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진영의 고강도 경제제재에 국가부도 위기에 놓였다.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결제망 퇴출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러시아 내에서 대규모 현금인출(뱅크런), 달러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며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까지 이어져 러시아가 국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거란 경고음이 한층 높아졌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러시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투자 부적격)에서 CCC-로 강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단계 내린 지 약 일주일 만에 무려 8단계를 또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신용등급 'CCC-'는 투자시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단계다. 국가부도를 의미하는 등급 'D'보다 단 두 단계 위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디폴트에 임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이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절반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러시아 신용등급이 또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무디스와 피치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무려 6단계나 낮췄다. 피치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인 'B'로 강등했다. 특히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단계로 낮춘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에 놓였던 한국 이후 처음이다. 무디스도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인 'Baa3'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3'으로 하향 조정했고, 추가 강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P는 "이번 강등은 (러시아의) 디폴트의 위험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조처들이 시행된 데에 따른 것"이라며 서방의 경제제재와 러시아 당국이 루블화 가치 보호 목적으로 내놓은 자본통제 등의 조치가 국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와 무디스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전방위적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신용여건에 큰 영향을 줘 러시아의 국가 부채 상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러시아가 이달에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는 7억달러(약 8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주요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여파로 루블화 가치는 급락했고, 러시아 은행은 뱅크런·달러 사재기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사진=로이터사태 수습을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고, 지난 1일에는 환매조건부채권 매매로 은행권에 700억달러(약 84조847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화 부족에 따른 시장 혼란을 막고자 국외 외화 송금을 금지하고 무역업자에 외화 수입을 강제 매각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 위기는 여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러시아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액은 6조9000억루블(약 83조4900억원)으로 전날보다 무려 28%가 늘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환매조건부채권과 예금 경매를 통해 6조루블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 위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간으로는 7% 둔화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1998년(-10%)과 2008년(-11%) 금융위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올해 러시아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 증가에서 7%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도 러시아 GDP가 서방 제재로 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아니톨리 샬 JP모건 분석가는 "(국제사회) 제재와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려는 서방기업의 결정으로 국제무역이 중단되고, 생산량이 감소해 공급망이 무너졌다"며 "이런 충격은 물가급등을 동반한 생산 능력 저하에 따른 것으로 (러시아의) 신용위기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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