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국내 49세 이하의 ‘영리치’는 올드리치와는 달랐다. 이들은 회사원이나 전문직으로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부를 쌓았으며,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역시 ‘부 축적’의 1등 공신으로 부동산을 꼽아 ‘부동산 광풍’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대중이 주로 ‘주식’을 통해 자산 축적에 나서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영리치와 올드리치를 막론하고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6년전 같은 조사에서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비중이 5대 5였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부동산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을 분석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상당수 부유층의 자산을 크게 늘린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영리치는 근로소득자…새로운 투자처에 관심多=영리치는 회사원 비중이 31%로 올드리치(11%)의 세 배에 달했다. 회사원을 비롯해 의료·법조계 등 전문직이 영리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이상(52%)로, 올드리치(29%)의 배에 달했다.
고소득이 부의 기반이 된 것이다. 실제 21%의 의료·법조 전문직 비율은 동일 연령대 일반 대중의 6배 이상에 달했다.
영리치의 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이 각각 6대 4 비율을 이뤘고, 자산 배분은 고루 이뤄졌다. 우선 금융자산의 25%를 주식으로 투자했다. 해외주식을 포함해 외화자산을 보유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65%나 됐다. 특히 해외부동산은 올드리치보다도 보유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새로운 투자처에 관심이 많았다. 영리치는 다섯 명 중 한 명 꼴(21%)로 가상자산에 투자한다고 답해 올드리치(5%)보다 네 배 가량 높았다.
다만 변동성을 우려해 가상자산에 투자한 규모는 1억원 미만이었다. 이들은 주된 투자 이유로 ‘가격 급등락을 이용한 시세차익과 장기적 관점의 가치 상승 기대’를 언급했다. 다만 가상자산을 크게 늘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성을 우려해 가상자산 투자는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만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투자처에 대한 호기심도 끝없이 이어졌다. 영리치의 47%는 예술작품이나 음원, NFT(대체불가능한 토큰)등 새로운 투자처에 향후 투자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 PB 인터뷰를 통해 영리치의 특성을 확인한 결과, 올드리치가 노동력을 대가로 자산을 축적한 사람이라면 영리치는 대체로 아이디어로 돈을 번 사람이다. 앞으로는 투자 자본이 영리치의 관심분야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 29% “코로나19 기간 10% 이상 자산 늘어”=
영리치와 올드리치를 막론하고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부자는 팬데믹 기간에 자산이 두자릿수로 늘었다. 부자의 29%는 팬데믹 기간 중 자산이 10% 이상 증가했는데 대중 부유층(22%)과 일반 대중(12%)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자산 구성 비율에 적극적인 변화를 준 부자는 그렇지 않은 부자에 비해 부를 늘린 성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 구성 비율에 변화가 없었던 부자는 자산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나(48%) 10% 미만으로 증가했다(22%)고 응답했고, 10% 이상 고수익을 거둔 비중은 22%였다. 반면, 자산 구성 비율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한 부자 중 31%는 10% 이상의 고수익을 올렸다고 답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10% 이상의 수익을 거둔 부자는 자산 증식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준 자산으로 부동산(57%)과 주식 직접 투자(16%)를 언급했다.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은 2016년 5대5였으나, 작년엔 각각 59%와 41%로 집계됐다. 금융자산 중에선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직접투자 열기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펀드 및 신탁 투자 비중이 금융자산 내 28%에 달했으나 지난해 2년만에 16%로 줄어든 대신 주식투자 비중이 같은 기간 16%에서 27%로 증가했다.
부자 중 팬데믹 기간 1억원 이상 수익을 실현한 사람은 15%로 파악됐다. 손실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부자는 44%였다.
부자는 일반 대중과 주식의 손절매 기준은 같았으나, 수익실현 기준이 높았다. 더 오를 때까지 버티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보유 주식 종목이 23%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했으나, 일반 대중의 경우 가격이 15% 상승하면 주식을 팔았다. 다만 부자와 일반 대중 모두 평균적으로 주식 가격이 15% 하락하면 손절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는 주식이 상승하더라도 보유한다는 응답 비율이 43%로 일반 대중(25%)에 비해 높았고, 주식 가격이 떨어져도 계속 보유한다는 응답은 44%였다. 일반 대중은 38%였다. 즉, 부자는 일반 대중에 비해 주가 등락에 따라 쉽게 매도하지 않는 성향을 드러냈다.
부자는 일반 대중에 비해 올해 주식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자는 30%, 일반 대중은 21%가 올해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향후 실물경기에 대한 전망도 부자는 더 보수적이었다. 경기가 안좋아지거나 매우 안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부자는 56%였으나, 대중부유층은 48%, 일반대중은 49%로 부자보다 부정적 인식이 덜했다. 다만 이 중 매우 안좋아질 것이라 답한 응답자는 부자가 4%, 대중부유층이 5%, 일반대중이 7%로 부에 비례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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