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국내 제품명: 세노바메이트·유럽 제품명: 온투즈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 이어 시장 다각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SK바이오팜이 내년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직접판매(직판)에 따른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증가는 부담 요소로 꼽힌다.
엑스코프리, 글로벌 진출 가속화
11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엑스코프리는 올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매출 7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엑스코프리 미국 연매출인 78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엑스코프리의 2분기 미국 매출은 403억원으로, 전년 동기(188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해도 27% 이상 성장했다. 미국 외 지역에서 기술료 수익, 용역 수익 등을 포함한 상반기 엑스코프리 총매출은 922억원이었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 품목허가 획득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 개발에 성공한 신약이다. 지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세계 1위 뇌전증 치료제 '빔팻'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하반기 이후 엑스코프리의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대면 영업이나 학술대회 등이 재개되면 마케팅 효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회사는 지난 2020년 5월 미국 시장에 엑스코프리를 출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의약품은 영업 활동이 없으면 처방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 막 출시한 신약의 경우엔 특히 어렵다. 올 초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미국에선 현재까지도 전체 병원 영업 활동의 약 30%가 금지된 상황이다.
여기에 빔팻의 특허만료로 엑스코프리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뇌전증은 두 가지 약물의 병용요법을 통해 발작의 빠른 조절을 유도한다. 그러나 미국의 사보험은 예산이 한정된 만큼 두 가지 신약 병용처방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시장의 빔팻 특허만료 이후 여러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면서 신약과 제네릭의 병용처방이 가능해졌고, 빔팻보다 가격이 저렴한 엑스코프리와 제네릭의 병용처방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3분기 흑자 전환 전망
엑스코프리의 성장세가 이어지면 SK바이오팜은 내년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186억원, 영업이익 950억원을 달성, 창립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는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에 중추신경계(CNS) 신약 파이프라인 6개를 기술이전(L/O)해 받은 기술료 수익이 반영된 수치다.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SK바이오팜이 중국 상하이 소재 글로벌 투자사 '6디멘션 캐피탈'과 손잡고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SK바이오팜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94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2% 줄었다. 수익성은 영업손실 772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일회성 기술료 수익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기저효과다. L/O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용역 매출은 줄었지만, 제품 매출이 빠르게 성장한 점은 고무적이다. 회사의 상반기 매출 중 용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가량 감소한 반면, 제품 매출은 136%가량 증가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결국 실적 개선을 위해선 엑스코프리의 매출 확대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기준 엑스코프리 매출은 SK바이오팜 전체 매출의 97.5%에 달한다. 회사 역시 엑스코프리의 미국 외 시장 진출과 적응증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엑스코프리의 라틴아메리카 지역 상업화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 유로파마와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오는 2025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출시를 목표로 임상3상도 진행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판에 따른 판관비 증가는 부담 요소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엑스코프리를 직판하고 있다. 직판을 하면 수수료 지출이 줄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신약의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직판 초기 단계에선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 SK바이오팜의 판관비는 2019년 2026억원에서 2020년 2635억원, 2021년 3014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는 올 상반기 판관비로 1578억원을 지출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에서 병원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대면과 비대면을 모두 활용한 하이브리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올해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매출 목표는 1600억원으로 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면 내년 3분기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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