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투스톤 대전' 발발 전야…'윤핵관'의 '이준석 찍어내기' 나비 효과
[분석] 비대위, 조기전대, 이준석 찍어내기의 복잡한 함수 관계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 파동으로 국민의힘이 격랑 속으로 내몰렸다. 대선 승리 80여일 만에, 지방선거 승리 60여일 만에 집권 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될 상황에 처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두 차례나 승리한 집권당이 내분에 빠져들고 당 지도체제가 흔들리는 일은 87년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 지지율 추락, 당 내홍으로 이어지다
이같은 상황에 빠져든 가장 큰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다. 한국 갤럽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8%,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2%로 나타났다. 지난 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해 취임 후 처음으로 30%선이 깨졌다.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도 동반하락했다. 지난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해 36%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3%포인트 상승해 36% 동률을 이뤘다. 양당 지지도가 동률을 기록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갤럽 조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 대상 전화 인터뷰 방식. 응답률 11.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 갤럽 조사는 '왜 부정적으로', 혹은 '왜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으로 응답하는 방식이다. 부정 평가 요인으로는 '경찰국 신설'과 '여당 내부 갈등, 권성동 문자 노출'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부정평가 첫 번째 이유는 인사(21%)였고,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전반적으로 잘못한다(5%), 경찰국 신설(4%), 직무 태도(3%), 여당 내부 갈등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문자메시지 노출(3%) 등의 순이였다.
비대위 체제 전환, 조기 전당대회, 이준석 찍어내기의 복잡한 함수관계
부정평가 요인에 '문자 노출'이 등장했는데, 다른 부정평가 요인들과도 연관이 있다. '독단적 일방적'이 8%를 기록했고, '경제 민생을 살피지 않음'이 8%를 기록했다. 직무태도 역시 3%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은 이들이 꼽은 '인사 문제'는 4차례의 장관 후보자 낙마도 의미하지만, 대통령실을 둘러싼 사적 채용, 극우 유튜버 채용 등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대통령실과 당을 둘러싼 잡음은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안겨준다.
'내부 총질 당대표' 내용이 담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된 것은 현재 국민의힘 내분 사태의 결정적 '방아쇠'가 됐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윤리위 판단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게 됐다 .특히 이준석 대표 측에서 그렇다. 둘째, 권성동 당대표 대행의 경솔한 행동이 부각되면서 더 이상 '대표 권한 대행 체제'를 국민의힘 신주류, 이른바 '윤핵관' 측이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권 대표 대행은 이른바 '검수완박 합의' 뒤집기, 최근 지인 아들의 청와대 9급 요원 채용때 보였던 태도 등으로 두 차례 상처가 났는데, 이번이 세 번째 잡음이다. '삼진아웃'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은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배 최고위원이 사퇴하자마자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 32명이 '권성동 원톱 체제'에 대해 집단 항명을 이어갔다. 사실상 권성동 대표 대행 체제에 대한 불신임이다. 29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정무수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당 지도부에 비대위로 전환하는 게 좋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취재됐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석열' 신주류가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를 계기로 '총공'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배 최고위원은 과거 홍준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으나, 지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면서 '친윤계'로 넘어간 인물이다. 배 대변인과 호흡을 맞췄던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 장제원 의원이다.
배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사퇴로 당은 혼란에 빠졌다. 당헌당규상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려면, 당대표가 영구 궐위 상태거나, 최고위원회가 그 기능을 상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금 궐위가 아니라 당원권 정지로 인한 '사고' 상태로, 따라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 가능하려면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표 권한 대행이 사라지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핵심 키맨'은 이준석이다
현 정국의 핵심은 이준석 대표다. 복잡하게 꼬인 당내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가 이준석 대표가 될 수 있다.
당 주류의 의지대로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고 가정 본다고 해도, 당의 다음 스텝은 '조기 전당대회'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 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를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당내 신주류, 친윤석열계가 주장하고 있는 비대위 전환이 '조기 전당대회'의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차기 당권주자 중 한명이자 장제원 의원과 '연대설'이 나오는 안철수 의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기 전당대회는 안되고, 권성동 원톱 체제가 맞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 수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른 당권주자인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조기 전당대회 찬성파다. 그렇다면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후 전당대회를 '언제 여느냐'가 문제가 된다.
만약 올해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 이준석 대표는 '사고'에서 '궐위'로 바뀌게 된다. 당초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내년 1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한 후, 이후 열리게 될 전당대회에 '재출마'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행 당헌당규상 당대표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는데 궐위 상태가 될 경우 전당대회를 거쳐 새롭게 선출될 당대표 임기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 즉 내년 6월까지다. 이 대표 임기가 6개월 미만 남았을 때, 즉 내년 1월 이후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새로 선출될 임기 2년의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는 가정은, 이준석 대표의 대표직을 사실상 박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될 경우, 만약 전당대회를 올해 안으로 앞당겨 열게 되면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 대표는 재출마 길이 막힌다. 그러나 올해 선출될 당대표는 내년 6월까지밖에 임기를 수행할 수 없다. 당내 친윤석열계 신주류나,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 모두 고약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대표 궐위와 함께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대표를 내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안정적으로 내년 총선까지 '친윤계 대표' 체제를 유지해 공천권을 주류가 갖게 되는 시나리오다. 물론 당헌당규를 고치지 않고 전당대회를 올해, 그리고 내년 6월에 두차례 여는 방법도 있지만, 정권 출범 초기에 당이 '상시 내전 상태'로 가게 될 수밖에 없어 이런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및 당헌당규 개정의 시나리오대로 갈수 있을까? 정치는 생물이다. 변수는 많다. 8월에는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딜레마다. 만약 이 대표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되면 '당이 윤심(心)을 따라 무리하게 대표를 쫓아냈다'는 후폭풍이 발생하게 된다. 이 대표가 만약 기소가 된다고 가정하면, 이 대표 측에서 '이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 과연 공정한 수사가 이뤄졌겠느냐' 하는 반발을 불러 일으킨다.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파동'이 남긴 후과다.
실제로 29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13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왜 압수수색도 않고 관련자 조사도 하지 않았느냐"며 수사 책임자를 공개 질책했다. '공정 수사'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정황들이 차고 넘친다. 만약 이 대표가 이번 권력투쟁에 패한다고 해도, 친윤계 신주류는 온전한 승리를 누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당장 '젊은 당대표를 찍어냈다'는 프레임에 갖히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내세워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쫓아낸 후 총선에 참패한 '역사'가 있다. 이 대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반격'의 채비를 갖출 것이다. '친윤계'가 정권을 차지한다고 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거라는 보장은 물론, 여권이 단일대오로 국정 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화려한 '정치 기술'은 많은 걸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꼭 국민적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과연 신주류, 즉 '친윤계' 세력이 '이준석 체제'를 넘어 당권을 장악할 수 있을까. 향후 이어질 이준석 대표 측의 반발을 제압하고 안정적 국정운영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내홍이 내홍을 부르는 끝없는 내부 권력 투쟁 상태로 돌입하게 될까. 현재 집권 여당은 갈림길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 자체가 이제 막 출범한 정권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국정 동력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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