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최유식의 온차이나] 무너지는 중국경제 대세론

중국관련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9. 12. 12:30

본문

[최유식의 온차이나] 무너지는 중국경제 대세론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입력 2022.09.12. 00:00
 
'성장의 덫'이 된 인구, "중국경제 미국 추월 못 한다" 전망 속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1960년대 소련, 1990년대 일본처럼 실패할 것"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 10여년 동안 자명한 일처럼 여겨져 왔죠. 중국 선전기관이 아니라 서방 경제 싱크탱크들이 이런 전망을 앞다퉈 내놨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판도가 바뀌고 있어요. 상당수 연구기관이 추월 시점을 애초보다 크게 늦췄고, 아예 추월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곳도 늘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2일 “중국 경제는 미국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어요.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2030년을 전후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꺾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2.5%에 그친 상반기 성장률

중국은 올해 1분기 재정을 쏟아붓는 총력전 끝에 성장률을 4.8%로 끌어올렸죠. 하지만 2분기에는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이 크게 둔화해 0.4% 성장에 그쳤습니다. 상반기 전체로는 2.5% 성장을 했어요.

 

경제 분석 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춥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3%, 골드만삭스는 3.0%, 노무라증권은 2.8%로 예상했더군요.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잡았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하반기에 아무리 재정 투자를 늘려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보여요.

 

그동안 중국 국내외 기관들이 예상한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 시점은 대체로 2030년 전후였습니다. 중국이 5% 이상 성장을 계속하고 미국의 성장률은 1% 중반에 머문다는 전제하에서 나온 수치죠. 중국의 성장률이 이렇게 낮아진다면 미국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연평균 성장률 3%대 하락할 것”

 

문제는 낮은 성장률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중국의 작년 GDP는 17.7조 달러로 미국(23조 달러)의 77% 수준이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미국의 13%였던 데서 큰 발전을 한 거죠. 하지만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호주 로위(Lowy) 연구소는 올 3월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2030년까지는 연평균 3%, 2040년까지는 2% 선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이 연구소는 “중국이 금세기 중반쯤 총량으로는 세계 1위가 되겠지만, 미국에 대해 의미 있는 격차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추월을 해도 경제의 번영이나 1인당 생산성 면에서는 미국의 상대가 못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영국 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작년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쯤 미국의 87%까지 커지겠지만, 2050년에는 다시 미국의 81%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어요.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도 중국이 일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겠지만 2050년에는 다시 미국이 중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인구문제, 좌경 경제노선이 걸림돌

 

각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이 이렇게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문제입니다. 그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가장 큰 동력은 인구였는데, 이제는 이 인구가 중국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봐요.

 

중국은 2012년부터 15~65세의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올해는 총인구도 감소세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인도에 인구 1위 대국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중국은 1980년대 한 자녀 출산 정책의 여파로 젊은 층 인구 자체가 크게 줄어 구조적으로 인구 증가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급속히 늘어 건강보험과 양로연금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죠.

 

이에 반해 이민 대국인 미국은 완만하지만 인구가 계속 증가합니다. 미국통계국은 작년 기준 3억3200만명인 미국 인구가 2060년에는 4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더군요.

시진핑 주석의 좌경 경제 노선도 문제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수년간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죠. 정보통신(IT), 부동산 분야의 민간 기업들이 줄줄이 감독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거나 천문학적인 벌금을 냈습니다.

중국은 이제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전해야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중국 당국이 틈만 나면 ‘고품질 발전’ 을 부르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이런 산업을 주도해야 할 민간 기업은 공산당의 통제에 발이 묶여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첨단 기술의 중국 유입을 막는 핀 포인트 제재까지 가하는 상황이죠.

 

올해는 정치 논리에 근거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상하이, 선전 등 제조업 중심지를 봉쇄하면서 스스로 성장률을 깎아 먹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소련, 일본 전철 밟을 것”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8월19일 블룸버그 TV 대담에서 “중국이 1960년대 소련이나 1990년대 일본처럼 미국을 넘어서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과도한 금융 부채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투명성의 부족, 기업 전반에 걸친 공산당의 관여, 생산 가능 인구는 줄고 고령 인구는 급증하는 인구 구조 변화 등을 그 이유로 꼽았어요.

미국을 넘어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