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신문 배달을 하면서 신문사에서 삽화나 만평을 그리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 청년은 소원대로 신문사에 들어가 각종 삽화를 그리게 됐다. 하지만 열심히 그려도 그의 상사는 "이걸 그림이라고 그렸나? 차라리 그만두는 게 어떨까"라며 퇴짜를 놓았다.
그러다 결국 퇴직을 당하게 됐다. 갈 곳이 없었던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 한 교회의 지하창고를 빌려 살며 잡일을 했다.
이 청년이 쥐들이 오가는 그 지하창고에서 '미키마우스'라는 만화 캐릭터를 만들어낸 월트 디즈니다.
만약 디즈니가 신문사에서 삽화와 만평으로 인정 받았다면 어땠을까. 나름대로 작은 신문사의 만평가로 소박한 성공은 일궜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고 오늘날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디즈니를 설립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한 치 앞을 못 본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이 잘 되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고작 작은 신문사의 만평가를 꿈꿨던 디즈니처럼 말이다.
우리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 되지 않는 것,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허접한 일에서 계속 성공하는 것이다. 어쭙잖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설픈 성공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허접한 일, 어쭙잖은 사람들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작은 성공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큰 성공은 작은 성공이 쌓여 이뤄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때론 성공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일도 있다. 아예 실패하고 떠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주변 사람들을 등쳐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에겐 오늘 하루 어디선가 누군가에게서 공돈을 얻는 것이 성공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은 그가 공돈을 얻는데 실패하는 것,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는 먹고 살 수 없겠구나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실패는 우리를 허접한 성공, 어설픈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신문사에서 쫓겨난 것이 디즈니를 고약한 상사에게서 벗어나 다른 더 큰 비전으로 이끈 행운이 된 것처럼 말이다.
실패했을 때 우리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깜깜해서 보이지 않을 뿐 실은 더 높이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적과 흑'이란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일기에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불행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잘못 해석하기 때문에 생긴다"며 "따라서 사람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일어난 일을 분별 있게 판단하는 것이 행복을 향해 내딛는 커다란 한 걸음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오늘날 당신이 '성공'이라고 해석한 일이 10년 후, 1년 후, 아니면 바로 내일, 인생을 처절한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불행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을 눈물 쏟게 하고 좌절하게 만든 그 '실패'가 10년 후, 1년 후, 아니면 바로 내일, 인생을 찬란한 빛으로 이끌 행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 등장하는 인력거꾼은 오랜만에 손님이 끊이질 않아 운이 좋다며 행복해 한다. 그런데 집에 가보니 아내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느낀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내게 일어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울어야 할 일에 좋아하고, 웃어야 할 일에 한탄하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게 된다.
행운은 불행의 옷을 입고 찾아올 수 있고 불행은 행운의 모습으로 방문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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