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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조? 1경원?'…中 지방정부 숨겨진 채무에 경고음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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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2. 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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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조? 1경원?'…中 지방정부 숨겨진 채무에 경고음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베이징=강현우입력 2023. 2. 18. 09:29수정 2023. 2. 18. 09:5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500조원에서 최대 1경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대표적 숨겨진 채무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인프라 개발을 대행하는 지방정부융자기구(LGFV)의 부채 문제다. 부동산과 금융이 얽혀 있어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GFV가 조달한 자금 순증액은 -54억위안(약 1조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발행이나 은행 대출 등으로 확보한 신규 자금보다 상환한 자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LGFV의 분기별 조달 자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S&P 자료가 있는 2019년 이후 처음있다.

 

LGFV의 사업 구조를 보면 분기별 자금 조달이 감소한 것이 위험 신호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1. 중국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2. 지방정부는 2014년까지 독자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었다. 이에 LGFV라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3. LGFV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지방정부의 토지 등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다.

 4. LGFV는 확보한 자금으로 인프라 투자 사업을 진행한다. 도로, 항만, 교량, 산업단지 등을 짓는다.


 5. LGFV는 완공한 인프라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채무를 상환한다. 하지만 사업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새로운 대출 또는 회사채로 '돌려막기'를 하는 게 현실이다.

 5-1. LGFV의 신규 자금 조달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돌려막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부실 LGFV에 대해 은행이 대출을 줄였거나, LGFV의 회사채가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로 코로나' 방역과 경기 침체로 인해 인프라 운영 수익이 늘었다거나 상환액을 늘렸을 가능성은 작다.


 6. LGFV의 부채는 기업의 부채다. 지방정부의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LGFV의 채무 총계에 대한 공식 집계는 없다.


 7. 중국의 2022년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73.2%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 가운데 정부는 49.8%, 그 중 지방정부는 29.0%로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기업의 부채비율은 160.9%에 달한다. LGFV의 채무가 지방정부가 아닌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7. 참고로 세계금융협회(IIF)가 집계한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작년 2분기말 기준 정부가 47.8%, 기업이 117.9%다.

 8. LGFV가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또는 부도 가능성이 커진다. 채권자에게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 중국에서 그동안 개별 LGFV들이 채무 상환 기한을 넘긴 사례는 다수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디폴트는 없었다.


 9. LGFV의 재정이 악화한다는 것은 지방정부 재정도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40%가 토지사용권 매각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개발업체들의 토지사용권 매입이 대폭 줄어들면서 LGFV가 지방정부 땅을 더 많이 사들였다.

 10. 그럼에도 지난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총 6조69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2018년 6조5000억위안 이후 최저치다. LGFV는 2조2000억위안을 토지사용권 매입에 투입했다.

 

 LGFV의 총 부채 규모는 추정치만 있다. 중국 5대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은 2019년 LGFV의 부채를 포함한 지방정부의 숨겨진 채무가 49조2800억위안이라고 추산했다. 노무라홀딩스는 2020년 기준 45조위안, 골드만삭스는 53조위안으로 추정했다. 중국 연간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S&P는 LGFV의 부채 중 회사채가 지난해 말 기준 13조5000억위안(약 2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또 1월에는 22개의 LGFV가 상업어음(CP) 지급 기한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산둥, 장쑤, 구이저우, 후난, 허난성에 집중됐다.

 

로라 리 S&P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고위험 지역의 신용도가 낮은 LGFV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LGFV의 재융자 실패가 지속되고 정부 재원 투입이 늦어지면 대규모 디폴트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LGFV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150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금리 급등, 투자자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은 2015년부터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면서 '숨겨진 채무'의 양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방정부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2015년 7000억위안이었던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18년 3조위안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조7600억위안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지방채 잔액은 35조1000억위안이며, 이 가운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3조6700억위안어치로 집계됐다.

 

지방정부가 지난해 이자로 지급한 금액은 1조12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2015년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조위안을 넘어섰다. 2021년 9280억위안에 비해 20.8% 증가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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