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도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머리도 멍하네요.
일주일은 지나야 좀 마음이 차분해질까요?
사실 하루종일 클리앙 눈팅을 하면서도 글을 쓰거나 댓글 단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저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아이 둘 키우는 맞벌이 40대입니다.
클리앙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당장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도 큰 타격은 없을겁니다.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는 꼴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겠죠.
이명박의 탐욕과 박근혜의 지능과 윤석열 특유의 아집이 뭉친 복마전이 펼쳐질 것이기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다시 각자 도생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세월호를 다시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세월호의 기억이 그토록 강력한 것은 비단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눈앞에서 비극을 지켜보는 와중에 국가는 국민을 책임지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고
어른들의 말을 믿고 가이드를 따랐던 선량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희생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가 오며, 코로나를 겪으며, 재외국인 및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수용을 보며
이제 국가의 시스템을 믿어도 되고, 내가 위기에 빠지면 나를 돕기 위해 전력을 다 해줄 사람들이 있기에
나의 세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를 상상해 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재인 정부가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원인을 분석하고 사법 처리를 할 것입니다.
토론 내내 그는 많은 질문에 법으로 엄정히 해결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이 나타났을 때
수 많은 장발장들을 위해 빵을 무상 공급해주겠다고 할 사람이 행정가 이재명이었다면,
허기져 빵을 훔친 장발장을 엄벌하여 이후의 장발장들이 무죄로 아사하게 하는 것이 검찰 윤석열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후자를 맞게 되었죠.
이제 저는 10살이 되지 않은 제 아이에게 싫더라도 수영을 배우라 할 것입니다.
재난 대처 방법을 숙지하고,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라 할 것입니다.
이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슬프지만
'어른의 말을 믿지 말아라, 현장 담당자의 말을 믿지 말아라, 국가의 도움을 기대하여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라고 가르쳐야겠습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어느덧 회사 생활을 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돌이켜보면 저의 10대도, 20대도, 30대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20대 때 4~50대를 바라보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20대가 저희를 고깝게 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당시에도 8시에 출근해서 9시에 퇴근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그 상황이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제 후배들이 그런 생활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힘들었지만 저를 돌보고 가르쳐준 고마운 선배들의 기억이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보다 나은 근무 환경에서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님을 인정해야겠어요. 제가 잘못 생각했나봅니다.
선후배가 아니고, 동료가 아니고, 제한된 자리를 놓고 겨뤄야 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더 원했군요.
이번 대선으로 당신들을 쫓아내야 내 자리가 생긴다는 말이 일베의 치기 어린, 일부의 말이 아니란 것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인구 절벽의 시대라 현 4050은 아마도 6070이 되도록 계속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2030들이 바라는 4050 퇴출 후 잡 대체가 이 구조에서 이뤄지긴 쉽지 않을겁니다.
현 4050은 2030이 받고 있는 교육 시스템의 전신을 경험하며 경쟁을 치러냈고
IMF, 리먼 사태를 겪으며 이미 하염없이 털리고 갈리는 과정 속에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슬프지만 경쟁과 생존과 자기 능력 향상에 특화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연대하여 더 나은 삶을 얻어가야 할텐데 왜 노동자들끼리 갈라치고 배제하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힘들어하고 서로를 밀어내고 뒤통수가 따가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고단한 삶 속에 지쳐 다시 헬조선이 부각될 때쯤 문재인 시대를 그리워하겠죠.
모두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버틸만한 것들을 준비해야겠습니다.
금전이든 능력이든... 결국 믿을 것은 나와 가족들밖에 없는 시대가 될테니까요.
역사를 가르쳐야겠습니다.
아직 제 아이들은 어린 편이라 역사책의 행간에 있는 피냄새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아이가 제가 보지 못 하는 곳에서 일베와 펨코에 노출될 광경을 상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듭니다.
피로 얼룩진 우리의 근현대사를 직시하는 것은 항상 아프고 우울한 기분을 들게 하지만
그 희생 덕에 우리의 삶이 이어져 왔음을 알게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10년...
윤석열 정부를 마치고나면 5년 정도 후면 선거를 치를 나이가 되겠죠.
그 때 술 한잔 하며 나는 1번남이야, 아빠 힘든데 잘 버텼어요. 이제 나도 한 표 도울게요. 라고 말하는
아들을 상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러분이지만 뜻을 함께 해주시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주시는
클리앙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야밤에 술도 안 먹었는데 뻘글이 길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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