 장기국채 비중을 과도하게 늘려 파산에 이르자 일본 은행들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로 국내 수익률이 꺾이면서 지난 10년간 외채 특히 미국채권 투자를 급격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9시 10분 현재 일본 토픽스은행지수는 전날보다 6.24% 하락해 188.27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거래일 간 14.8%나 급락했다. SVB 파산 후 첫 거래일인 어제도 4.01% 하락했다. 개별 은행주 중 후쿠시마은행, 치바고등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전날(-6%대) 하락에 이어 이날도 5~6%이상 폭락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 아시아(한·중·일·대만·홍콩) 주가지수 중 유일하게 하락 마감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밤 미국 정부의 SVB 모든 예금자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기로 하자 한국, 대만은 공포가 진정된 반면 아시아 국가 중 일본만 유일하게 불안감이 확산된 것. 시장의 상반된 반응엔 일본 은행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커진 미국 장기채권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실리콘밸리의 '산파'로 불려온 SVB는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한 나머지 단기 채권 비중을 줄이고 장기 채권을 과도하게 늘려 파산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1년간 금리가 급등하자 보유한 장기채권의 가치가 급락했고 예금인출까지 몰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헐값에 팔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실현된 여파다.
일본 은행들도 퇴임을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로 국내 채권의 수익률이 꺾이자 지난 10년간 외채 투자를 강화해왔다. 외채 투자규모가 국내 증권에 비해선 작기 때문에 일본 은행 전반적인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잠재적 손실을 걱정하고 있다.
(도쿄 AFP=뉴스1) 최종일 기자 =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이 20일 장기금리의 상한을 높여 사실상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사진은 일본은행 북문.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닝스타의 마이클 막다드 수석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일본 예금자들이 어떤 경우에도 예금에 대한 위험에 직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지방은행들의 주가는 예금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식 투자자들이 일본 지방은행들의 채권 보유의 금리 위험을 다시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BOJ 자료에 따르면 일본 대형 은행들의 달러 채권 보유액의 위험가치는 2014년 초 1조2000억엔에서 2022년 4~6월 2조2900억엔(22조35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은행들의 익스포저는 거의 두 배가 됐다. 이 지표는 금리가 200 베이시스 포인트 상승할 때 은행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을지를 측정한다.
무라키 마사오 SMBC닛코증권 글로벌 재무전략가는 "금리 상승은 SVB의 손실로 이어졌고 이는 비슷한 문제를 가진 다른 은행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BOJ는 이에 대해 일본 은행들의 달러채권 위험가치가 대형은행은 자본금의 약 10%, 소규모 지방은행은 자본금의 약 5%로 잘 억제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 은행들에는 국내 채권 포트폴리오의 이자 변동위험이 더 크고, BOJ가 미 연준처럼 공격적으로 이자를 올릴 가능성도 낮다.
SMBC신탁은행의 야마구치 마사히로 수석시장분석가는 "미국 금리가 5%까지 올랐고, 일본의 채권수익률은 0.5%에 그쳐 전혀 다른 수준"이라며 "나는 일본 은행들이 그렇게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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