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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째깍째깍..러시아 '3월16일' 디폴트 선언할까

러시아·베트남·인도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3. 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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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째깍째깍..러시아 '3월16일' 디폴트 선언할까

송지유 기자 입력 2022. 03. 07. 16:17 수정 2022. 03. 07. 16:25 
 
서방 제재로 달러 채권 상환 어려울 듯..
무디스, 러 신용등급 '부도직전' 등급 강등..
JP모건 "러 디폴트 가능성 높다" 경고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서방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인 건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으로 금융시장에선 오는 16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이미 디폴트 직전 단계로 강등했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도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a'까지 내렸다. 'Ca' 등급은 총 21단계로 나뉘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가운데 20번째로, 최저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사실상 부도를 의미하는 'C'의 바로 직전 단계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3일 신용도 중간 등급인 'Baa3'에서 투기 등급인 'B3'로 6단계 낮춘데 이어 또 다시 4단계 강등했다. 사흘 만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단계 낮춘 셈이다. 무디스 측은 "이번 추가 강등은 러시아의 채무 변제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Ca 등급 수준에서 회복 기대치는 35~6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 외 다른 신용평가사도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크게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에 이어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로 총 8단계 끌어 내렸다. 이는 총 23단계인 S&P 신용등급 가운데 19번째로 국가부도를 뜻하는 D등급보다 불과 두 단계 위다. S&P는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될 때 이 등급을 부여한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BB에서 6단계 아래인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해외에 묶인 자금…고의 디폴트 악용 우려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은행 앞에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트위터
글로벌 투자은행은 JP모건은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러시아가 오는 16일 7억달러(약 8600억원) 상당의 달러 채권 만기를 맞는데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외환 자산이 동결돼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갚아야 할 루블화 채권은 3390억루블(3조4650억원) 규모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일 112억루블(1145억원)의 이자를 갚았다. 문제는 달러화 채권이다.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 갚아야 할 달러화 국채는 390억달러(47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430억달러(790조원)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니지만 러시아 수중에는 당장 가용할 외화가 넉넉하지 않다.

외환 보유액 중 4000억달러(490조6800억원)이 미국 뉴욕·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에 있는데 경제제재로 자금이 완전히 동결된 상태다. 러시아 곳간에 있는 달러 외환 보유액은 120억달러(14조7000억원) 남짓이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가 예금 대량 인출 사태 등으로 파산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FP

러시아가 현재 보유한 자금만으로도 오는 16일 당장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일부러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달러화 채권을 일부 상환하더라도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줄줄이 도래하는 부채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대출기관에 손실을 입히는 등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일부러 디폴트 선언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러시아는 다급히 법령을 뜯어 고쳐 외국 채권자들에게 빌린 부채를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JP모건 측은 "러시아가 채권자들에게 루블화 지불을 결정하는 순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 변제를 촉발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오는 16일 만기인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1억1700만달러(1435억원) 상환 조건에는 루블화 지불 옵션이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은 디폴트 빠질 것…루블화 가치 계속 추락"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발표 이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인 30% 가까이 폭락했다.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사설환전소에서 업주가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02.28.
 
러시아의 달러화 채권은 중국 헝다그룹 사례와 같이 30일의 자동 유예기간을 적용받는다. 이달 16일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곧바로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며 다음달 15일까지 밀린 돈을 갚으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러시아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에 대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러시아 국채를 받아줄 투자자는 없다. 그나마 유통되는 러시아 국채 값도 반토막 났다.

러시아는 자국 내 달러가 유출되지 않도록 증권거래를 중단했다. 내국인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살 경우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한편 1만달러(1200만원) 이상 외화를 소지한 자국민의 출국도 금지했다.

지난달 28일 한 남성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시장의 예상이 적중할 경우 러시아는 1998년에 이어 24년 만에 디폴트 상황을 맞는다. 당시엔 아시아 외환위기와 맞물려 루블화 채권을 갚지 못해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엔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처음으로 외화 국채 때문에 디폴트를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금융사인 윌리엄 블레어 측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5년물 기준 CDS 보증료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9%에서 지난 2일 21%까지 치솟았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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