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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케이스-실러지수(S&P CoreLogic Case-Shiller Home Price)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스앤피)가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에 두달 전 수치를 발표한다. 뉴욕·시카고·보스턴·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20개 대도시의 개별지수와, 20대 대도시지수, 10대 대도시지수, 전국지수를 산출한다.
지난달 25일 에스앤피는 작년 11월 지표를 발표했다. 미국의 집값 상승세는 무섭게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는 1년 전에 견줘 32.2%나 올랐다. 플로리다주의 탬파가 29.0% 오른 것을 비롯해 연간 상승률이 20%를 넘는 도시가 20개 대도시 가운데 10곳이나 된다. 상승률이 10%를 밑돈 곳은 하나도 없었다. 전국지수로 연간 상승률은 18.8%에 이르렀다. 2020년 초부터 1년 11개월간의 상승률은 30%다.
미국 집값은 2007~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 급락하면서 2012년 2월까지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그 뒤 반등을 시작해 서서히 상승했다. 상승세가 매우 가팔라진 것은 코로나 대유행을 맞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면서부터다. 미국 연준은 연 1.75%이던 기준금리 상단을 2020년 3월 0.25%까지 낮췄다. 이를 전후해 집값 상승률이 달라졌다. 케이스-실러지수로 본 전국 집값은 2012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8년(96개월)간 월평균 0.46% 상승했는데, 연준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낮춘 때부터 1년9개월(21개월)간 월평균 상승률은 그 3배에 가까운 1.24%로 뛰었다. ‘코로나 유동성’의 힘을 그래프의 가팔라진 기울기가 잘 보여준다.
미국만이 아니다. 세계 주요국의 집값 상승세도 무섭게 이어졌다. 영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파트너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50여개 국가 및 지역의 주택가격 변동 데이터를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다. 나이트 프랭크의 글로벌 하우스 프라이스 인덱스 보고서를 보면 팬데믹 이후 2020년 3분기부터 집값 상승이 시작되고, 4분기부터는 상승 속도가 급하게 올랐다. 세계 주요 7개국(G7)에 스위스,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한국 등 5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집값 움직임을 보면, 2019년 9월 말까지 1년간은 2.8%에 그쳤지만, 2020년 9월 말까지 1년간은 5.2% 뛰고, 2021년 9월 말까지 1년간은 13.0%나 뛰었다.
물론 국가별 차이는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21년 9월 말까지의 1년간 0.4% 상승에 그쳤다. 2021년 9월 말까지 1년간의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나라는 우리나라(26.4%), 스웨덴(20.3%), 미국(18.7%), 네덜란드(18.4%), 캐나다(17.3%) 등이다. 일본(8.9%)이나 프랑스(7.5%)는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을 집계하는 프라임 글로벌 시티 인덱스에서 보면, 코로나 유동성이 집값을 끌어올렸음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다. 2021년 3분기 말 발표한 세계 46개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연율)을 보면 2019년 1분기부터 2020년 3분기까지는 1년간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 그러던 것이 2020년 4분기부터 슬슬 오르기 시작해, 2021년 2분기 말엔 8.3%, 3분기 말엔 9.5%로 뛰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 진행 중이고, 세계 각국이 경기 후퇴에 대응해 내린 기준금리도 그대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케이스-실러지수로 보면, 미국 집값은 아직 상승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에스앤피는 전국지수 기준 연간수익률이 8월 19.8%에서 9월 19.5%, 10월 19.1%로, 그리고 11월엔 18.8%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20개 대도시 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국에선 집값 거품이 엄청나게 커졌다가 터진 적이 있다. 1990년 이후 미국 집값의 장기 추이를 보면 1996년 말까지는 매우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1997년 4%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과 2003년에는 9%대, 2004년과 2005년에는 13% 급등했다. 그 뒤 1년가량 옆걸음질하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며 하락세는 가팔라졌다. 에스앤피 집계를 보면 2006년 7월 고점에서 2012년 2월까지 하락폭은 27.4%다. 10개 대도시 기준으로는 35.3% 떨어진 뒤 반등했다.
2012년 2월 저점에서 시작한 이번 미국 집값 상승은 2021년 11월까지 상승폭이 106.1%에 이른다. 2006년 정점 때에 비해서도 46.1%나 올랐다. 상승률의 흐름을 보면, 2020년 1년간 10.4% 올랐고, 2021년엔 11월까지만 17.8% 올랐다. 마치 축포를 쏘아올리는 듯한 모양새다.
미국 연준보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차례 올렸다. 그러나 케이비(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2020년 13.0%, 2021년 16.4%나 올랐다. 상승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로버트 실러는 2000년에 쓴 <비이성적 과열>에서 미국의 집값 거품이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실러는 과거 수백년의 역사를 돌아보고는 집값이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뒤에는 반드시 폭락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은 2002년 8월에, 폴 크루그먼은 2005년 8월에 파국을 경고했다. 이성적인 전문가들의 경고는 때론 너무 빠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최근 집값 그래프의 가파른 기울기는 2006~2007년 집값이 정점에 이르던 때와 매우 비슷해져 있다. 지금은 과연 어떤 국면일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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