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글로벌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공장을 5개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3개는 사실상 멈춘 상태고, 2개도 주문량 감소로 가동률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한 반도체 기업은 지난해 창립 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매해 영업이익이 개선됐던 회사였다. 3분기부터 주문량이 확 준데다 반도체 제조장비를 구하기도 어려워진 탓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이후로 신규 장비는 물론 장비를 유지·보수할 해외 인력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며 "반도체를 만들어도 납품할 곳이 없어 공장이 일시 멈춘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불과 3달 전 국영 인민일보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는 중국보다 미국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여유를 보이던 것과 사뭇 달라졌다. 당시 관영 신화통신도 "중국 시장이 없으면 미국 기업은 반도체를 만들어도 팔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 없이는 아무리 투자해도 의미가 없다"고 논평했다. 43.45%의 점유율로 13년 연속 세계 1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시장의 자부심이 반영됐다.
현지 업계는 이같은 발언이 오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장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공장 가동률이 연초부터 곤두박칠쳤고, 해외 기업의 주문량이 줄어 주요 기업들이 적자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반도체 기업 고위 인사는 "바깥에서 보기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라며 "계속 공정을 개선해야 신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유지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불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완더씬씨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상장된 반도체 기업 25개사가 지난해 연간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그 중 17곳이 영업적자를 냈다. 이 중 12곳은 지난해 대비 순이익이 100% 이상 급감했다. 왕샤오룽 씬머우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 반도체 성장률은 15%지만, 하반기는 8%로 하락했다"라며 "올해 상반기에도 떨어지는 것이 확실시된다"라고 분석했다.
양쯔메모리 공장 전경. / 사진 = 양쯔메모리 제공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반도체 기업이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해외 기업의 중국 법인은 현지 시장 공략 외에도 노하우·기술 전수와 장비, 원재료 조달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세계 2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미국 앰코는 상하이 공장과 사무실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며, 영국 암(ARM)은 직원의 13%를 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반도체 기업은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으나, 올해부터 대폭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핵심 소재와 장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제재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두지 않았던 오만이 목을 죄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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