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타격'에 출범도 전 암초 만난 '윤석열 정부'
물가 상승 압력 거세지고 완화 메시지 기대감 상승…손질 불가피
윤석열 정부가 출범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물가 인상 압력이 커지고 그에 따라 시중금리 인상은 시간문제가 됐다. 대선 기간 내내 완화적 메시지를 내보냈던 인수위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규제 완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 수준 등을 일정 규모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새 정부로서는 출범 초기부터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기대감은 커지고
8일 한국부동산원은 금주 서울 강남 4구(강남 3구+강동구)의 매매수급지수가 작년 12월 13일 조사 이후 16주 만에 가장 높은 9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밑돌면 시장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즉, 아직은 부동산 매매 시장에 불이 붙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새 정부가 내놓을 완화적 대책을 기대하는 심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기간에 내놓은 대표 공약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다. LTV를 지역에 상관없이 70%로 올리고 청년층에는 80% 수준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당선인은 주장했다.
인수위도 LTV 완화를 약속했다. 문제는 자산과 연동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그대로 놔두고 LTV만 완화할 경우, 여유자금이 큰 사람만 이득을 본다는 데 있다. 대출상환능력이 떨어지거나 이미 일정 규모의 부채를 진 이라면 LTV를 아무리 완화해도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DSR까지 풀자면 그 또한 어렵다. 현재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첫째 부담은 2000조 원을 향해 가는 가계부채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844조9000억 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1450조9000억 원 대비 400조 원가량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이대로 갈 경우 올해 중 가계부채는 2000조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 압력도 커져
문재인 정부 기간 급등한 아파트값을 따라잡는 대규모 '영끌 매수'가 일어난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난 여파가 반영됐다.
기실 가계부채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부터 일어난 글로벌 유동성 장세 여파를 그간 국가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데 따른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이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도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를 경신한다는 경고는 지속됐다. 즉, 장기간 이어진 완화 랠리의 영향 결과를 윤석열 정부가 받아드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특히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은 고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1% 오르면서 10년 만에 4%대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6일 내놓은 '2022년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종전 1.9%에서 1.3%포인트 올린 3.2%로 높여 잡았다.
고물가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은 늦어도 5월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으로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는데다, 인상하는 국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필수적이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물가-저성장' 구도에 빠져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시 기조 변경 불가피"
새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선거 당시 강조한 대로 완화적 대응에 나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이다. LTV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부채를 일으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조치다.
이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정권 지지율을 날려버릴 수 있다. 세계 어떤 정부든 고물가야말로 정권 지지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물가를 잡지 않으면 정부는 곧바로 어려움에 처한다. 따라서 사실상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기존 공약을 포기해야만 할 상황에 처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 제시한 50조 원 규모의 추경, LTV 완화 등을 어느 정도 손질해야만 할 것"이라며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수준의 거시정책 기조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현재 고물가의 핵심 원인이 대외 요인에 있는 만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 마땅치 않다"며 "고물가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는 수준의 정책 조정이 절실하지,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완화적 메시지를 그대로 이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특히 하 교수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한계 자영업 분야의 부채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아주 커졌다"며 "(대출 규제 완화보다) 이 같은 섹터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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