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포치'(破七)을 막아라..中, 환율방어 나섰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중국관련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9. 10. 12:59

본문

'포치'(破七)을 막아라..中, 환율방어 나섰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데스크입력 2022.09.10. 06:06
 
달러화 강세 여파 위안화 7위안선 위협
中, 15일부터 외화지준율 8%→6% 인하
전문가 "'포치' 불용인 강한 의지 표현"
위안화 약세, 中에 '양날의 칼'이 될 듯
달러화 강세로 중국 위안화 약세기조가 지속되면서 달러당 7위안선을 위협하자 중국 당국이 외화 지준율 인하 등을 통해 환율방어에 나섰다. 사진은 달러화와 위안화. ⓒ 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5일부터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을 현행 8%에서 6%로 2%포인트(p) 인하한다고 공지했다. 외화 지준율 인하는 올 들어 두번째로 지난 4월 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봉쇄로 위안화 가치가 4% 넘게 곤두박질치자 외화 지준율을 9%에서 8%로 1%포인트 인하했다.

지준율은 금융사가 소비자들의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이다. 외화 지준율이 내려가면 그만큼 은행이 중앙은행에 쌓아야 할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시중에 외화 유동성이 늘어난다. 왕유신(王有鑫) 중국은행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준율 2%포인트 인하로 시중에 19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달러화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급속한 위안화 가치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정책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즈웨이(張智威) 핀포인트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상당한 역풍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번 조치는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위안화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을 바짝 다가서자 인민은행이 환율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7위안 선 사수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부동산 침체 우려를 들어 위안화 환율이 3개월 안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가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데다 중국경제 역시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과 부동산 위기로 휘청 이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일 오후 인민은행 웹사이트에 올린 외화 지준율 인하 관련 공지문. ⓒ 인민은행 홈페이지 캡처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7일 위안화의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064위안 상승한 6.916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의 가치가 0.09% 하락한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음을 뜻한다. 위안화 환율이 6.91위안 이상으로 올라간 것은 2020년 8월 말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 역내외시장에서도 위안화는 약세를 지속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선 위안화 환율이 장중 6.9832위안까지 치솟는 등 6.97위안을 넘어섰다. 하루 전만 해도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은 6.9430~6.9445위안 사이에서 움직였다. 역내시장에서도 위안화는 달러당 6.9645위안까지 상승했다.

 

사정이 이런 만큼 ‘포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7위안 선을 돌파한 것은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인민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해 지준율 인하카드를 꺼낸 것이다.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에 이어 구두개입에 나섰다. 류궈창(劉國强) 인민은행 부총재는 6일 국무원 경제안정정책 브리핑에서 “외환시장의 합리적인 균형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우리(인민은행)는 외환시장 안정을 지원할 힘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지난 7월27일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 워싱턴 AP 뉴시스

위안화는 올해 초만 해도 견고한 흐름세를 보였지만 지난 몇 달간 맥을 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는 8월까지 6개월 연속 떨어져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 10월 이후 최장기간 절하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도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0.6% 이상 평가 절하됐고, 연초를 기준으로 위안화 가치는 8%가량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가 내림세를 타는 것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 중국 경기둔화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중 인플레에 따른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 기조로 달러화 초강세 현상을 보이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110을 넘었다. 달러화 가치는 파운드화에 대해서는 37년, 엔화에 대해서는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20년 만에 가장 강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유로가 1.2달러 정도였지만 요즘은 유로와 달러가 등가 교환된다. 유로화 가치가 1년 사이 20%쯤 하락한 셈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앞서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가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지속해서 올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 기준금리는 1월만 하더라도 0~0.25%에 불과했으나 3월(0.25%p), 5월(0.5%p), 6월(0.75%p), 7월(0.75%p) 4차례 인상되면서 2.25%~2.5%로 상승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가 0.5%p 또는 0.75%p 인상될 것이 확실하다. 현 추세라면 연말 위안화 환율이 ‘포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시에테제네랄과 노무라홀딩스, 크레딧아그리콜 등 주요 글로벌은행들은 올해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환율이 7위안 대에 오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과 미·중 무역전쟁이 절정이던 2019년 8~9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및 5월 뿐이다. 베키 류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지준율 인하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만 위안화 평가절하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미·중 간의 통화 디커플링(탈동조화), 극단적인 방역정책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 등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인 압박을 고려하면 위안화는 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 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약세 기조는 중국에 ‘양날의 칼’이다. 미국과 전방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는 수출에야 도움을 주겠지만, 대규모 자본유출과 이에 따른 증시 폭락, 부채 급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 대규모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 있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달러당 7위안은 자본유출과 금융불안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약세 가능성만으로도 대규모 자본유출을 경험한 트라우마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9년 4~5월 두 달간 중국 자본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자본은 무려 120억 달러에 이른다. 당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위안화 가치하락 우려감으로 외국자본이 이탈한 것이다. 상하이 소재의 자산운용사 MQ인베스트먼트의 존 저우는 “미·중 무역전쟁과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고 설명했다.

 

‘달러당 7위안’이 중국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작지 않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인들은 더 많은 위안화를 주고 달러화 제품을 사야 한다. 해마다 원유와 옥수수, 콩 등을 대량 수입해야 하는 중국으로선 국민경제와 직결되는 농산물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 인플레 위기에도 직면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갚아야 하는 외화부채 부담도 커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71%로 2020년 3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270.3%)를 갈아치웠다.

 

위안화 가치하락으로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홍콩계 회사나 글로벌 기업들이 빠져나갈 경우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기업들로서는 대량의 환차손이 발생해 생산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투자심리도 냉각시켜 중국의 경제체질 전환에도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위안화가 불안정해지면 금융 리스크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도 커져 장기 투자계획 등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성장 구조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중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판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에도 독이 될 수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달러화 자금을 각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글/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Copyrights ⓒ (주)데일리안,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