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월세(2142건) > 전세(1678건) '추월'
전셋값 2억 오르자 감당 어려워져 비자발적 이동
자발적 선호도 늘어…대출 금리 올라 월세가 유리
전세대출 금리 5% 육박…"월세 찾는 사람 많아져"
깡통전세 우려도 "나중에 보증금 떼일지 몰라 월세"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금리가 올라가니까 대출 받는 것보다 차라리 월세 내는 게 더 쌀 수 있다. 그러니까 전세 보다 월세를 찾는 경향이 있다. 월세는 사정이 있을 때 조금 미룰 수도 있지만 은행 대출은 그런 게 용납이 안 되지 않나."(성북구 길음동 E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대출 보다 월세를 내고 사는 게 마음 편하다는 거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전세대출 이자가 올라가는 데다 혹시 집값이 떨어질지 모르니 (깡통전세) 걱정하는 것보다 월세 내고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강동구 길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데다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금천구는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거래가 2142건(56.1%)으로 전세 거래 1678건(43.9%)을 크게 앞질렀다.
작년 서울 전체 월세 거래량도 7만1079건으로 지난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선 중개업소들도 작년부터 월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성북구 길음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전히 전세를 더 선호하지만 월세를 낀 거래를 원하는 손님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올라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껑충 뛴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가 낀 계약을 맺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년 넘게 쉬지 않고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2019년 7월(4억3908만원)부터 매달 올라 지난달에는 6억3424만원을 기록했다. 2년7개월 동안 전셋값이 무려 2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또한 전세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사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나타난 것도 월세 선호 현상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45%, 최고 연 4.95%다. 5%에 바짝 다가선 상황. 부산·전북은행 등은 이미 5%를 넘어섰다. 현재 추세로 볼 때 기준금리가 추가로 1~2차례 더 인상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6%대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갚는 것 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1억원을 월세계약으로 돌릴 때 월세를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하고 있다. 1억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은행에서 빌리면 금리를 4% 적용시 월 이자가 33만3000원이 된다. 4.5%를 적용하면 37만5000원이다. 대출금액 만큼을 월세로 돌려 임대료를 내는 게 세입자에게 유리한 셈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보증금 1억원 당 월세를 40만원으로 적용하는 분위기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 전에는 보증금 1억원을 월세 30만원으로 계산했는데 금리가 올라가니까 지금은 35만원이나 40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될 경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최근 월세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다. 집값 하락장이 본격화될 경우 전셋값이 집값을 넘어서거나 육박하면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으니 월세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집주인 뿐 아니라 세입자까지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 전세의 월세화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올해 하반기 다수의 전세계약이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보증금 상승분 마련이 어려운 임차인과 종합부동산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 임대인 사이에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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