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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수상한 이정재, 수상소감도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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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9. 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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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수상한 이정재, 수상소감도 남달랐다

하성태입력 2022.09.13. 15:24
 
 
[하성태의 사이드뷰] K-콘텐츠 열풍 선두에 선 이정재, 그리고 <오징어 게임>

[하성태 기자]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과 K-드라마, K-컬처라는) 세계적인 현상의 얼굴이며, 비영어 연기로 이정재가 첫 주연상을 수상하는 일은 에미상이 그러한 현상을 인정하는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전통의 미 영화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가 2022년 제74회 에미상 주요 수상자(작) 중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부문에 이정재의 수상을 점치며 내놓은 촌평이다. 이정재의 수상이야말로 에미상의 품격을 스스로 격상시키는 행위라는 고급진 평가였다.

 

이정재의 수상을 손꼽은 영미 외신은 <할리우드리포트> 뿐이 아니었다. 동종업계 경쟁지인 <버라이어티> 역시 "이정재가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아시아 국적배우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뉴욕타임스>와 < LA타임스 > 또한 SAG 수상 등 앞선 이력을 열거하며 이정재의 "뛰어난 연기"를 상찬하거나 "이정재가 (시상식에서) 빈 손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 한해 이정재는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제37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2회 크리틱스 초이스 슈퍼 어워즈, 2022 할리우드 비평가 협회 TV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이정재를 홀대(?)한 곳은 오영수에게 드라마부문 남우조연상을 안긴 골든글로브가 유일했다.

 

이러한 외신들의 반응이나 그간의 성과 모두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기 전까지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시리즈 공개일인 작년 9월 17일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미 내 이정재의 인기를 반영하듯, 에미상 시상을 목전에 뒀던 지난 8일 디즈니+가 <스타워즈> 시리즈인 <어콜라이트>의 남자주인공에 이정재의 캐스팅 소식을 알리며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관련 기사 : 할리우드가 안달 났다, 이정재가 전해온 놀라운 소식). 이어 지난 9일, 미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오징어 게임>의 공개일인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는 선포식을 개최했고, 이 자리에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도 함께했다.

 

그야말로 폭풍처럼 몰아닥친 9월이었다. 지난 4일 최우수 게스트(초청) 여성 배우상을 수상한 이유미를 필두로 <오징어 게임>이 최우수 특수효과·스턴트퍼포먼스·미술 부문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정재의 수상 가능성을 높인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시간으로 13일 오전, 이정재가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에 이어 새역사를 썼다.

 

이정재가 쓴 새역사
 

 
 
"우리가 생각하고 우리가 재밌어 하고 감동스러워하는 부분을 세계 관객 분들이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감사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진행된 에미상 레드카펫 행사에서 정호연 배우와 함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이정재의 소감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금 열심히 감독님이 쓰고 계시고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답한 이정재는 꽤나 담담해 보였다.

올 한 해 SAG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미국 내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시간들이 엿보이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왼편에 선 정호연이 "너무 너무 재밌고 즐겁다"라며 "점점 아는 분들이 많아져서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라며 다소 격앙되고 상기된 표정을 짓는 것과 비교될 정도였다.

황동혁 감독의 드라마 시리즈 감독상 수상에 이어, 결국 무대 위에서 "Lee Jung-Jea"란 이름이 호명됐다. 드디어 이정재의 얼굴이 상기됐다. 연거푸 "땡큐 포 소 머치"라며 영어로 소감을 이어가던 이정재가 우리 말로 소감을 이어갔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들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저희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이나 팬들을 호명한 것 자체가 어쩌면 한국적인 시상식 풍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말에 더 진한 감정을 담은 수상 소감은 이정재의 벅찬 감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앞서 이정재는 영어로 "첫 번째로 신께 감사드린다. 또 이 상을 주신 에미상 관계자분들, 특히 넷플릭스에게 감사한다"라며 "정말 현실적인 작품을 만들어주셨다는 점에서 우리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라는 말로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즉석에서 소감을 밝힌 이정재와 달리 황동혁 감독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 내려갔다. "넷플릭스와 에미상에 감사를 표한다"라며 말문을 연 황 감독은 이어 "내가 역사를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고 <오징어 게임>에 문을 열어준 당신들이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 같이 이런 역사를 만든 것"이란 소감을 전했다.

