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계 대부로 알려진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잔머리나 굴리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에 직격 "지금은 그런 잔머리나 굴릴 때 아냐"
이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incident vs. disaster / 사고 vs. 참사'란 제목의 글에서 "정부는 우리말까지 왜곡시켜 이태원의 끔찍한 사태를 '참사'라 표현하지 말고 '사고'라 표현하라는 지침도 내렸다고 한다"면서 "코미디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말장난이냐"고 짚었다(글 바로보기). 그러면서 "꽃다운 젊은이가 백 명도 넘게 끔찍한 죽음을 당한 사고를 참사라 부르지, 무슨 다른 말로 부르겠느냐"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교수는 "참사와 disaster를 사고와 incident로 바꿔 부르면,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손톱만큼이라도 가벼워지느냐"면서 "지금은 그런 잔머리나 굴릴 때가 아닌 게 분명하다"고 짚었다.
또한 이 교수는 "참사가 벌어진 직후 관련 공직자들이 내뱉은 무책임하고 몰지각한 발언들의 퍼레이드도 이 정부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 시점에서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어떤 이유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규명해 내는 일이다.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하는 것은, 누구를 벌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런 끔찍한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잔머리나 굴리고 있는 정부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같은 글에서 이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와는 고교와 대학교 학창시절과 그 후 가깝게 지냈다"고 개인 인연을 소개하면서 다음처럼 적어놓기도 했다.
"어제(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되어 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한 총리 뒤에 보이는 안내 현수막을 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Itaewon incident'라고 써놓았던데, 그처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그 끔찍한 사건을 가리켜 '단순한 사건'을 의미하는 'incident'라고 불렀다는 것이 영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총리처럼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그것이 명백히 잘못된 표현이었음을 몰랐을 리 없었는데요."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부가 왜 그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장난을 하고 있는지는 내가 구태여 지적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잘 아시고 남을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산골도 아닌 서울 도심지 참사... 결과에 책임지는 게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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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대한 답변에서도 이 교수는 "참사 장소가 깊은 산골이 아니고 서울 도심지에서 발생했다"면서 "국가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무한책임이 있다.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지휘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