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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술혁신역량 세계 5위..기술력 현실은 [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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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6. 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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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술혁신역량 세계 5위..기술력 현실은 [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박선미 입력 2022. 06. 13. 11:31 수정 2022. 06. 13. 12:38
 
①한국 기술력의 현주소
기술혁신역량 세계 5위 한국, 논문 피인용 횟수는 38위
대부분이 선진국 연구의 후속 성격..선도 연구 인정 못받아
국가경쟁력 항목에서도 평균보다 못한 점수 받아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15일 오후 4시 두 번째 발사를 시도한다. 뒤늦게 뛰어든 항공우주 산업에서조차 기술 선도국가들이 지나간 길을 이제는 한국도 자체 기술력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다. 다만,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한국이 여러 산업분야에서 기술 선도국가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첨단기술 수준을 알려주는 주요 지표들만 봐도 한국과 각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간극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 기술력의 현주소=한국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은 36개 평가 대상국 중 5위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COSTII)는 지난해 기준 12.66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95를 웃도는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현재 COSTII는 국가별 과학기술 혁신 역량의 비교가 가능한 유일한 복합지표 평가모델로 국가가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 및 개선을 통해 최종단계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성과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한국 기술력 발전의 성과는 다른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제 학술지에 싣는 논문이 드물었지만 해마다 큰 폭으로 늘면서 지금은 세계 12위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국의 과학기술논문 발표 수는 2020년 기준 7만6408건으로 2011년 4만6290건 대비 65% 넘게 증가했다. 특히 3대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 셀(Cell), 사이언스(Science)에 실리는 우리나라 논문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11년만 해도 3대 학술지에 실린 우리나라 논문 수는 40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그 수는 9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한국의 첨단기술이 선도국가 추격 ‘정점’ 수준에 있을 뿐 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들도 수두룩하다. 단적인 예가 한참 부족한 학술논문 피인용 횟수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2016~2020년 7.57회에 불과해 조사대상 48개 국가·지역 중 하위권에 해당하는 36위에 그치고 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최초의 질문’ 책에서 "이것은 연구를 많이 해도 그중 대부분이 선진국 연구의 후속 개발 또는 개선 성격을 띄기 때문에 한 분야를 여는 논문으로 참조할 대상은 안된다는 뜻"이라며 "추격의 성공사례라고는 할 수 있어도 선도하는 연구로서 인정받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논문의 세계시장 점유율 역시 2020년 기준 3.45% 수준으로 10년 전인 2011년 3.21%에 비해 크게 늘지 못했다.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세미콘 코리아 2022’가 열렸다. 전 세계 500여개 반도체 기업이 최신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이번 행사는 오는 11일까지 열린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국가 경쟁력 23위…기술 경쟁력의 약점=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참가국 64개국 중 23위다. 이 가운데 한국의 과학경쟁력은 2위, 기술경쟁력은 17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경쟁력을 나타내는 세부지표를 보면 한국의 약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제조업 수출액 중 첨단기술제품 비중(7위), 모바일 브로드밴드 가입자수(12위), 기업의 요구에 대한 통신기술의 충족도(12위) 등은 상위권이다. 반면 ▲기술개발자금의 충분성(34위)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정도(37위) ▲공공·민간부문 벤처의 기술개발 지원정도(38위) ▲법적 환경의 기술개발과 응용 지원정도(45위) 등 향후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항목에는 평균 보다 못한 점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계기로 한·미·일 등 주요 참여국 간 기술·공급망 협력을 위시한 ‘경제안보 동맹’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기술 경쟁력의 약점을 보완해 기술 선도국가 자격을 갖추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첨단산업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으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미만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추고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도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16.3%로 6465억달러(약 81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의 60.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술 동맹에서 주도적 위치에 놓이려면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IPEF 가입을 계기로 성장 모멘텀을 높이기 위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도록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으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지원 유형 및 방식의 유연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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