 

황 감독의 말 그대로다. <오징어 게임>이 쓴 역사는 넷플릭스를 넘어 한국 콘텐츠 산업이나 미국 드라마 업계 모두에 새역사를 쓴 셈이 됐다. 이날 <오징어 게임>은 후보에 오른 총 13개 부문 중 앞서 수상한 4개 부문에 이어 이정재와 황 감독의 수상으로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달성했다.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이나 각본상, 남녀조연상 수상 불발이 결코 아쉽지 않은 결과다.  

 

두 사람 모두 비영어권이자 아시아 국적 후보자로서는 최초 수상이다. 이로써 <오징어 게임>의 끝날 것 같지 않던 1년간의 기록들은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다음 장을 열어 가게 됐다. 물론, 그 새역사의 성과와 후광이 비단 <오징어 게임>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K-콘텐츠 신드롬 선봉에 선 이정재
 

 
 
"넥스트 봉준호를 만드는 일은 한국 영화계의 장기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은 독특한 경우다(...). (넥스트 봉준호를 만들기 위해선) 이제 정부(the government), 업계(the industry), 대기업들(the big conglomerates)이 함께 힘을 모아 다양한 창작자과 그들의 독창성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2020년 2월 BBC 로라 비커 기자가 쓴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한국영화계에 의미하는 것> 중에서

필자는 오스카 수상 직후 BBC와 서면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만큼 제2의, 제3의 봉준호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다. 영화계는 고사 위기에 빠졌고, 관객들은 극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영화계가 순간 멈춤에 돌입한 사이, OTT 시대가 도래했다. 그 중 넷플릭스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 K-컬처와 함께 광대한 '드라마 팬덤'을 형성하고 있던 한국에 주목했다.

 

칸과 오스카를 동시에 섭렵한 <기생충> 신드롬이 입증했듯, 한국 영화와 한국 콘텐츠의 수준과 완성도는 벌써 세계가 주목한지 오래였다. OTT 시대를 돌파해낸 힘도 거기서 비롯됐다. 팬데믹이란 불가항력의 상황 속에 영화계 인력들이 드라마 시리즈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황동혁 감독이 그런 경우다. 그리고 1년 반 만에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OTT 영상콘텐츠 관련 거의 모든 기록을 새로 썼다. 시청 가구나 시간 등의 흥행 지표뿐 아니라 시대 담론이나 놀이 문화 등 사회적 측면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강력한 파급력을 보였다. 뒤이어 공개된 여러 한국 콘텐츠가 잇달아 흥행하며 글로벌OTT 업체들의 한류콘텐츠 투자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 중에서

 

플릭스패트롤과 같은 현지 순위 사이트는 물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해외 통신원 리포트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바, 한국 콘텐츠는 국경을 넘고 플랫폼을 넘어 실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가닿고 있다. 심지어 우리 시청자들조차 특정 시청층만 시청한다는 KBS2 주말극인 <신사와 아가씨>조차 최근 넷플릭스 월드 순위 10위 권에 안착했을 정도다.

 

올해만 해도, <카터>와 같이 넷플릭스 만이 할 수 있는 실험적인 거대 예산의 액션영화 차트를 점령했는가하면 국내 신생 케이블 채널인 ENA 방영과 동시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전 세계 차트를 호령했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인 디즈니와 디즈니+ 또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넓히는 한편 마동석과 박서준, 이정재를 캐스팅하며 한국 콘텐츠와의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새역사가 쓰이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더불어 넷플릭스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향후 얼마간 글로벌 OTT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 사랑이 이어질 거란 전망은 결코 헛된 상상이 아닐 것이다.

 

그 선두에 에미상 수상자인 이정재가 우뚝 서게 됐다. 북미 언론에서조차 한국에서 30년 넘게 인기 정상을 구가해 온 스타라는 점을 부각시킬 정도다. <헌트>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이처럼 K-콘텐츠 신드롬 선봉에 선 이정재의 에미상 수상은 한국의 영화인들이, 콘텐츠 창작자들이, 산업 종사자들 모두 함께 누려도 마땅할 감격적인 경사라 할 수 있다. 이정재가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들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저희 팬들"을 호명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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