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 같아서, 이번에 처음 투표를 한 딸아이와 아들내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택이 엇갈린 걸 우연히 알았는지 서로 몇마디 떠들다가 제 귀에도 조금 들렸네요.
제가 관심을 보이니까, 딸아이가 "아빤 누구 찍었어" 물어봅니다. 전 대답대신 니들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투표했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아무래도 그 대답에는 젠더 이슈가 뿌리를 내리고 있네요. 딸아이가 물어봅니다, "아빠도 남자라 쟤 편이야?".
제가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에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나와있지 않았었네요. 전 대답 대신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힘들게 벌어서 모은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 대학 첫 학기는 학업보다는 이제 막 눈을 뜬 사회 운동에 더 열정적이었습니다. 제 초라한 첫 성적표를 아프게 쥐고 계신 어머니께 전 제가 믿고 있는 것으로 건방지게 엄마를 설득했습니다.
그 후로는 엄마는 항상 제게 정치적인 의견을 물어 보시고 제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해 주셨습니다.
전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투표는 젊은 아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 같다고, 정말 할머니가 그게 옳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내가 엄마의 시간에 서 있었네요.
애들에게 난 앞으로 너희들의 미래를 위해서 투표를 할테니, 다음에는 너희들이 찾은 답을 가져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5년 후에는, 이 아이들이 훌륭한 답을 가지고 와서, 절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미래는 이 아이들이 결정할 것이고, 제 역할은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것인 듯 합니다.
우리 장년 세대는 불행하게도 앞선 세대의 묻지마 투표에 많은 좌절을 했습니다. 그 분들은 젊은 우리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뒤를 돌아보니 저보다 더 젊은 친구들이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하네요.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경험했던 걸 그대로 돌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 다음 선거부터는 젊은 친구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선택한 미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늙은 친구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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