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년
우리가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과 정식으로 관계를 튼 때가 1992년 8월 24일이었다. 오늘이 8월 24일이니 이제 30년이 된다.
예로부터 30년을 一世(일세)라 했으니 이는 世(세)란 글자 자체가 열 十(십)을 세 번 연이어놓은 글자인 까닭이다. 그러니 한중관계는 一世(일세)가 지난 셈이다. 동시에 30년은 60년 한 循環(순환)의 절반에 해당되는 기간이다.
한 순환의 절반을 지나 반대의 흐름이 시작될 참이니 이제 한중관계도 서서히 내리막을 탈 것이다. 아무리 좋은 관계도 ‘밀당’이 있기 마련이고 또 浮沈(부침)을 겪기 마련이니 그렇다. 따라서 관계란 것 역시 부침을 거듭하면서 이어가는 것이 있고 도중에 아예 멀어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중관계는 이제 침체기로 들아가고 있으니
어떤 쪽일까를 예측하는 방법은 처음 관계를 맺고 나서 24년이 지났을 때의 상황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경우 처음 수교한 것이 1992년이었으니 24년 후는 2016년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에 생긴 문제가 바로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 표면화된 三不一限(삼불일한) 문제이다. 삼불일한은 결국 우리가 미국을 버리고 중국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기에 그런 중국의 요구는 대단히 무리하고 무모하다고 하겠다. 우리의 현실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더 중요하지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시작된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저 무모한 요구에 대해 당장의 무역 관계를 고려해서 비공식적인 수용을 했다. 민주체제 하에선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이니 그 요구를 불변의 국책으로 공식화할 순 없는 노릇이니 그랬을 것이다.
한중관계는 바로 이 대목에서 결정적인 制動(제동)이 걸렸다. 따라서 이제 한중관계는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소원해질 것이다. 서로 필요한 것이 적지 않기에 앞으로도 거래는 하겠지만 보다 밀접한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의 이런저런 요구를 나름 받아준 것은 대중 무역에서의 흑자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년이 된 현 시점에서 대중 무역은 흑자 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미국이 제시한 ‘칩4 동맹’이라든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보면 한 마디로 우리가 진심으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니 한국 너희들은 우리를 따라오라는 요구이다. 이 또한 최후통첩이나 진배없다. 이에 대해 우리로선 대중 관계에서 오는 이득을 지렛대로 삼아 최대한 국익을 얻어내는 선에서 미국의 요구에 응할 도리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한중관계는 국면마다 다양한 충돌과 갈등을 보이면서 멀어져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섣부른 야망이 발단
그간의 룰을 깨고 장기통치의 정당성으로 시진핑이 내세운 것이 바로 中國蒙(중국몽)이다. 중국을 자신의 통치 기간 중에 글로벌 으뜸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약속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서태평양의 역학 구도에 있어 중국으로선 엄청난 가치를 갖는 나라이다. 그들이 우리를 그들의 품 안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중국몽을 구현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은 그 대가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과 아울러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사실 내세울 것이 거의 없다. 중국은 덩치가 커서 강대국일 뿐 여러 면에서 우리보다 後進(후진)이다. 다만 중국은 그런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서로의 엇갈린 기대
서로의 기대와 요구가 너무 다르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이었고 중국은 우리를 그들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있다.
나 호호당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상당히 빠른 시점인 1994년에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해보고자 했다. 그런 관계로 그곳의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토론도 했다. 당시 중국인들이 일제히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내용인 즉 중국은 절대 한국의 소비재 시장이 되지 않을 거란 것이었다.
너희들 한국이 당장은 좀 발전했긴 하지만 원래 속국이나 다름없었지 않느냐, 그러니 최종 소비재의 경우 한국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자존심이 상해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미국산 물품은 미국이 워낙 최강국이니 사용할 수 있겠으나 한때 저들의 변방에 있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사용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삼성 폰을 쓰느니 애플을 살 것이고 현대차를 사느니 독일의 폭스바겐을 사야 주변에 과시효과가 있다는 얘기였다.
나중에 우리 화장품이 한때 잘 팔려나가긴 했지만 당시 내가 술잔을 주고 받으며 들었던 중국인들의 속내는 지금도 유효하다. 中華主義(중화주의), 중국은 세계의 중심에서 으뜸가는 나라여야 마땅하다는 저들의 생각은 여전히 조금도 변함이 없다.
중국인들은 1800년대 중반의 아편전쟁으로부터 서구 열강과 일본에게 당한 100 년간의 세월을 “백년치욕”이라 부른다. 이런 생각은 요즘 말로 ‘국뽕의 심리’로 여전히 남아있다. 상처받은 자존심인 것이다.
2028년이 되면 한중관계는 파열음을 낼 것이니
그렇기에 한중 관계는 앞으로 더더욱 순탄할 수가 없다. 앞으로 6년 뒤인 2028년이 되면 한중 관계는 보다 심각한 상태로 들어갈 것이다. 1992년에서 24년이 지나 제동이 걸렸기에 36년 후가 되면 문제가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는 올 해부터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2010년대의 중국은 인프라 투자와 해외의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성장률을 유지해왔는데 이게 한계에 이르자 지방정부들이 직접 나서서 아파트 건설 경기를 일으켰고 그것으로 성장률을 이어왔다. 그런데 아파트 경기는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헝다그룹”의 부도를 필두로 연이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이 무너질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다만 더 많은 돈을 찍어내어 막을 것이라 본다.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가 무너지는 시기는 2026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시진핑은 실각할 것이고 그 이후 책임소재를 놓고 공산당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치열한 투쟁이 10년간 진행될 것이며 그 와중에 중국 경제는 더더욱 어려움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으로 본다.
최대 인구 대국을 우리의 황금 수출 시장으로 만들고자 했던 우리의 달콤했던 기대는 엇나갔고 우리를 저들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여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그를 발판으로 글로벌 패권을 기대하던 중국의 생각 또한 빗나갈 것이다.
이제 길고 긴 세계적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있으니
어쨌거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침체를 막아준 것은 중국의 약진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성장이 끝났다는 점에서 이제 세계 경제 전체가 길고 긴 침체의 늪으로 들어갈 것이란 점 또한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