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추종자들의 '줄낙마'…Z세대 유권자들이 주도했다
[장성관의 202Z] ② 중간선거 판도를 바꾼 미국의 청년 정치 (상)
2022년 미국 중간선거가 이전의 선거와 달랐던 점 중 또 하나는 젊은 후보들이 많이 출마했다는 것이다. 연방 상·하원에 출마해 본선에 진출한 후보 중 밀레니얼 세대*는 총 193명으로 지난 2020년에 비해 무려 57%나 증가했다. Z세대도 두명이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최초로 주요 정당 후보 본선에 진출했다. 뉴햄프셔 1 지역구에 출마한 공화당 캐롤라인 레빗 (Karoline Leavitt) 후보 그리고 플로리다 10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맥스웰 프로스트 (Maxwell Frost) 후보다. 11월 8일 선거에서 그들의 운명은 갈렸다.(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 보고서(2019년)에 따라, 1965년과 1980년 사이 출생자를 X세대로, 1981년과 1996년 사이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 1997년 이후 출생자를 Z세대로 구분한다.)
민주당 프로스트, 미 역사상 최초 Z 세대 연방 의원
레빗 후보는 1997년생으로 대학 졸업 뒤 백악관에서 인턴십 기회를 얻었고, 2019 공보실에 취직하여 케일리 매커내니 (Kayleigh McEnany) 당시 백악관 대변인을 보좌했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 수성에 실패하자, 레빗은 하원 공화당 컨퍼런스 의장인 엘리스 스테파닉 (Elise Stefanik) 하원의원의 공보담당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테파닉 의장은 2014년 중간선거를 통해 연방하원에 당선되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0세로 역대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레빗과 같은 해에 태어난 플로리다의 프로스트는 “미국 역사 최초의 Z세대 연방 의원”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하원에 입성했다. 그가 출마한 플로리다 10 지역구는 발 데밍스 (Val Demings) 연방 하원의원이 상원의원에 도전하며 공석이 되었고, 이 지역구에서 프로스트는 공화당 후보와 20%포인트 격차로 득표하며 당선되었다. 전반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올라간 플로리다라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선거 바로 다음 날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프로스트의 당선을 콕 집어 언급하며 축하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미 헌법이 명시한 연방하원의원, 상원의원, 대통령 취임 가능 나이는 각각 만 25세, 30세, 35세다. 출마가 아닌 취임일 기준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1934년 29세의 나이로 당선된 러시 홀트 (Rush Holt) 연방 상원의원은 당선 후 본인의 생일까지 약 6개월간 연방의회 회기를 관망하며 기다려야 했던 일화도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도 1972년 만 29세 11개월 나이로 연방 상원에 당선됐다.
주의회에도 3명의 Z세대 상·하원 의원 탄생
주의회의 경우 피선거권 취득 또는 취임 가능 나이가 주별로 상이한데,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버몬트 등 3개 주에서는 나이 제한이 없고 캘리포니아 외 12개 주 (일부 주에서는 하원의 경우에만 적용)에서는 선거권 취득 최소 연령인 18세가 기준이다. 전국 7383명의 각 주 상·하원의원 중 45세 미만의 의원은 총 20.7%다. (Millennial Action Project, 2021-22 회기 기준) 이 중에는 한인 정치인 샘 박 (Sam Park, 1985년생, 4선) 조지아주 하원의원, 다니엘 배 (Daniel Pae, 1995년생, 3선)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 프란체스카 홍 (Francesca Hong, 1988년생, 재선) 위스콘신주 하원의원 등도 포함된다.
올해 선거를 통해 오레건주에서는 만 26세의 최연소 오레건주 상원의원, 일리노이주에서는 만 23세로 당선된 최초의 Z세대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또 미네소타주에서는 25세 최연소 여성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이 당선되었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며, 일리노이주 사이드 당선인은 주 역사 최초의 무슬림이자 인도계 의원이고, 미네소타주 모하메드 당선인은 흑인이자 소말리아 이민가정 출신이다. 2022년 연방의회와 주의회에 출마한 45세 미만 후보의 약 70%가 남성이지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여성 당선인들의 소식이 미 전역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다.
