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04. 14
우크라이나군만 잘 싸우는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러시아에 넘어간 돈바스 반군들도 잘 싸운다. 매국노 카디로프의 체첸 용병들도 잘 싸운다. 이완용이 일본군에 입대해서 미군과 열심히 싸우는 격이다. 흉악한 매국노들에게 무슨 충성심이 있고 애국심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이와 유사한 예는 많다. 진시황이 죽고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진나라는 장한의 건의에 따라 죄수들을 사면하여 군대로 만들었다. 문제는 이들이 꽤 잘 싸웠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끌려온 자들로 진나라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싸우지?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이 유명하다. 스위스 근위대 786명은 왜 한 명도 도망치지 않고 남의 나라 루이 16세를 위해 죽었을까? 충성심? 애국심? 명예심? 마음 심짜 들어가면 다 거짓말이다. 정신력? 용감성? 카미카제? 반자이어택? 그거 다 개소리다.
세이난 전쟁에서 용감한 사무라이들은 겁쟁이 농부들을 비웃다가 총 맞고 죽었다. 왜 농부들이 더 용감하게 싸웠을까? 용맹한 나폴레옹 근위대는 왜 워털루에서 비겁하게 도망쳤을까? 어른들은 다 도망치는데 15세 소년병들은 도망치지 않고 제 위치를 지켰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꼬맹이들이 길을 알아야 도망치지. 도망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 도망친다. 소년병들은 도망쳐본 일이 없기 때문에 도망칠 줄도 모른다. 인간이 도망치는 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잘 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병사들이 잘 싸우는 것은 용감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10만 동학군이 우금치에 모이면 밥은 누가 할까? 보급부대는 편성되어 있나? 수나라 군대처럼 병사들이 개인의 3개월 치 식량과 땔감과 솥단지와 이불을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면?
2차대전 때 소련군이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게 싸운 것은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스팸을 줬기 때문이다. 러시아인과 불구대천의 원수인 체첸인들이 러시아 편에 서서 러시아인보다 용감하게 싸우는 이유는 푸틴이 돈을 주기 때문이다. 액수는 중요하지가 않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체첸 용병들은 애국심 때문도 아니고, 충성심 때문도 아니고, 용감하기 때문도 아니고, 첫째, 싸우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고, 둘째,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스위스 용병들도 원래 전혀 용감하지 않았다.
독일의 많은 봉건영주들은 매년 날짜를 받아놓고 스위스 용병을 불러서 이웃 마을과 전쟁을 벌인다고. 같은 마을에 사는 아저씨들이 서로 다른 봉건영주에 고용되어 싸우는데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면 반가워 죽는다. 독일 농부들이 도시락 싸들고 와서 구경을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투가 치열했는데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 한 명은 논둑에서 까불다가 떨어져서 다쳤다고. 그런 기록이 있다. 봉건영주가 농민에게 세금을 뜯어낼 명목을 만들기 위해 벌이는 보여주기식 전쟁이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인간은 용감하다.
인간은 원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겁쟁이도 첫 번째 총성이 들리면 태도가 180도로 바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첫째, 밥을 줄 것. 둘째, 약속이 지켜질 것. 셋째, 동료를 믿을 수 있을 것. 넷째, 기강이 잡혀 있을 것. 다섯째, 총을 줄 것.
이 다섯 가지 원칙만 지켜지면 거지도 강군으로 거듭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지휘관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대개 붕괴한다. 장교가 없으면 당연히 붕괴한다. 일본인들은 반자이 어택을 시전하면 겁쟁이 양키들이 쫄아서 도망칠 것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미드웨이에서는 미군이 더 용감하게 싸웠다. 미국이 정신교육을 많이 해서 일본을 이긴게 아니다. 그 전쟁이 방어전이었기 때문에 이긴 것이다. 미군이 공격 측이었다면? 당연히 일본군이 이겼다. 공격 측은 모든 것이 애매하다. 어디를 얼마나 공격해야 하지?
애초에 미드웨이를 점령하러 간 것도 아니고 둘리틀작전에 말려서 한 방 먹은 일본이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뭔가를 하러 간 것이다. 누구도 그 작전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원래 하와이를 점령하려고 했다는데 그건 무리여서 모두 반대했다. 미드웨이 전쟁의 진실은?
하와이를 점령하자고 설레발이 쳤다가 동조자가 없어 망신을 당한 야마모토 제독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얼버무리기 작전이었던 것이다. 카미카제식 자살공격은 사실 미드웨이서 미군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비행기가 피격되면 적함에 닥돌하여 동귀어진하는 거.
미군의 정신력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정신력은 개뿔, 그런 거 없다. 미군이 용감하게 싸운 이유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납득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격보다 수비에서 그러한 판단이 더 명백해진다.
대부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내가 당장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버버하다가 무너지는 것이다. 수비하는 군대는 눈앞의 적을 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공격하는 군대가 더 강할 때도 있다. 공격 측은 적진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행동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대개 상황을 납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병사를 존중하지 않고 바보 취급 하기 때문이다. 어떤 병사든 적절히 상황이 주어지고 충분한 경험이 쌓이면 일당백의 강군이 될 수 있다.
아뿔싸. 우리는 인간을 오해하고 있다. 용맹함, 사기, 정신교육, 애국심, 충성심, 이런건 죄다 개소리다. 임무를 알려줄 것. 재량권을 줄 것. 약속을 지킬 것. 소통하고 감시하고 통제할 것. 무기를 줄 것. 동료와 함께할 것. 적절히 훈련하여 경험이 쌓일 것. 이게 중요하다.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상황을 납득할 수 있으면 오합지졸도 단시간에 강군이 된다. 병법을 아는 사람은 길거리의 양아치를 모아놓고도 일주일 안에 정예로 만들 수 있다. 최악은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지휘관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의사결정 없이 가만있는 거다.
그 경우 병사들은 지휘관을 불신하고 패닉에 빠져 일제히 도주한다. 더 나쁜 것은 전투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지휘관이다. 그 경우 지휘관을 엿먹이기 위해 일부러 전투태업을 한다. 결론은 도구다. 도구는 연결한다. 도구가 잘 작동하고 도구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밟으면 밟는 대로 가주는 신차를 타면 누구든 그 차를 열심히 운전한다. 잘 안되기 때문에 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잘 되면 잘한다. 정신력 타령 하지 말고, 애국심 타령하지 말고, 잘 드는 연장을 손에 쥐여줘야 한다. 좋은 무기를 주면 미친 듯이 쏘는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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