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은 힘의 과학이다. 인간은 힘에 의해 타격받고 힘에 의해 구원된다. 좋은 것도 힘이고 나쁜 것도 힘이다. 문명의 요체는 힘을 다루는 기술의 진보에 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힘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힘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친 학자는 없다. 인류 문명의 맹점이라 하겠다. 인류의 문명은 의외로 허술한 기반 위에 서 있다.
물리학은 에너지라는 말 뒤에 숨는다. 에너지energy의 어원은 '안en에서 일ergy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안에 감추어져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다. 즉 모른다는 말이다. 힘은 '우리가 모르는 어떤 작용'으로 설명된다. 한심한 일이다.
힘을 다루는 분야는 역학이다. 그런데 역학은 힘이 아니라 운동을 해명한다. 운동학이라고 해야 한다. 힘 개념은 운동을 설명할 때 스칼라니, 벡터니, 행렬이니, 텐서니 하며 용어가 너저분해지는 것을 막는 용도로 쓰일 뿐이다. 순수하게 힘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은 역사적으로 없다.
힘은 상호작용의 형태 변화다. 우주의 근본은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은 곧 존재다. 그런데 왜 존재학은 없을까? 모든 이야기는 존재로부터 시작되는데 말이다. 인류는 아직 멀었다.
상호작용은 존재가 내부에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다. 존재가 어떤 원인에 의해 변하는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변화가 밸런스의 틀에 가두어진 것이 존재다. 틀이 깨졌을 때를 가정하면 에너지다. 틀이 깨지는 것은 힘이다. 그 결과는 운동이다. 틀은 균형이다. 상호작용은 균형을 가지고 균형이 무너지면 새로운 균형을 찾아낸다. 그 절차가 에너지와 힘과 운동이다.
힘은 상호작용의 디자인이다. 힘은 계 내부의 밸런스를 조절하여 상호작용의 형태를 바꾼다. 에너지가 진행하는 경로를 바꾼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회로를 만든다. 그 힘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나의 힘이 객체에 영향을 미칠 때 인간은 전율한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락을 느낀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진 동물이다. 그것은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이다. 인간과 인간이 상호작용하고, 개인과 집단이 상호작용하고,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상호작용의 형태를 고도화 하는 것이 문명의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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