2022 중간선거 이변의 진짜 주인공은 Z세대 유권자들이다
공화당 지지 유권자가 수는 적지만 열의가 높고, 민주당 지지 유권자는 그 반대로 인식돼 투표 참여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관념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선에 비해 투표 참여율이 낮은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 통념에 반대되는 사례가 여럿 나타났다. 2016년 대선 때 투표 참여율은 4년 전과 비교해 늘었지만,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승리했다. 2020년에는 텍사스주에서 28년만에 투표참여율이 가장 높았는데, 주 전역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2021년 선거 때, 뉴저지와 버지니아에서의 높은 투표참여율 또한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약진과 압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에 올해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와 뉴욕주에서는 투표 참여도가 눈에 띄게 저조했다. 뉴욕주에서는 공화당이 연방하원 지역구 네 곳을 민주당으로부터 뺏어 올 수 있었고, 이 중 하나는 민주당 하원 선거 위원회 (Democratic Congressional Campaign Committee; DCCC) 의장 션 패트릭 말로니 (Sean Patrick Maloney) 하원의원이 출마한 17 지역구다. 소속당 하원 출마 후보 모두의 선거를 책임지는 DCCC 의장이 자신의 재선에 실패한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뉴욕주에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은 이번 경선 과정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선거구 재획정 때문에 말로니 의장은 같은 당 초선의 몬데어 존스 (Mondaire Jones) 하원의원과 같은 지역구에 포함됐고, 1987년생의 청년이자 흑인 성소수자인 후배 존스 의원은 결국 뉴욕 시내 다른 지역구에 출마해 경선에서 탈락했다. 말로니 의장의 이런 모습에 전.현직의원과 청년층 당원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졌고, 공화당은 네거티브 광고의 소재로 활용해 뒤집기에 성공했다.
일련의 현상은 이제 지표를 평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면적인 숫자가 아니라,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계층이 투표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유권자들을 움직이는 이슈와 인물은 누구인지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젊은 미국인들의 시민참여를 연구하는 터프츠 대학 (Tufts University) 산하 CIRCLE 센터에 따르면, 18세와 29세 사이의 유권자들의 2022년 본선거 투표 참여율은 약 27%였다. 이는 지난 30년간 기록된 이 연령층의 중간선거 투표 참여율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맥스웰 프로스트 당선인은 “젊은 층이 연중 내내 조직 활동을 이어 나갔고 우리에게 필요한 대담한 변화를 언급하는 데에 두려워하지 않았던 덕”이라고 역설했고, March for Our Lives의 공동 설립자이자 스톤먼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의 생존자인 데이빗 호그 (David Hogg)는 “30세 미만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 참여율과 높은 민주당 지지율이 전국 모든 하원 선거에서 65세 이상 유권자들의 표를 상쇄했다”고 해석했다.
출구조사 분석자료에 의하면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등 11개 경합지역에서 30세 미만 유권자들이 전체 표의 10% 이상을 구성했고, 최소 2:1의 비율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당에 있어 올해 상원 다수당 지위 유지에 관건이었던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30세 미만 유권자 중 70%가 존 페터먼 (John Fetterman)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고, 애리조나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이 연령대 유권자의 76%가 마크 켈리 (Mark Kelly)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는 각 4.6% 포인트, 4.9% 포인트의 득표 차로 가까스로 당선되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거 직후 청년층 유권자들을 ‘레드 웨이브’에 맞설 방파제로 빗대며 여러 차례 감사를 표했다. 폭스 뉴스의 제시 워터스 (Jesse Watters)는 “청년 유권자들이 홀수년도 선거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걱정된다. 그들은 완전히 세뇌당했다”라고 전하는가 하면, 일부 보수 방송인들은 선거 연령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선거에는 30세 미만의 젊은 유권자 중 남성의 54%가 민주당을 지지한 반면, 여성 유권자는 72%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물론 청년 유권자들이 모두 진보적인 성향을 띄거나 전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 유권자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주지역,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그리고 각자 주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등에 따라 투표한다. 또는 이런 이유로 투표 참여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번 선거에 청년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배경에는 바이든 정권이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 학자금 대출 일부 탕감 및 상환금 상한선 제도를 시행한 것, 마리화나 관련 규제의 유연화를 꾀한 것 등이 이유로 작용했다고 론 클레인 (Ron Klain) 백악관 비서실장은 해석했다.
지지 정당과 후보를 떠나 청년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중요한 것은 이 세대가 전통적으로 가장 투표 참여율이 낮은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의 열띤 참여는 2022년 중간선거의 이변처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
* 필자 장성관은 보스턴대학 반인종연구센터 펠로우,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차장, 미국 민주당 청년전당대회 대의원을 지내며 VICE News와 The Star-Ledger 등에 기고했다. 연설문 작성, 정책개발, 커뮤니티 연대 협력 등에 관해 자문을 제공하고 소수자 정치력 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2Z : 2020년대의 정치와 Z세대 정치를 다루겠다는 의미다. 202는 워싱턴DC의 지역 전화번호 앞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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