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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일국양제', 홍콩을 떠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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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7. 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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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일국양제', 홍콩을 떠나는 기업들

입력 2022. 07. 29. 09:37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홍콩 반환 25년, 여전히 불안정한 미래

[권의석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2022년 7월 1일,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에서 홍콩 중국 반환 2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번 기념식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참석했는데, 시진핑 주석의 홍콩 방문은 20주년 기념식이 열렸던 2017년 이후 5년 만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벗어난 국외 일정이어서 국내외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홍콩의 미래를 위한 우선 과제로 애국주의, 사회 안정,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기념 연설 내내 강조한 것은 "일국양제"였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1999년 마카오 반환 이후 중국이 제시한 해당 지역 통치 원칙으로, 홍콩과 마카오가 반환 이전에 가지고 있던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반환 이후 50년간 한시적으로 유지하며 중화인민공화국 본토의 공산주의 체제와 공존하는 방식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연설 중 "일국양제"를 20번 언급하면서, "일국양제는 여러 차례 검증을 거친 체제로 전혀 바꿀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오랜 기간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호평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한 일국양제가 국제 사회와 홍콩 시민의 인정과 지지를 얻었으며, 이와 같은 지지를 통해 홍콩의 발전과 중국의 근본적인 국익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지난 1일(현지 시각)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과 제6기 홍콩 특별행정구 출범 기념식에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렇게만 보면 시진핑 주석이 일국양제의 성과를 극찬하며 홍콩의 자주권을 보장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은 점진적으로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시도했고, 그 움직임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4년, 민주 진영의 요구에 부응하여 중국이 3년 뒤 홍콩 행정장관 직접선거를 도입하면서 정작 친중파만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하자, 이에 반발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우산 혁명"으로 발전했다.

2015년에는 홍콩의 퉁러완(銅鑼灣) 서점 직원들이 시진핑 주석의 개인사를 다룬 책을 출간하려고 시도하다가 하나 둘 실종되기 시작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은 중국이나 해외에서 실종된 다른 직원들과 달리 홍콩 내에서 실종되어 홍콩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을 개정하면서 홍콩에 체류하는 반중국적 인사들이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생기자, 홍콩 시민들은 계속되는 중국의 통제와 간섭에 저항하기 위해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대응하였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은 홍콩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자 하였는데, 그 시작은 2020년에 도입된 국가보안법이었다. 논란의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게 할 수 있어 민주화 시위 참가자들을 탄압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줬다.

 

2021년에 있었던 홍콩 의회 선거에서도 중국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내세우면서 친중적인 "애국" 인사들만 선거 출마 자격을 주고 민주 진영 세력은 차단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를 개편하였고, 결국 역대 최저 투표율인 30.2%를 기록하며 친중 세력이 전체 의석 90석 가운데 89석을 휩쓸기도 했다.

 

반환 25주년 기념식에서 취임 선서를 한 홍콩의 신임 행정장관 존 리는 전임 보안국장인데다, 신임 정부 관료 21명 역시 대부분 친중 인사이며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인사도 3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처럼 친중파 중심으로 지배체제를 재편하고 치안에 초점을 두는 것이 "홍콩의 장기적인 안정과 안보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조치이며, "결코 타협해선 안 되는" 원칙임을 강조하는 등 중국 정부가 취한 홍콩 통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연설을 통해 앞으로 홍콩 체제가 애국주의를 공고히 하고 베이징에 더욱 충성해야 함을 분명히했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지침이 중국의 관문이라는 홍콩의 정체성에 득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뿐만 아니라 존 리 행정장관 역시 홍콩의 경제 성장을 위해 해외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친중 인사와 강력한 국가보안법을 통해 홍콩을 중국 본토처럼 사회적으로 안정시켜 해외 기업이 시위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리란 기대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해외 기업들은 오히려 이처럼 강해지는 중국의 통제와 간섭을 부정적인 정치적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6월에 독일 상공회의소가 홍콩 주재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홍콩에 있는 독일 기업체들은 중국이 홍콩에서 조성하는 적대적인 정치적 분위기로 인해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거나 지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가운데 44%의 회사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책으로 인해 직원을 잃었고, 48%의 기업이 홍콩을 떠나는 직원을 붙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홍콩 내 기업 환경이 악화하자 33%에 달하는 회사들이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회사 일부 혹은 전체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홍콩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강조한 애국주의, 친중 세력 권력 장악, 국가보안법 등은 홍콩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장점, 특히 자유로운 기업 환경과 고학력 인재풀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환경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홍콩을 장악하려는 베이징의 시도는 장기적으로 해외 기업과 자본의 이탈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중국의 홍콩 통제는 경제적인 손해로 그치지 않고 서방 세계, 특히 영국과의 관계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자 영국은 중국이 홍콩 반환 당시 약속했던 "일국양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와 같은 시기에 논란이 된 중국의 신장 지역 위구르족 탄압이 영국에서 크게 논란이 되면서 영국 보수당 정권의 중국에 대한 태도 역시 적대적으로 돌아서게 했다.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은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 노력했고, 실제로 영국 내 고속철도, 원전 건설 사업에 중국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자 시도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중국 내 인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던 2021년에도 비전략적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안보적 위협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고려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홍콩 통제 시도가 계속되면서 홍콩 문제를 중요시하는 영국의 대응 역시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2022년 3월 영국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면서,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및 집행에 대한 항의로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 내 영국이 임명한 영국인 국제 판사를 철수시키는 조치를 시행했다.

 

시진핑 주석의 연설이 있었던 7월 1일,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홍콩을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은 중국이 홍콩과 홍콩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사임 이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리시 수낙 보수당 의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이 영국의 가장 큰 위협이며, 총리가 되면 영국 내 30개 주요 대학에 설립되어 중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중국 외교부가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홍콩이 영·중간에 합의한 "일국양제" 덕에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표하던 순간도 있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처럼 홍콩 시민 역시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부르며 중국과의 일체감과 소속감을 표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양국이 합의했던 50년의 절반이 이제 막 지난 2022년 현재, 홍콩의 자주권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일국양제"는 사실상 이름뿐인 상태가 되었다. 중국이 홍콩 내 치안을 회복하며 통제력을 과시하고 확인하는 단기적 성과는 있었겠지만, 이제는 기존 외교적 합의를 어기고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국제적 비판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권의석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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