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 풀렸지만…감시에 지친 청년들 "중국 떠나겠다"
봉쇄로 청년실업률 치솟아…3선 도전 시진핑 '제로 코로나' 유지할 듯
"이제 생필품 두 달 치를 쟁여 둬야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역조치가 바이러스보다 유해했다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각) 지난 3월28일부터 두 달여간 지속됐던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한 중국 정부의 상하이 봉쇄 조치가 대부분 완화됐지만 대비할 시간조차 없이 갑작스런 봉쇄에 직면했던 주민들의 마음 속 불안과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중국 소셜미디어(SNS) 위챗에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드라마가 끝난 뒤 아무도 모욕당하고 피해를 입은 삶에 대해 설명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려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상하이 주민이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말 상하이시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0명에 달하면서 도시 봉쇄를 단행해 거의 모든 주민의 외출을 제한했다. 4일로 시작해 연장을 거듭하며 60일 넘게 지속된 봉쇄 조치에 주민들은 생필품 조달조차 어렵다고 호소하며 집안에서 동시에 냄비 두드리기 시위에 나서기까지 했다. 직장 출근도 사실상 금지돼 봉쇄기간 동안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일하기도 했다. 4월 일일 2만여 명에 달하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10여 명대로 내려앉자 상하이시는 도시 봉쇄를 해제했다. 1일부터 대중교통이 정상화됐고 상점 및 사무실도 문을 열었으며 주민들의 외출도 허용됐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72시간 내 실시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2020년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유럽 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봉쇄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중국도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됐던 우한을 2020년 초 봉쇄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의 위험도에 대한 인식과 조치가 크게 달라져 이번 봉쇄에 주민들이 느끼는 불만은 더욱 컸다. 당시 우한 주민들을 만났다는 한 사진작가는 CNN에 "그 때 대중들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극단적 조치의 필요성을 이해했지만, 상하이는 완전히 다르다. 많은 주민들은 이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당시 우한에서 중국 정부는 봉쇄 해제가 바이러스에 대한 "영웅적인" 승리라며 자축했지만, 현재 상하이에서는 공식적으로 '봉쇄' 및 '봉쇄 해제'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는 지침이 언론에 배포됐으며 대신 '정적 관리 방식'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서 아이 낳을 생각 없다, 내가 마지막 세대"
외신은 봉쇄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임시직 이주 노동자와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의 피해가 가장 가시적이었다고 봤다. <뉴욕타임스>는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제조업 및 건설업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봉쇄로 공장이 폐쇄되면서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리 밑이나 공중전화 부스에서 노숙을 감행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청년층의 경우 중국 신규 대졸자가 올해 처음으로 1천만명을 넘긴 가운데 4월 16~24살 실업률은 전달보다 2.2%포인트나 오른 18.2%에 달했다. 도시 봉쇄로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에 위치한 직업전문대를 졸업한 쑤이씽은 무급 인턴 자리조차 잡지 못하다가 겨우 제약사에 취업했지만 상하이 봉쇄 뒤 해고됐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청년층이 이번 봉쇄뿐 아니라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있었던 권위적 감시 방식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에 위치한 통지대는 방역을 명목으로 휴대폰을 이용해 기숙사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이 기숙사방을 나설 때 '시작' 버튼을 누르고 돌아와서는 '중지'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복도에서 2명 이상의 학생이 마주치는 것을 방지한다. 화장실 사용 제한 시간은 10분으로 이 시간이 넘어갈 경우 대기열의 학생들에게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푸단대도 방역 명목으로 학생들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했다.
2021년 기준 상하이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는 0.7명으로 이미 중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 이번 봉쇄를 계기로 중국에 사는 것에 대한 환멸을 느낀 젊은층 중 자녀를 갖지 않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는 이들이 더 늘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봉쇄 기간 동안 방역조치에 불응하는 이에게 방호복을 입은 당국자가 "조치에 불응하면 3대에 걸쳐 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자 더 이상 후손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로 "내가 마지막 세대"라며 저항한 젊은 남성이 찍힌 영상이 널리 공유되기도 했다. 상하이 주민인 도리스 왕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중국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지만 봉쇄를 겪은 뒤 그 결정이 더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 기간 동안 "어른들조차 몹시 우울하고 절망감을 느꼈는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도 자라고 난 뒤 분명 심리적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서구 국가로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중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물류 혼란 당분간 지속될 듯
2500만명이 거주하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 가량을 담당하는 상하이의 봉쇄는 중국경제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했고 산업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2.9% 감소했다. 도시 실업률도 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진 6.1%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5.5%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경우 추가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내렸다고 전했다.
봉쇄로 상하이에 생산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이 폐쇄에 직면하고 물류 이동이 정체되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직 복구되지 못한 공급망을 더 조이며 전세계적 물가 상승 및 경기 침체 우려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 폐쇄 뒤 직원들을 공장 내에서 숙식하게 하는 방법으로 봉쇄 기간 동안 가까스로 공장을 재가동하기도 했다. 애플도 상하이 봉쇄로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며 2분기 매출이 80억달러(약 10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물류의 경우 봉쇄가 해제됐지만 정상화 되기까지 최소 몇 달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하이 봉쇄는 완화됐지만 올해 말 3선에 도전하는 시진핑이 이를 계기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중국 전문가인 싱가포르 경영대 헨리 가오 법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제로 코로나 정책은 "관료들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정치적 도구"라며 "이는 시진핑에게 성장률보다 훨씬 중요하다 "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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